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미래를 담다, 토요타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

입력 2015년06월30일 00시00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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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자이언트 로보 ~지구가 정지한 날~"에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시즈마 드라이브"라는 동력원이 등장한다. 이 에너지의 특징은 높은 에너지 효율, 완전 무해,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작품 내에서 시즈마 드라이브를 둘러싼 세계 정보 기구와 악당 집단의 싸움이 긴장감 있게 표현된다.  


 현실에서 시즈마 드라이브와 같이 주목받는 에너지원은 수소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원소로, 단위 무게 당 연소열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소를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삼자는 논의가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수소는 지구 어디서나 흔하게 구할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나라일수록 관심이 높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북부 대지진 이후 에너지 독립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하자 원자력 발전소 운용도 점차 축소 상황에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은 가장 효율적인 전기 생산 방식으로, 이를 대체해야 할 무언가로 수소가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수소 사회의 출현으로, 일본과 같이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도 수소를 사용한 미래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수소 엔진이 각광 받았지만 연료의 저장 방식과 효율성에서 의문부호가 따랐다. 대신 수소가 산소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한 연료 전지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은 40-60%로, 내연기관의 20%를 상회한다. 이를 전기차 시스템에 접목한 것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즉 FCEV다. 


 FCEV는 전기모터를 돌려 차를 구동한다는 점에서 전기차와 작동원리가 같다. 하지만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충전 과정이 필요한 반면, 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얻는 과정에서 전기를 이용하는 만큼 수소 충전이 필수다. 


 세부적으로는 전해질 양 쪽의 양극과 음극을 샌드위치 형태로 두고, 음극에 모인 수소 분자를 촉매를 이용해 수소 이온과 전자로 분리한다. 분리된 수소 이온은 전해질을 통과하면서 산소와 만나 물이 되고, 남은 전자를 외부 회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전류를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류는 직류여서 모터 구동에 필요한 교류로 변환된다.  

 이 연료전지차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든 회사는 한국의 현대차와 일본의 토요타다. 에너지 안보가 절실한 두 나라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점이 재미 있다. 현대차의 경우 투싼 FCEV 양산에 성공, 세계 최초 FCEV 양산 회사의 명예를 얻었고, 토요타는 세단 미라이를 통해 누구나 구입이 가능한 FCEV를 꿈꾸고 있다. 


 미라이는 이름부터 토요타의 미래를 담았다. 미라이(みらい, 未来) 의미가 바로 미래인 것. 토요타는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견인차로서 미라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어야 보급의 기틀이 다져지고, 이는 새로운 FCEV의 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대차가 대당 1억5,000만원의 고가인 것에 비해 미라이는 7,000만원 정도로 절반 수준이다. 미라이를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 메가웹에서 시승했다. 


 미라이의 외관은 이름만큼 진취적이다. 우선 전면의 경우 산소 확보와 연료전지 시스템의 냉각을 위해 일반 전기차와 다르게 라디에이터 그릴이 뚫려 있다. 좌우 그릴은 매우 도드라져 FCEV의 독자성을 상징한다. 특히 헤드램프의 경우 4개의 LED를 일렬로 배치, 참신한 분위기를 낸다. 방향지시등 등은 헤드램프를 빠져나와 실용성과 공기역학에 기여했다. 


 옆면의 핵심은 물방울이다. 오늘날 모든 자동차 회사는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에 공기역학 구조를 채택하는데, 물방울은 가장 공기 저항이 적은 형태로 알려져 있다. 미라이 역시 물방울을 형상화했다. 후면은 사다리꼴 모양이 대담함을 풍긴다. 동시에 안정감이 상당하다. 범퍼 아래는 공기가 빠져나가는 경쾌함을 표현했다. 


 실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표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와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라이만의 개성이 확실하다. 특히 시트의 경우 패드 표면에 표피를 씌우는 기존의 공법에서 벗어나 금형에 부착한 표피 안에 시트 패드의 원료인 우레탄을 집어넣는 표피 일체 발포 공법으로 제작됐다. 센터페시어에는 솟아오르는 듯한 디자인의 고정밀 4.2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공조 시스템 조작은 반반한 패널을 가볍게 터치하는 것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뒷좌석은 포지션이 약간 높다. 이는 수소 연료전지 스택과 배터리 등이 시트 아래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토요타 홍보부 기획실 부장 나카이 히사시는 "무게 배분에 있어 안정감을 추구하기 위해 시트 아래에 연료전지 스택과 배터리를 넣었다"며 "이를 통해 친환경차면서도 주행성능을 추구하는 재미있는 차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라이의 동력계는 크게 연료전지 스택과 고압 수소 탱크, 모터 등으로 구성된다. 우선 연료전지 스택은 토요타가 자체 개발한 스택으로, 고체 고분자형으로 분류한다. 체적 출력 밀도는 ℓ당 3.1㎾, 최고 출력은 114㎾(155마력)에 이른다. 가습방식은 내부 순환(無가습기)이다. 수소탱크는 2개가 들어가며, 탱크 내부는 약 700기압의 압력이 형성돼 있다. 저장 성능은 5.7wt%(탱크 중량에 대한 수소 저장량)로, 전방 탱크에는 60.0ℓ, 후방 탱크에는 64.4ℓ 총 122.4ℓ의 수소 저장이 가능하다.

