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재규어의 컴팩트 세단, XE를 타다

입력 2015년06월21일 00시00분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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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 재규어가 XE를 선보였다. XE는 재규어의 엔트리급 컴팩트 세단이다. 재규어 제품군은 엔트리급인 XE, 중형 XF, 대형 XJ 그리고 스포츠카 F-타입 등이 있다. XE는 재규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기대감이 높은 차다. 가장 뒤늦게 등장해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건 물론 럭셔리 브랜드의 감성이 컴팩트 세단에 어떻게 담겼을지 호기심이 적지 않아서다. 

 지난 5월 재규어가 XE 글로벌 시승회를 스페인에서 가졌다. 이후 영국에서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XE의 한국 내 판매시점은 오는 9월이다. 7종을 구비한 엔진 중 한국에는 2.0ℓ 터보 및 V6 3.0ℓ의 가솔린과 2.0ℓ 디젤을 판매한다. 모두 94가지 옵션이 있지만 국내 판매제품은 프레스티지, R-스포트, 포트폴리오 등의 디젤 엔진 세 트림과 2.0ℓ 가솔린 터보 프레스티지, V6 3.0ℓ ‘S’ 버전이다. 

 V6 엔진은 스페인 나르바나 서킷에서 체험했다. 시승에 앞서 존 달링턴 재규어 제품엔지니어는 "XE 차체의 75%를 알루미늄으로 구성했다"며 "유럽 내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ℓ당 28.6㎞ 정도의 효율을 측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재규어 경량화 전략에 따른 소재 변화가 XE에서 극대화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의 말을 염두에 두고 XE 2.0ℓ 디젤과 2.0ℓ 가솔린 터보, V6 3.0ℓ를 골고루 탔다.

 ▲디자인
 재규어차 전반에 흐르는 디자인 정체성은 XE에도 적용했다. XF보다 다소 공격적인 모습의 올뉴 XF와 헤드 램프 형상만 미세하게 다를 뿐 라디에이터 그릴 등은 같다. 미끄러지듯 아래로 향하는 보닛에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덕분에 재규어차 중에선 공기저항계수가 가장 낮다. 스포츠카 수준에 버금가는 0.26Cd를 달성한 것. 범퍼 아래에 만든 덕트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요소로 작용한다. 공기흐름을 휠 표면 위로 유도해 저항을 줄인다. 

 측면은 전형적인 컴팩트 세단의 형태다. 앞은 길게, 뒤는 짧게 마무리했다. 덕분에 단단해 보이고, 매우 다부진 느낌을 준다. 스포츠 세단의 컨셉트를 살리려는 흔적인데, 이는 살짝 높인 벨트라인에서도 드러난다.

 뒷모습도 얼핏 보면 올뉴 XF와 비슷하다. 그러나 리어 램프 좌우 길이를 조금 짧게 해 컴팩트 세단임을 부각시켰다. 리어 램프의 원형 무늬와 만나는 수평 라인은 E-타입에서 가져왔다.

 이런 모습을 두고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총괄은 "XE의 가장 주목할 점은 비율이고, 라인은 그 정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스포츠 컨셉트를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한 낮은 쿠페 스타일을 지향했다"고 덧붙였다. 역동적인 느낌이 강할수록 스포츠카의 성격이 명확해지고, 기능적으로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내는 스포츠 세단의 성격과 재규어의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계기판 왼쪽 속도계와 오른쪽 엔진회전계 사이에는 각종 정보를 표시하고,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 좌우에는 크루즈컨트롤을 비롯한 각종 오디오 조절 버튼을 배열했다. 버튼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도 들지만 버튼 자체에 기울기가 있어 조작은 매우 쉽다. 사용자를 위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쓴 흔적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시보드는 운전석을 감싸는 형태로 아늑한 느낌이다. 중앙 콘솔은 비행기 조종석을 본땄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종석보다 편안함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인컨트롤(InControl)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8인치 터치스크린은 손이 살짝만 닿아도 작동해 기능적인 면에서도 간결하고, 재규어가 고집하는 로터리 타입의 변속레버는 중앙 콘솔에서 솟아올라 역동감을 나타낸다.

 앞좌석 포지션은 비교적 낮게 설정했다. 스포츠 쿠페 타입의 디자인 감각을 운전자가 체험토록 하기 위해서다. 시트는 냉난방이 가능하고, 12가지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뒷좌석은 열선을 추가했고, 4대2대4 분할로 접을 수 있다. 탑승자의 공간도 여유로운 편이다. 시승중 뒷좌석에 꽤 오랜 시간 앉았는데 레그룸이 넉넉했다. 
 
 ▲성능과 승차감
 먼저 2.0ℓ 디젤에 올랐다. 한국시장에서도 주력으로 팔 차종이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m에 달한다. 최대토크 발휘 구간이 1,750~2,500rpm으로 설정, 저속에서부터 파워를 뿜어낸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며, 뒷바퀴굴림 방식이다.

