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볼보가 그리는 역동, S60 T6 R-디자인

입력 2015년06월17일 00시00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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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엔진 다운사이징이 활발하다. 배기량은 줄이되 과급장치나 연료 직분사 기술 등으로 부족한 힘을 만회하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다운사이징은 "친환경 고효율"의 대명사로 인식된 지 오래다. 

 볼보 역시 다운사이징에 주력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개발해 2009년 4기통 단일 규격의 2.0ℓ 가솔린 및 디젤 엔진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단일 규격이어서 가솔린과 디젤 엔진은 블럭을 공유한다.

 드라이브E는 볼보의 모든 것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높은 효율을 내는 제품부터 고성능까지 모든 제품 라인업이 4기통 2.0ℓ 엔진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폭넓은 제품군 확보도 가능했다. 그 중에서도 가솔린 최상급 T6는 가장 극적인 엔진이다. 최고 306마력의 시원한 힘을 내기 때문이다. 볼보의 부족함을 채워준 엔진이기도 하다. S60 T6 R-디자인을 시승했다. 


 ▲스타일
 R-디자인은 강인한 스타일이 핵심이다. 역동적인 외장 패키지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S60 T6 R-디자인에는 19인치 대구경 휠이 돋보인다. 또한 R-디자인 전용 프런트 그릴과 대형 범퍼가 스포티한 감성을 내보인다. 볼보의 상징인 엠블럼은 무광 처리했다. 역시 역동적인 성격을 표현한 부분이다. 전용 사이드 미러 캡, 리어 디퓨저, 앤드 파이프 등도 스포티한 감성이 묻어난다.

 자동차 분야에서 작아지는 엔진 만큼이나 크기를 줄이는 것은 헤드램프다. 고성능 표현을 위해 램프 크기를 줄이는데, 이는 기술 발전 덕분이다. 크기는 작아도 램프 밝기를 키워 얼마든지 시인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LED 램프를 비롯한 다양한 조명의 적용이 대표적이다. 물론 S60 헤드램프도 과거에 비해 크게 작아졌다. 


 보닛에 들어간 4개의 굵고 옅은 선은 현재 볼보의 방향성을 내포한다.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기역학 구조인 것과 동시에 발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지루한 브랜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볼보는 완전 변화의 행보를 보여준다. 


 실내는 큰 변화가 없다. 볼보의 매력이자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 다양한 장비를 갖추는 최근의 추세와 맞지 않아서다. 다만 R-디자인의 경우 가죽 스티어링 휠과 알루미늄 패널, 스포츠 페달 등이 일반 버전과 차이가 있다. R-디자인 로고가 들어간 도어 패널도 돋보인다.

 시트는 운전자 몸을 잡 잡아주기 위해 세미 버킷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몸 뒤쪽에 밀착되는 느낌이 편안하다. 계기판은 엘레강스, 에코, 퍼포먼스 등 3가지 테마로 변경할 수 있다.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성능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규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 중 i-아트 인젝터는 일반 인젝터보다 높은 압력으로 연료를 실린더 내부에 뿜는다. 또한 균일한 연료 분사를 위해 부착된 메모리 칩이 완전 연소를 돕는다. 완전 연소가 이뤄지면 연료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인다.

 또한 아이신이 제작한 8단 자동변속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구동축에 동력을 전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변속기여서다. 새로운 엔진에 어울리는 8단 자동변속기는 효율적인 동력 전달이 이뤄진다. 기존 6단 자동변속기와 차이점은 기어비의 변화로, 6개의 계단이 8개로 늘어나 당연해 보이지만 출발 구동이 이뤄지는 1단 기어는 오히려 기어비를 늘려 충분한 힘을 발휘하게 했다. 정속 주행으로 효율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8단 기어는 기어비를 좁혔다.


 이 밖에 마찰 가변 제어 오일 펌프, 전동 윈터 펌프 등으로 효율과 성능의 양립을 꾀한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동시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볼보가 상반된 가치의 조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S60 R-디자인은 최고 306마력, 최대 40.8㎏∙m의 힘을 갖췄다. 4기통 2.0ℓ 엔진이 내는 힘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때문에 시작부터 넘치는 힘이 과분하게 느껴진다. 볼보가 잘 달리는 차도 잘 만들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속도를 붙여 나가는 느낌도 매끄럽다. 시원한 가속 능력은 변속기의 재빠른 변속와 함께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힘을 일순간 뿜어내는 순발력도 훌륭하다. 제원상 0→100㎞/h는 5.9초다. 여느 고성능 차에 버금가는 수치다.

 다만 하체 감성은 다소 아쉽다.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서스펜션의 세팅 탓인지는 몰라도 고속 주행 때 다소 안정감이 떨어진다. 속도를 올릴 때마다 도로에 밀착되는 감성을 내는 독일 고성능과는 다른 맛이다. 실제 위험하지 않더라도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다. 서스펜션 세팅을 조금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적당하다. 운전자 의지대로 방향을 돌리는 일에 익숙하다. 곡선 주로에는 이전부터 장착해 온 토크 벡터링 기술이 빛을 발한다. 전륜구동 차임에도 마치 사륜구동처럼 움직인다. 운전자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까지 배려한다. 


 고성능답게 엔진 배기음도 만족할 만하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없애고, 엔진음을 살려주는 새로운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 적용된 덕분이다. 해당 기능은 엔진이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 모니터링, 실내 스피커를 통해 배기음을 조절한다. 달리는 즐거움이 귀를 통해서도 전달되는 셈이다.

 제동력 역시 우수하다. 괜히 안전의 볼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밖에 전방 추돌 경고, 차간 거리 경고, 장애물 인식, 자동 정지 기능 등을 포함한 인텔리 세이프와 주행 중 앞 차와의 거리를 측정해 속도를 높이고 줄이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했다. 시티 세이프티도 건재하다. 


 ▲총평
 볼보는 변화하고 있다.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나 젊어진 디자인 등은 그 변화를 대변한다. 반면 전통을 고수하기도 한다. 다소 식상해 보이는 실내 디자인은 안전을 위해 볼보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자존심이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볼보의 매력은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성능에 대한 고민이 그간 크지 않았던 점이다. 모두가 효율성을 이야기 할 때 볼보 역시 시류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던 것. 그래서 S60 T6 R-디자인의 존재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볼보 또한 큰 매력을 갖고 있어서다. 가격은 5,75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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