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중형차 디자인의 완성, 기아차 K5

입력 2015년07월22일 00시00분 구기성 기자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기아자동차가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하면서 얻은 보물이 있다. 직선의 단순화, 호랑이 코 형태의 그릴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정체성이 그 것이다. 그 가운데 K5는 기아차 디자인 경영의 상징으로 꼽힌다. 전제 제품군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는 동시에 디자인 완성도가 정점에 달해서다.

 원작보다 나은 후속작 만들기가 쉽지 않은 만큼 기아차는 차세대 K5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두 얼굴" 전략이다. 동력계는 다섯 가지를 준비했다. 이 가운데 모던 익스트림(MX)으로 분류하는 2.0ℓ 가솔린과 1.7ℓ 디젤을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새 K5의 외관은 레드닷 디자인, iF 디자인, 굿디자인을 수상한 1세대의 높은 완성도를 보완한 정도다. 일각에선 "부분변경이 아니냐"라고 지적할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그러나 면밀히 보면 전체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전면부는 헤드 램프와 그릴을 잇고 상단에 크롬 가니시를 덧대 일체감을 줬다. 헤드 램프는 모서리가 많아지면서 날카로워졌다. 핫스탬핑 공법을 쓴 그릴은 잘 정돈돼 있다. 범퍼 아래 3구 LED 안개등은 기존 4구 LED의 아이스 큐브와는 다른 분위기다.

 측면은 창을 C필러 너머로 길게 늘렸다. 실내공간 확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뒷좌석 시야도 넓어졌다. 뒷유리 상단을 이루는 선과 측면 창의 모서리가 교차되는 점도 극적이다. 18인치 알로이 휠은 힘을 더한 형상이다. 후면부는 사각형 테일 램프를 길게 빼냈다. LED 점등 형태는 쏘렌토에 선보인 그 모습이다. 범퍼 아래는 볼록하게 처리해 단조로울 뻔했던 면에 입체감을 살렸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 구조 외엔 구형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 다기능 스티어링 휠은 림이 얇아 움켜잡았을 때 어색하다. 그러나 운전석쪽으로 기운 센터페시아는 조작이 편하다. 송풍구와 각 버튼은 실물로 봤을 때 더 크게 와 닿는다. 편의품목은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가 돋보인다. 프레스티지 트림 이상에 적용하며, 별도의 조작없이 스마트폰을 충전공간에 올려 놓으면 된다. 차에 휴대폰을 두고 내릴 경우 이를 안내하는 기능도 있다.

 세미 버킷 형태의 앞좌석은 착좌감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2세대 시트 프레임을 기반으로 각 부분별로 경도를 달리한 덕분이다. 어깨와 허벅지가 닿는 곳엔 푹신함을, 럼버 서포트와 볼스터엔 단단함을 강조했다. 운전석에서 조수석 설정이 가능한 워크인 디바이스는 데이트 시 유용할 것 같다. 뒷좌석은 수동식 햇빛가리개를 갖췄다. 휠베이스를 늘린 만큼 레그룸도 여유가 생겼다.





 ▲성능
 2.0ℓ 가솔린은 중형 세단을 상징하는 엔진답게 주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K5는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함께 구형에 얹은 엔진을 재설정하는 데 그쳤다. 성능은 최고 168마력, 최대 20.5㎏·m를 낸다. 1세대와 비교했을 때 최고출력이 나오는 시점은 6,800rpm에서 6,500rpm으로 내려갔으나 출력은 4마력 떨어졌다. 6단 자동변속기도 그대로다. 동력성능의 개선점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다. 효율(18인치 휠 기준)은 복합 12.0㎞/ℓ다.

 동력계 외엔 많은 부분을 개선했음을 알 수 있다. 32비트로 응답성을 높인 파워 스티어링은 직결감이 한층 나아졌다. 빠듯한 와인딩 코스는 없었으나 램프 구간에서 속도를 올려봤다. 제법 단단한 서스펜션과 고장력 강판 활용도를 51%까지 높인 효과가 정직하게 드러났다.




 1.7ℓ 디젤은 이미 현대차 i40, 투싼, 쏘나타에 먼저 탑재한 엔진이다. 최고 141마력, 최대 34.7㎏·m를 발휘한다. 실용영역에 초점을 둔 토크밴드 덕분에 가속 시 스트레스를 줄였다. 여기에 7단 더블클러치를 조합해 매끄럽고 효율적인 변속을 이뤄낸다. 효율은 18인치 휠 기준 복합 16.0㎞/ℓ이다.

 디젤차의 또 하나 두드러지는 특징은 흡차음 기술 개선을 바탕으로 한 소음·진동대책이다. 전방위적인 정숙성 향상은 가솔린 엔진 수준까지 도달했다. 새 K5에 윈드실드 몰딩, 원턴 구조 웨더스트립, 언더커버, 앞뒤 바퀴 멤버 부시 확대, 엔진 마운트 결합강성 확보, 대시보드 흡차움재 적용 등을 통해 풍절음, 노면 및 엔진 소음을 잡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다방면에서 가솔린차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지만 무거운 엔진은 단점이다. 차체 앞부분에 무게가 더 쏠리는 탓에 선회능력과 제동력이 가솔린차보다 떨어진다.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디젤차의 공차중량은 1,530㎏으로 2.0ℓ 가솔린차보다 60㎏이 더 나간다.



 ▲총평
 K5는 많이 바뀌지 않은 듯 하면서도 많이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신선하지 않다는 평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만200대 이상의 사전계약이 방증하듯 소비자들이 새 K5를 기다려온 것도 사실이다.

 기아차가 두 가지 제품을 시승회에 가져온 이유는 다섯 가지 동력계 가운데 기대치가 높은 주력제품이어서다. 디젤은 가솔린을 넘어설 수 있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 거란 추측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30년간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 온 쏘나타다. 그래서 쏘나타와 차별화되는 별도의 전략이 필요하고, 기아차는 이를 디자인으로 삼았다. 

 새 차의 판매가격은 2.0ℓ 가솔린 2,245만~2,870만 원, 1.7ℓ 디젤 2,480만~2,92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시승]신의 한 수일까? 쌍용차 2.2ℓ 코란도 C
▶ [시승]북미서 인정받은 가솔린 SUV, 혼다 파일럿
▶ [시승]재기 발랄한 주행, 캐딜락 ATS 쿠페
▶ [시승]다변화 전략의 근간, 쏘나타 1.6ℓ 터보·1.7ℓ 디젤
▶ [시승]성공신화는 계속된다, 쌍용차 1.6ℓ 티볼리 디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