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맛, 징기스칸

입력 2015년08월16일 00시00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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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를 상징하는 것은 단연 눈(雪)이다. 도(道)의 로고 또한 눈송이를 형상화했을 정도다. 이 밖에 홋카이도하면 으레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운하, 곰, 연어 등이다. 털게와 성게도 유명하다. 생으로 먹었을 때 감칠맛이 더한 여름철의 옥수수 또한 별미 중의 별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인들의 대륙 진출 꿈을 엿볼 수 있는 징기스칸(ジンギスカン, 成吉思汗)이 있다. 


 징기스칸은 일본식 양고기 구이다. 본래 일본에서는 양을 기르지 않았지만 침략전쟁 당시 군모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양을 홋카이도에 도입했고, 태평양 전쟁 패망 이후에 쓸모가 없어진 양을 처분(?)하기 위해 징기스칸이 고안됐다. 탄생 자체로 역사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 양이 유래한 과정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쫒는 모험"에 잘 정리돼 있다. 


 양은 나이를 먹을수록 특유의 누린내가 심하게 난다. 때문에 냄새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먹기가 곤란한 것이 바로 이 양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인의 유입으로 양꼬치 구이가 유행하고 있지만 이전까지 양고기는 누린내가 난다는 이유로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징기스칸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양들은 털을 뽑기 위해 기르던 노쇠한 것들이어서 그 때까지 육식을 즐기지 않았던 일본인에게는 특히나 피하고 싶은 요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80년대까지 징기스칸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현재는 수입산 양고기, 그것도 낮은 연령의 양고기가 주를 이룬다. 어린 양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먹기에 좋다. 징기스칸은 홋카이도가 발원지이여서 이 지역에 관광을 왔다면 무조건 먹어야 할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이 요리로 인해 현재 일본에서 양고기는 전국적으로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름의 유래는 몽골의 칭기즈 칸으로, "양고기는 몽골, 몽골은 칭기즈 칸"이라는 말 때문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설로 인정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요시츠네 전골로 부르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민간전승에 따른다. 일본의 고대 인물 중 하나인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몽골로 숨어 들어가 칭기즈 칸이 됐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가 있는 것. 때문에 아직도 "칭기즈 칸=요시츠네"라고 믿는 일본인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징키스칸도 요시츠네라고 한다. 


 삿포로에서 가장 유명한 징기스칸 요리집은 "다루마(だるま)"다. 지난해 일본의 식도락 사이트가 주최하는 "베스트 레스토랑"에 뽑히기도 했다. 창립년도는 1965년으로, 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워낙 인기가 있는 식당이어서 들어가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10명 남짓한 성인이 "ㄷ"자 형태의 탁자에 빙 둘러앉으면 식당이 꽉 찬다. 


 징기스칸은 기본적으로 중앙 부분이 산처럼 솟은 철 냄비에 양파, 대파, 콩나물 등의 채소를 올리고, 그 위에 양고기를 구워먹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양고기는 생고기, 양념에 절인 고기, 냉동고기를 얇게 저민 롤 고기 등 세 가지가 있다. 다루마는 생고기를 판매하며, 콩나물은 올라오지 않는다. 


 철 냄비는 자리마다 놓인 숯 화로 위에서 달군다. 고기를 굽기 위한 기름을 내는 비계를 냄비 가운에 두면 마치 용암처럼 냄비 아래쪽으로 흐른다. 달궈진 냄비에 고기와 채소를 굽고, 다 구워진 것들은 특제 소스에 적셔 먹는다.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조리법 덕분에 양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양고기를 좋아하는 탓도 있겠지만 그 맛이 감미롭기 그지없다. 적당히 구워진 양파와 대파 역시 달착지근한 것이 고기와 어울린다. 그 자리에서 고기 2인분을 뚝딱했다. 


 다루마의 사이드 메뉴 중에 재미있는 것은 발견했다. "엄마가 손수 만든 김치"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정말 손수 담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김치와는 조금 다른 맛이다. 현지화 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식문화가 마치 일본의 식문화로 둔갑한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양고기 구이가 약간 느끼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잡아줄 것이 필요한데, 김치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징기스칸은 맥주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특히 부드러운 육질의 양고기와 맥주의 톡쏘는 청량함이 잘 어울린다. 


 한편, 다루마가 위치한 스스키노 거리는 삿포로 최대 번화가로 꼽힌다. 메이지 시대 당시 이뤄진 홋카이도 개척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5,000여개의 각양각색 상점이 밀집해 있으며, 일본 북부 최대 환락가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각종 유흥업소를 발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호객 행위도 종종 이뤄진다. 
 

삿포로=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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