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엔진으로 전기 만드는 PHEV, 쉐보레 볼트

입력 2015년06월23일 00시00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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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친환경차의 종류는 오직 전기로만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EV)부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HEV), 하이브리드에서 전기 동력의 비중을 높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연료전지에서 필요한 전력을 얻는 연료전지차(FCEV)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 모두 전기를 이용해 동력을 만들어내는 게 공통점이다.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자동차 배출가스가 지목된 탓에 내연기관을 대체하거나 역할을 줄여 배출가스를 감축하자는 논의의 결과다. 그 중 전기 동력이 가장 효과적인 대체재로 인식되면서 결국 친환경차도 전기 동력의 비중에 따라 구분하는 셈이다. 


 그러나 주행거리 연장전기차(REEV, Range Extender Electronic Vehicle)는 친환경차로는 다소 생경하다. REEV는 순수 EV처럼 움직이지만 HEV처럼 엔진을 갖고 있으며, PHEV와 같이 플러그를 통한 완속 충전이 가능하다. EV와 HEV, PHEV의 장점이 모두 결합된 형태로, 대표적인 차종이 쉐보레 볼트다.


 쉐보레 볼트는 1.4ℓ의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있다. 이 엔진은 구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오직 전기 동력용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사용된다. 이렇게 채워진 전력으로 전기모터를 돌려 구동한다. 엔진은 발전기 역할에 머물 뿐 직접 구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때문에 주행거리 확장이 가능했다. 쉐보레 볼트를 가리켜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로 부르는 이유다. 전기차의 한정된 인프라와 주행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차다.   


 쉐보레 볼트는 미국에서 지난 2010년 등장했다. 양산 초반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형태 로 분류상 많은 논란을 낳았다. 순수 EV의 경우 전기로만 움직여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데 반해 볼트는 엔진이 있어 배출가스가 불가피했다. 따라서 이 차를 순수 EV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왔고, "보조금" 지급에 혼란이 생겼다. 


 격론이 오고가자 미국 정부는 동력의 구성을 떠나 전기 동력으로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 보조금 지급의 잣대로 삼았다. 오염물질 배출 없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길면 길수록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에 따른 셈이다. 이 때문에 볼트는 전기차에 준하는 주행거리를 인정받아 보조금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미국에서 볼트를 전기차로 인정한 배경이다.


 실제 볼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PHEV의 주행거리 30-40㎞를 앞선 주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완충 시 1세대 볼트의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약 40마일(약 64㎞)이었고, 2세대 볼트는 80㎞까지 늘었다. 일반적인 PHEV 배터리 용량이 9-10㎾h인 반면 볼트는 1세대 16㎾h, 2세대는 18.4㎾h로 용량을 늘어났다. 순수 EV의 배터리 용량(18-27㎾h)에 근접한 수준으로, 그만큼 주행거리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하니 연료만 충분하면 사실상 무한대의 거리를 전기 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1세대는 국내에서 볼 수 없었지만 2세대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세계전기자동차학술대회에서 한국지엠이 2세대 볼트의 국내 출시를 알린 것. 국내 친환경차 시장이 성숙했다는 판단에서다. 출시를 1년여 앞둔 지금 1세대 볼트를 시승했다. 


 해외 모터쇼 등에서 종종 봐왔던 덕분에 겉모습이 익숙하다. 게다가 지난 2011년 한국지엠은 인천 청라주행시험장에서 볼트의 언론 시승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아주 짧은 구간을 탑승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만남은 약 4년만으로, 주행시험장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시승이 이뤄졌다. 


 배터리는 완충상태가 아니었다. 키를 소지하고 다가서니 계기판에 현재 주행 가능한 거리가 표시됐다. 약 37㎞를 주행할 수 있었으며, 이는 제한적인 조건일 때의 최대치다. 에어컨이나 적재량, 도로 상황 등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 주행 가능 거리는 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1세대 볼트의 전기모터 출력은 105㎾에 달한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142마력이다. 전기모터만으로 충분한 성능이다. 또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토크도 뛰어나다. 순발력이 월등하니 가속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 속도가 금방 붙는다. 내연기관차의 출발 가속보다 재빠르게 움직인다.


