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플래그십을 꿈꾸는 경차, 쉐보레 2세대 스파크

입력 2015년07월02일 00시00분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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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카플레이가 켜지면 목소리로 수신자를 찾아 전화를 건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음을 내고, 사각지대에서 다른 차가 접근하면 경고등에 불을 밝힌다. 앞 차와 사이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 안전거리 확보가 불가능해도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이 모든 것이 대형 고급차에 적용되는 첨단 기능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한국지엠이 7년 만에 선보인 쉐보레 스파크에서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한국지엠은 신형을 출시하면서 "경차를 뛰어넘는 경차"를 강조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였다. 역동성과 효율성을 더한 외관 디자인, 고급스러움을 더한 실내 공간, 개선된 동력 성능, 동급 최고의 안정성, 상위 차급을 뛰어넘는 편의·안전품목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가격 상승은 최대한 억제해 경쟁력을 키웠다. 7년 만의 변신 후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더 넥스트 스파크"를 시승했다. 

 ▲디자인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하지 않은 부분을 찾기 어렵다. 가장 먼저 이미지를 결정하는 차체 비율이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길이와 너비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지만 높이를 낮췄다. 보다 역동적이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으로 효율성도 개선됐다. 

 전후면은 극히 남성적이었던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워졌다. 다만 섬세한 디자인 요소를 배치해 또렷한 인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쉐보레의 듀얼 포트 디자인 정체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을 탑재한 헤드램프, 대형 안개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측면 캐릭터 라인으로 속도감을 더했다. 이전과 동일하게 뒷문 손잡이는 글라스 디자인에 녹여냈다. 16인치까지 선택 가능한 알로이 휠은 세련미를 더한다. 뒷모습도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부메랑 형태로 휘어진 리어램프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뒷유리는 차체에 비해 널찍해 시원하다. 

 실내는 아기자기하고 아늑하다. 곳곳을 활용할 수 있도록 수납 공간을 만들었다. LED 계기판은 가독성이 좋고, 디지털 그래픽 화면은 자동차 정보와 주행관련 메시지를 전달한다. 차체와 비교해 큼지막한 스티어링 휠은 각종 조작버튼을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센터페시아는 그로시한 재질로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7인치 스크린은 후방 카메라는 물론, 애플 카플레이를 실현하기에 용이하다. 조작감도 나쁘지 않다.     

 ▲성능
 신형 스파크는 3기통 1.0ℓ 에코텍 엔진과 C-TECH 무단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75마력, 최대 9.7㎏·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 효율은 ℓ당 14.8㎞다. 

 경차는 법률상 "경제적인 차"라는 의미지만 사실 작고 가벼운 차이기도 하다. 신형의 경우 공차 중량이 900~910㎏에 그친다. 운전을 해보면 확실히 가볍고 경쾌하다. 차체도 작아서 차와 차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고 다니기 쉽다. 바쁜 출근길에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부분이다.   

 다만 첫 발을 뗐을 때 가속은 굼뜬 편이다. 아무래도 작은 배기량에서 오는 한계인 듯하다. 가속을 이어가면 힘을 끄집어 내기 위해 엔진 회전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3,500~4,000rpm 사이에서 순간 속도가 치고 올라간다.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시속 120㎞까지는 무리없다. 쉐보레가 준중형급의 체감 성능을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쉐보레의 강점이기도 한 소음진동 억제력은 경차에서도 실력을 그대로 발휘한다. 물론 속력이 올라갈수록 풍절음과 노면소음, 엔진음이 귀를 괴롭히지만 80㎞/h 이하에서는 상당히 조용하다. 원하는 노래를 듣기에 문제없는 수준이다. 

 기존에 지적됐던 등판력도 개선됐다. 22%에서 27%까지 향상됐다. 실제 오르막을 오르는 코스에서 공조계 등 모든 기능을 그대로 사용한 채 지체없이 주행했다. 내려오는 길에선 브레이크가 제 역할을 했다. 쉐보레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이지만 제동 성능은 확실하다. 

 무의식적으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꿀 때면 어김없이 경고음이 울린다. 차선이 명료할 수록 인식률이 높다. 졸음운전을 하거나 시선이탈 시에 도움이 된다. 뒤에 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차선을 변경하려면 사이드 미러에 위치한 경고 불빛이 반짝인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각지대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앞 차와 충돌 경고는 운전자가 직접 거리를 설정할 수 있다. 

 쉐보레는 경차와 소형차, 준중형차급까지 내비게이션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준중형차급 이하 소비자는 대부분 젊은층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형에도 내비게이션 대신 애플 카플레이를 탑재했다. 스파크와 아이폰을 연결하면 애플 지도를 사용할 수 있고, 각종 어플리케이션도 이용 가능하다. 목소리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는 기능도 마련됐다. 실제 아이폰을 연결하는 것 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카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었다. 

 ▲총평
 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상위 차급을 뛰어넘고 있다. 저렴하고 가볍고 효율이 좋으면서도 안락하고 성능이 좋은 차를 원하는 것. 사실 이는 플래그십 차종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한정된 가격 범위 내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던 경차의 고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7년 만에 완전 변경을 거친 차세대 스파크가 그 선두에 섰다. 경차의 한계를 뛰어넘어 획기적인 제품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향후 경쟁 차종과의 3파전이 어떻게 펼쳐질 지 기대가 된다. 가격은 수동변속기 1,015만(C-테크 163만원 추가)~1,308만원, 에코 트림 1,227만~1,499만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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