해치백의 교과서가 골프라면 패밀리 세단의 교과서는 단연 토요타 캠리일 것이다. 1세대부터 7세대까지 북미에선 베스트셀러카로 자리를 잡았다. 필자는 1997년 2세대 캠리를 접해본 적이 있다. V6 3.0ℓ XLE 트림이었다. 비록 그 당시 8년이 지난 89년식이었지만 부드러운 6기통 엔진과 편안한 승차감은 장거리 여행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로부터 18년의 세월이 지났다. 캠리도 세대를 거쳐 7세대에 도달했다. 디자인도 달라졌고, 7세대에는 하이브리드 제품도 추가됐다. 그리고 아직까지 인기는 건재하다. 특히 북미 인기를 실감하기 위해 다시 한번 캠리 XLE에 몸을 실었다.
▲디자인 전면은 렉서스에서 사용한 토요타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됐다.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부가 토요타 최근 디자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범퍼 양옆에는 LED 주간주행등이 자리잡았는데, 내부에서 별도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측면은 깔끔한 라인을 자랑하듯 후미까지 매끄럽게 흐른다. C필러에 확장된 듯한 가니시는 유리창이 넓어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또한 17인치 휠과 215/55/17 사이즈 타이어는 캠리가 일상적인 생활에 적합한 제품임을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다.
후면은 전구 타입의 램프가 적용됐다. 요즘 대세인 LED가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지만 듀얼 배기구가 3.5ℓ인 것을 알려주고 "XLE"라는 레터링이 등급을 말해주고 있다.
실내는 원가절감의 최적화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 많은 아쉬움일 수 있지만 나날이 증가하는 물가상승과 경쟁하기 위한 토요타의 고뇌가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실내에서 원가절감은 대시보드의 양옆 끝부분이다. 도어패널과 대시보드가 만나서 노출이 잘 안되는 부분의 플라스틱은 표면 처리가 안된 듯한 재질이다. 한 마디로 운전자에게 크게 다가가지 않는 부분은 과감한 절감을 시도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부분 버튼들의 크기가 커서 편리하고, 시인성도 좋다. 원가 절감 대신 손과 눈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의 질감은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계기판 위와 조수석 에어백 상단은 스티치까지 들어가 있다. 실내 룸미러에는 나침반과 시계가 동시에 있는데, 이는 승객석을 위한 배려로 해석된다. 시간과 방향을 쉽게 인지할 수 있어서다.
각종 스위치의 터치감도 좋은 편이다. 유리창은 앞좌석에 자동 "업/다운(up/down)" 기능이 들어가 있다. 닛산과 혼다의 중간이다. 닛산은 운전석만, 혼다는 전석이 오토 업/다운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티어링 휠의 가죽 스티치도 굵고 넓은 간격으로 처리돼 있다. 또한 다기능 버튼이 스티어링 휠 내에 자리잡고 있어 사용에 있어 편리함을 제공한다.
승객석은 가죽 재질이며, 앞좌석은 히팅 기능도 있다. 컵홀더는 각 도어패널과 앞좌석 센터콘솔, 뒷좌석 암레스트에 구비됐고, 성인 4명이 착석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을 만큼의 넉넉한 공간이다. 이외 편의장비로는 USB 및 AUX, 외부전원단자가 센터페시아 아래에 구비되고 센터콘솔 내부에는 외부전원 단자가 하나 더 있다. 패밀리 세단이면 분명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장거리 여행이라도 가게 될텐데 선블라인드 같은 아이템이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성능과 승차감 엔진은 V형 6기통 자연흡기 방식이다. 진동 및 정숙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토요타답게 조용함은 일본 3사 중형차 가운데 가장 뛰어난 느낌이다. 출력도 최근에 설계된 탓에 여유로운 힘을 낸다. 어쩌면 과할 수 있지만 부드럽고 경쾌한 운전을 즐긴다면 고배기량 엔진의 여유로움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변속기는 6단자동이다. 드라이브 레인지에서 S모드로 변경하면 수동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변속감도 괜찮은 편이어서 혼다 어코드 3.5ℓ 6단과 비교해 운전자 의도가 개입되도록 했다. 시속 100㎞에서 엔진회전계는 1,650rpm을 가리킨다. 극도의 연비 운전을 하기 위해 스로틀 개방을 최대한 줄여 연비 운전영역을 만들어보니 결국 55~65마일 속도에 맞춰진다. 결국 북미 규정속도에 맞춰 연비가 최적화되도록 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핸들링은 과거에도 그렇고 아주 날카롭지 않다. 정말 일상적인 주행에서 큰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을 수준의 감각을 운전자에게 준다. 결국 가격대에 맞춰 편안한 주행을 위한 수준의 핸들링을 설정한 셈이다.
브레이크는 전륜은 대용량 1 피스톤 캘리퍼를 사용한다. 2 피스톤과 1 피스톤 캘리퍼의 장단점은 있지만 캠리 컨셉트에 맞춰 최적화 시킨 의도는 분명 있을 것이다. 같은 사이즈의 로터를 사용하고 캘리퍼에 의해 브레이크 성능이 정해질 경우 1 피스톤보다 2 피스톤 캘리퍼가 비싸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캠리의 브레이크 성능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체의 충격 흡수 능력은 상당하다. 도로에 의한 충격 흡수능력은 이미 최상의 수준에 올라 있다. 승차감 역시 혼다 어코드보다 부드러운 편이다. 이런 스타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이상할 만큼 변함이 없다. 결국 주행감각에 있어 닛산의 알티마보다 조금 단단한 느낌이며 혼다 어코드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
효율은 정체 없는 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운전하면 17.2㎞/ℓ까지 나온다. 물론 가속페달을 약간 더 밟으면 떨어지고, 정체없는 고속화 도로의 정속주행을 하면 13.7㎞/ℓ까지 무난히 이뤄낸다. 교통체증 없는 시내도로에선 ℓ당 8.3~9.6㎞에 이른다. 배기량을 감안한다면 꽤 높은 수준이다.
▲총평 캠리는 분명 북미 베스트셀러카다. 그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토요타에게 캠리의 주력 시장은 한국이다. 선택조건이 까다로운 한국에서 원가절감의 최적화를 보여주는 캠리가 수입차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많은 차가 도로를 점령할 것인가? 혹은 국내산 중대형 차량과 비교를 할 것인가? 캠리의 장점은 누구나 편하게 오래 탈 수 있는 차다. 이 장점을 살리는 것이 북미형 일본 패밀리 세단인 캠리가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박재용(이화여대 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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