 주행 중에도 볼트는 계속 에너지를 충전한다.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가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늘리기 때문이다. 다른 친환경차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주행 중 발생하는 여러 에너지를 모은다. 회생 제동 브레이크는 가장 흔하게 장착되는 기술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마찰 에너지 등을 전력화한다. 문제는 이 기술이 들어간 브레이크는 제동이 약간 밀리는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볼트 역시 이 같은 단점을 피할 수 없다.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제한 속도 100㎞/h의 구간에서 여느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달렸다. 최고시속도 손쉽게 냈고, 한마디로 이질감이 없는 달리기가 가능했다. 보통 전기차하면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만 볼트는 애초부터 내연기관에 버금가는 동력 성능이 목표였기에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전기모터를 돌려 바퀴를 굴린다는 점 때문에 동력계 소음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풍절음이나 바닥 소음은 조금씩 들어온다. 시트의 안락함도 미국차다운 편안함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상당한 주행 감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예정된 37㎞보다 7㎞가 짧은 30㎞를 전기동력으로 주행했다. 높은 낮기온으로 에어컨을 작동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고속도로에서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고속을 유지했던 점도 주행거리가 줄어든 이유다. 

 이렇게 배터리 주행이 종료되자 곧바로 엔진이 가동한다. 이 때 계기판의 배터리 잔량 표시 그래픽은 주유량 게이지로 바뀐다. 이어 0.0ℓ라고 표시되던 연료 소모량이 조금씩 늘면서 엔진이 어떻게 배터리를 충전하는지 알려준다. 


 총 주행거리 73.6㎞ 중 전기 동력만으로 주행한 30㎞를 제외한 43.6㎞ 주행에 소모된 연료는 불과 2.2ℓ, 전체 주행거리를 따져봤을 때 ℓ당 33.33㎞를 내달린 셈이다. 이 정도면 현재 판매 중인 여러 하이브리드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만약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였다면 효율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잠시 쉬어가는 길에 완전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했다. 별도의 충전 시설이 없이 일반 가정용 콘센트에 충전선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가능했다. 지하주차장 기둥에 마련된 콘센트에 충전선을 꽂아 연결했더니 충전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1시간에 약 20㎞를 움직일 수 있는 양을 확보했다. 완충까지는 220V 기준으로 약 4시간이 필요하다.


 볼트의 장점은 여기서 극대화된다. 현존 모든 PHEV가 갖는 장점이기도 하다. 즉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 볼트로 출근할 경우 업무 시간에는 일터의 전기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하고, 귀가 후에는 거주지 콘센트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것만으로 국내 운전자의 하루 평균 주행 거리 33㎞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간혹 이동이 많은 날이라도 충전 부담 없이 엔진 동력을 이용해 달릴 수 있어 유용하다. 


 국내 판매에서 관건은 친환경차 기준이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정책은 이산화탄소 저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에 따른 보조금 지급도 이뤄진다. 그런데 단순히 파워트레인 형태만 동일하면 모두 같은 차로 취급한다. 다시 말해 전기 동력 주행거리의 길고 짧음을 떠나 PHEV 방식이라면 동일한 차로 여겨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이런 일괄적인 적용은 제조사의 기술 개발과 신기술 소개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볼트가 처음 나왔을 때 기존의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바꿨다. 다양한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기존 기준으로는 새 기술을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새로운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안의 하나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구간을 제시하고 각 구간마다 보조금을 따로 책정하자는 것.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EV, REEV, HEV, PHEV, 연료전지차(FCEV) 등 어떤 친환경차라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보조금 지급의 정당성이 명확하다. 이 기준은 내연기관 또한 해당될 수 있어 자동차 전반의 친환경 기술을 촉진한다.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굳이 자동차를 가릴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조금 구간이 설정되면 소비자는 친환경차 구입에 부담이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친환경차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친환경차 보급이 보조금 지급 기준에 달려있다면 보다 현실성이 높은 제도를 채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지엠 역시 이런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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