 모터는 교류 동기 전동기를 얹었다. 최고 113㎾(154마력)를 낸다. 최대 34.2㎏·m의 높은 토크가 강점이다. 구동용 배터리는 니켈-수소 배터리다. 


 전기차처럼 움직인다는 특성 때문에 출발 가속에서 훌륭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메가웹의 트랙은 일반인도 함께 체험하는 공간으로 안전상 높은 속도를 낼 순 없었지만 특유의 출발 가속 느낌은 일품이었다. 속도를 줄였다가 순간적인 힘을 낼 때도 민첩함이 느껴진다. 다만 제동은 에너지 회생 시스템의 단점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약간의 밀림 현상이 있었던 것. 그 외에는 움직이고, 서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전기모터 구동계를 장착한 덕분에 소음은 놀라울 만큼 억제됐다. 높은 속도에서도 아무런 제약없이 음악 감상이나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했다. 진동소음 억제력은 승용차의 안락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여서 확실한 강점이 아닐 수 없다. 토요타 하면 특유의 NVH가 일품인데, 친환경차에서는 더욱 극대화된 모습이다. 


 차는 꽤 안정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가속하고, 코너를 돌고, 속도를 줄이고, 재가속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검증을 해온 토요타의 기술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동력원의 종류만 다를 뿐 이를 활용해 차를 움직이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FCEV 미라이의 뿌리는 토요타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하이브리드 양산차 프리우스에 있다는 의미다. 


 구동 시 생성되는 물은 일반 내연기관차의 배기구 부위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재미있는 점은 배출구를 막을 수 있다는 부분인데, 이는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토요타 설명이다. 공공장소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니 배출구 개폐를 통해 원할 때 물을 밖으로 빼내라는 것. 참으로 일본인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간혹 수소를 직접 싣고 다닌다는 점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의 안전성에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토요타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미라이의 수소 안전성 확보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지닌다. 우선 "수소가 새어 나가지 않을 것", "새어 나가도 즉시 누출을 감지해 수소를 차단할 것"이 있다. 마지막은 "새어 나간 수소는 즉각 흩어지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수소 투과 억제 성능, 강도, 내구성이 뛰어난 탱크를 채용하고, 수소 검지기를 장착해 수소 누출 경고와 탱크 밸브 차단을 시도한다. 또한 수소 탱크 등 관련 부품을 자동차의 바깥에 적용, 새어나온 수소가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했다. 충돌 시에도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사할 수 있는 구조를 채용하고, 전후측 모든 충돌에 수소 탱크를 보호하는 안전성을 실현했다.
 
 확실히 수소연료전지차는 아직 생소하다. 일본에서도 수소 충전이 가능한 곳에서 제한적인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올 가을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이 역시 수소 충전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 먼저 시작하겠다는 게 토요타의 방침이다. 
 

 여전히 비싼 가격도 문제다. 미라이는 약 7,000만원 중반에 판매되는데, 일본 정부의 친환경차 특별 보조금(약 2,000만원)을 더해도 5,000만원 이상이다. 게다가 수소 가격은 일본 기준으로 ℓ당 1만원에서 1만5,000원 수준으로, 완충 시 약 5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만큼 경제성이 더 확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토요타 역시 현재는 정부나 환경관련 기관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어떤 차든 신기술이 도입되면 가격 문제에 봉착하기 마련으로, 초기 정착을 위해 정부와 기관 주도 보급이 이뤄져야만 해서다. 이렇게 보급된 친환경 기술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 퍼질수록 제품 단가는 낮아지고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진다. 프리우스 역시 초기 가격와 지금의 가격은 3배 정도의 차이가 있다. 


 단순히 FCEV를 그저 비싼 친환경차로 치부해서도 곤란하다. 분명 수소 에너지는 미래의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대두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토요타 역시 미라이가 시장 선점을 위한 차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FCEV를 등장시킬 촉매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 FCEV 세단을 강조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 투싼 FCEV는 미라이의 훌륭한 동반자이고, 미라이 역시 투싼 FCEV의 시장 확대 파트너다. 다양한 FCEV가 등장할 때 비로소 경제성과 대중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토요타의 설명이다. 
  
오다이바(도쿄)=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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