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디자인 전문학교 CCS에 미국을 비롯한 남미, 중동, 아시아 언론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GM이 마련한 ‘2015 파워드 이노베이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곳에 GM은 부문별 최고경영진을 투입, 다가올 미래의 준비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토요타와 글로벌 판매 1위를 다투는 GM으로선 현재와 함께 미래시장 또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지구 곳곳에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연결성(Connectivity), 전력화(Electrification), 동력(Powertrain) 그리고 미래 연구개발(Research & Development)’ 등 4개 세션으로 구성해 열었다. 부문별로 현재 진행하는 것과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전력화와 연결성 부문에선 GM이 앞선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
GM의 연결성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장성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가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 수 있도록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4G LTE 방식의 텔레매틱스인 ‘온스타로 차 상태를 점검하는 건 물론이다. 즉 모든 정보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GM 커넥티드 서비스부문 알리샤 볼러 데이비스 부사장은 "2016년에 GM이 내놓을 14종의 쉐보레차에 애플 카플레이를 적용한다"며 "이미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에는 적용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연동으로 "스마트 자동차생활"을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다.
전기차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팜 플래처 GM 글로벌전기차개발 총괄임원은 GM의 전기차전략으로 차세대 주행거리연장(EREV) 볼트(Volt)와 순수 EV 볼트(Bolt) 컨셉트를 소개했다. 그 중 차세대 볼트는 전기로 구동 가능한 거리만 80㎞에 달하며, 1.5ℓ 가솔린 엔진으로 발전하면 최장 678㎞까지 달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배터리 용량을 순수 전기차에 버금가는 18.4㎾h로 늘렸지만 오히려 무게는 9㎏ 줄였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플래처 총괄은 배터리의 발전속도를 예상하는 질문에 "무어의 법칙처럼 1~2년에 두 배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차세대 볼트의 경우 1세대에 비해 부피는 그대로이지만 배터리 용량이 증가된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GM의 기술책임자 존 러크너 부사장의 프리젠테이션도 있었다. 그는 "1440년 구텐베르크가 기계 방식의 활자를 발명한 후 지식은 보편화됐다"며 "자동차는 앞으로 수많은 전자기기와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GM에 따르면 2000년 초반 자동차에 탑재한 전자부품은 20여 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75개 내외로 늘었다. 또 2000년 100만 개였던 프로그램 코드라인은 2010년 1,000만 개, 지금은 1억 개에 이른다. 지능화에 따른 자동차의 컴퓨터화가 가져온 결과이고, 앞으로 이런 현상은 외부 전자기기 연결로 더욱 심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러크너 부사장은 "쉐보레는 홀로서기보다 외부 협력사와 넓은 의미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그 결과로 커넥티비티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술개발속도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소비자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GM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워트레인부문은 댄 니콜슨 부사장이 나섰다. 그는 "오는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30가지의 새로운 GM의 파워트레인이 등장하는데, 가솔린 엔진은 3기통 1.0ℓ에서 8기통 7.0ℓ까지 준비하고, 디젤 또한 3기통 1.0ℓ부터 8기통 6.6ℓ까지 완성한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어 변속기는 전후륜 6단과 8단 외에 무단 및 건식 DCT를 이미 확보했고, 전륜은 9단, 후륜은 10단도 이미 개발했다고 언급했다. GM 또한 고효율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파워트레인 개선을 통해 효율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모든 세션이 끝나고 이튿날에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에 내놓을 신차들의 짧은 시승을 진행했다. 그 중 관심을 끈 차종은 국내에 판매할 말리부와 2세대 볼트였다. 시승구간이 워낙 짧고, 속도 또한 시속 40㎞ 이하로 제한돼 가속성능 등의 체감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승차감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본형 말리부는 마치 토요타 캠리를 타는 듯한 편안한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정숙성도 매우 뛰어난 편이어서 오히려 미국보다 한국 소비자 정서에 적합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반면 말리부 터보는 서스펜션 세팅을 단단하게 마무리,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냈다.
2세대 볼트는 순수 전기로만 운행했는데, GM에 따르면 전기로만 최장 80㎞를 달릴 수 있다. 이는 그 만큼 배터리 용량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대부분 PHEV의 배터리 용량이 9~10㎾h인 반면 차세대 볼트는 18.4㎾h로, 순수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에 근접한다. 타보면 전기차답게 모터 회전 소리 외에 다른 소음은 없다. 1회 충전과 주유로 최대 676㎞를 달릴 수 있으며, 2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1세대와 비교해 가속성능을 19% 높였다. 또 1세대보다 45㎏ 가볍고 효율은 최대 12% 개선한 새로운 드라이브 유닛을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 후면 패들을 통해 운전자가 능동적으로 회생에너지 생성을 제어할 수 있는 온 디맨드 리젠 시스템도 채택했다. 그러나 워낙 시승거리가 짧아 각종 기능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GM이 보여주려 한 건 가까운 미래의 경쟁력이다. 특히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각종 주변정보의 연결과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를 대중화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었다. 미국 내 판매 1위, 글로벌 판매 2위라는 지위에 걸맞게 미래를 앞서 개척하려는 의지는 분명했다. 한 때 "공룡의 몰락"으로 불릴만큼 휘청거렸던 GM이지만 이번에 보여준 미래 기술력은 "저력의 GM"을 다시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
이 회사 존 러크너 CTO는 "쉐보레는 소비자를 위해 협력의 기회를 넓히는 "스코프(scope)", 소비자를 만족하는 제품의 "선택성(selectivity)", 앞서 나가는 "속도(speed)" 그리고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규모(scale)" 등의 네 가지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트로이트=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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