 예상대로 힘은 넘친다. 디젤인 만큼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속도가 약간 느리지만 일단 움직이면 민첩하다. 보다 역동적인 주행을 느끼고 싶으면 센터콘솔에 있는 레이싱 플래그 아이콘 버튼을 누르면 된다. 순간 엔진과 변속기가 서킷용으로 돌변한다. 반면 고효율 주행을 원한다면 "에코"로 바꾸면 된다. 재규어의 전통적 DNA로 여겨지는 스포츠 감성이 XE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는 셈이다.

 시승은 고속도로와 굴곡이 많은 국도에서 진행했다. 고속도로에선 제한속도 이상로 속도를 올렸다. 풍절음만 들릴 뿐 주행중 불안한 흔들림은 별로 없다. 앞은 더블 위시본, 뒤는 인테그랄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을 적용했는데 노면충격을 잘 흡수하면서도 고속에선 단단함을 유지한다. 

 스포츠 세단의 제품 성격에서 고민거리 중 하나는 핸들링과 승차감의 조화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서로 대척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모든 자동차제조사가 어떻게 둘을 조화시킬지 적지 않은 시장조사를 수행한다. 소비자 의견이 곧 제품 성공 여부와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재규어는 XE의 핸들링과 승차감의 조화를 6대4 정도로 맞춘 것 같다. 스포츠 세단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선 핸들링 비중을 조금 높일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체험한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다. 비교적 편안하고, 정속주행을 하면 차분함마저 들 정도다. 반면 국도에서 굴곡을 지날 때의 핸들링은 인상에 남을 만큼 정확하다. 의도하는 만큼 움직이며, 꽤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감있게 코너를 빠져 나간다.

 정교한 핸들링은 V6 3.0ℓ를 타고 서킷에 들어서자 더욱 명확해졌다. 특히 주행모드를 스포트에 두면 운전자 의도를 뒷받침하는 핸들링의 절묘함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V6 제품의 시승장소를 서킷으로 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국내에 판매될 V6 3.0ℓ 슈퍼차저는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1초에 달린다. 고출력 제품인 만큼 확실히 달리기에선 2.0ℓ 디젤과 가솔린이 따라오지 못한다. 서킷을 도는 동안 헤어핀 코너에서 거침없이 돌아나가는 지지력도 일품이다.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치고출력 200마력에 최대토크 28.6㎏·m를 낸다. 디젤과 마찬가지로 최대토크 발휘 구간이 1,750rpm부터 시작한다. 덕분에 빠른 응답성과 함께 속도를 올리는 회전력이 좋다. 재규어가 공식적으로 밝힌 0→시속 100㎞ 가속에는 7.7초가 걸린다. 확실히 진동소음이 적고 가속면에서 부드럽다.
 
 모든 차종에 적용한 앞뒤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는 제동성에서 확실한 능력을 보여준다. 고속에서 급제동했을 때 차체의 쏠림현상을 많이 억제한다. 오랜 시간 스포츠 럭셔리 세단을 만들어 온 노하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밖에 안전 및 편의품목은 다양하다. 바퀴 굴림을 통합 관리하는 전지형 프로그래스 컨트롤, 11개의 스피커를 내장한 메르디안 카오디오, 주차보조 시스템 등을 갖췄다. 자동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각지대 감지장치 등은 국내 도입을 검토중이다.

 ▲총평
 재규어는 XE에 얹은 엔진명 앞에 "인제니움(Ingenium)"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지난해 7월 선보인 재규어·랜드로버의 신형 엔진으로, 경량화와 마찰 감소를 통해 높은 성능과 효율을 추구했다. 최신 터보차저를 조합해 저속 성능을 향상시켰으며,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료 소비를 줄였다. 특히 마찰 저감을 위해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트윈 역회전 밸런스 샤프트를 채택했는데, 이전 엔진과 비교하면 17%의 마찰 감소를 이뤄냈다고 한다.

 현지에서 재규어 엔지니어로부터 들은 "인제니움"의 뜻은 "지니어스(genius)"와 "엔지니어(engineer)"의 합성어다. "천재적인 엔지니어들이 모여 만든 새로운 엔진"이라는 의미다. 이는 곧 재규어가 XE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의 아성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목표의식은 컴팩트 세단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원동력이 됐고, 제품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시승 후 내린 결론은 매우 명확하다. 3시리즈와 C클래스의 공고한 기반을 XE가 흔들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재규어의 독일 컴팩트 세단 공략 의지는 판매가격에서도 읽을 수 있다. 디젤은 4,760만~5,510만 원이고, 2.0ℓ 가솔린은 4,800만 원, V6 3.0ℓ 가솔린은 6,900만 원이다. 3시리즈와 C클래스를 염두에 둔 가격이다.

 한편, 국내 연료효율 인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규어는 인제니움 엔진의 효율과 알루미늄 차체의 경량화를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결과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르바나(스페인)=권용주 기자
 사진제공/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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