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태평양 건넌 미국 정통 세단, 쉐보레 임팔라

입력 2015년08월17일 00시00분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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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이래 미국 시장 최다 판매 대형 세단. 1958년 출시 이후 10번의 변화를 거친 10세대. 글로벌 누적 판매 1,600만대. 이른바 쉐보레 임팔라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사실 임팔라는 한국에 생소한 제품이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해 내놓은 첫 번째 플래그십은 호주 홀덴에서 가져 온 스테이츠맨이었고, 뒤를 이은 제품은 베리타스였다. 이후 뷰익 라크로스 기반의 알페온이 플래그십을 떠받쳐 왔다.

 이런 상황에서 임팔라가 들어올 수 있었던 배경은 어디까지나 ‘쉐보레’ 브랜드 도입 덕분이다. 한국지엠이 5년 전 ‘쉐보레’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다양한 쉐보레 차종의 도입 가능성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마침 알페온을 대신할 플래그십을 고민하던 쉐보레는 북미 정통 대형 세단 임팔라를 수입 판매하기로 결정한 뒤 2년에 걸친 준비 끝에 한국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쉐보레가 임팔라를 내놓으며 경쟁으로 지목한 제품은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7 등이다. 현대차 아슬란도 있지만 판매대수와 인지도를 고려할 때 그랜저를 경쟁으로 삼는 게 임팔라 판매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랜저보다 덩치도 크고, 엔진 최고 트림도 3.6ℓ에 달하는 등 직접적인 비교가 쉽지 않지만 주력을 임팔라 2.5ℓ로 삼은 만큼 현대차 그랜저 2.4ℓ와 맞장을 뜨겠다는 전략이다.

 ▲디자인
 앞모습은 낯설음이 별로 없다. 이유는 그간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 말리부 등에서 보아왔던 듀얼 포트 그릴 때문이다. 쉐보레가 디자인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듀얼 포트 그릴은 임팔라 외에 내년에 판매할 차세대 말리부와 지난달 북미에서 공개된 크루즈 신형에도 적용돼 있다. 또한 국내에선 영화 ‘트랜스포머’로 유명세를 탄 쉐보레 카마로가 임팔라의 익숙함을 끌어낸 요인이기도 하다.

 날렵한 앞모습과 달리 뒤태는 조금 밋밋하다. 역동과 품격 사이를 파고 든 형상이지만 차라리 어느 한 쪽으로 무게 비중을 확실히 부여하는 게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나마 리어램프 안쪽의 끝을 트렁크 리드에 맞춰 일체감을 조성한 점이 국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는 요소로 기대된다. 
 
측면은 전체적으로 낮고 길어 보이는 형상이다. 디테일보다 실루엣이 강한 GM의 디자인 능력이 확실히 부각되는 면모다. 리어램프에서 시작된 캐릭터라인은 도어에서 아래로 흘러 자연스러움을 주고, 다시 풀아웃(pull out) 도어 손잡이를 가로지른다. 마치 선(線)이 살아 있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임팔라의 외형 중 가장 시선을 끌어당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내는 캡 포워드 스타일로 최대한 안락하게 운전자를 감싸도록 했다. 외형이 직선적인 것과 달리 실내는 곡선이 많이 활용돼 부드러운 느낌을 담아냈다. 대시보드 자체에 곡선이 많이 활용된 탓에 각종 조절 버튼도 로터리 방식이 두드러진다. 특히 버튼은 좌우 대칭성을 뚜렷하게 부각시켜 일체감을 드러낸다. 스티어링 휠 너머의 계기판도 중앙의 정보창 상하좌우로 대칭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운전자가 편안함을 가질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다.

 ▲성능 및 승차감
 시승차는 3.6ℓ 직분사 엔진 차종이다. 최고 309마력, 36.5㎏.m의 토크가 1,730㎏의 공차 중량을 견인한다.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돼 복합 기준 효율은 ℓ당 9.2㎞에 이른다(도심 7.7㎞, 고속도로 12㎞). 

 버튼 시동키를 눌러 공회전 상태에 두고 잠시 진동소음을 느껴봤다. 비교적 잘 억제된 진동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진동소음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공회전 NVH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그런데 출발을 위해 변속레버를 주차(P)에서 주행(D)으로 옮길 때 잠시 흠칫했다. 이전 쉐보레 차종에선 쉽게 느낄 수 없는 시프트 레버의 조작 느낌 때문이다. 각 위치별 이동에 절도감이 살아 있다. 실용적인 자동차 만들기의 대명사가 미국 차라지만 이제는 미국도 ‘조작의 기능성’ 외에 ‘조작의 감성’을 파고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에 반응하는 3.6ℓ 엔진은 힘이 넘친다. 길이 5,110㎜, 너비 1,855㎜에 이르는 육중한 차체가 페달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3.6ℓ 제품은 역동성을 개발 중심 항목으로 우선했다는 니콜 크라츠 GM 글로벌 중대형 제품개발 총괄의 설명에 수긍이 갈 정도다. 특히 곡선로를 주행할 때 핸들링이 꽤 민첩했는데, 니콜 크라츠 총괄은 "임팔라의 성격을 고려해 완벽하게 어울리는 서스펜션을 선택했다"며 "핸들링과 승차감을 모두 고려했다"고 말한다. 앞에 적용된 맥퍼슨 스트럿과 뒷바퀴에 활용된 알루미늄 재질의 4링크 타입을 지칭한 표현이다. 더욱이 핸들링 보강을 위해 3.6ℓ에는 20인치 휠에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가 채택된 점도 코너링 능력을 높인 배경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엔진의 힘은 속도를 높이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저속으로 운행하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일 때도 만족스럽다. 최근 자동차의 성능 트렌드가 최고 시속이 아닌 순간 가속으로 옮겨가는 것을 고려할 때 적절한 설계로 보여진다. 다만 고속에서 약간의 엔진 소음이 밀려들어 오는데, 크게 거슬리지 않지만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주행 중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FSR ACC)를 작동시켰다. 속도를 시속 80㎞에 설정하고, 크루즈 기능을 작동시킨 후 가감속 페달에서 발을 모두 뗐다. 앞차와의 거리는 근거리, 중거리, 장거리 등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가까운 거리를 놓고 뒤를 따랐다. 그 결과 크루즈 기능의 지능형은 분명했다. 앞차의 속도에 맞춰 스스로 가감속을 하고, 앞차가 멈추면 뒤따라 제동한다. 그리고 앞차가 출발하면 곧 이어 뒤 따라 나선다. 어지간한 도로에서 운전자가 발을 페달에 둘 필요가 없을 만큼 지능적이다. 차선을 벗어나려 하면 경고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 유지토록 한다. 한 마디로 똑똑한 세단인 셈이다. 물론 해당 기능은 3.6ℓ에서 선택품목으로 마련돼 있는데, 편리함을 원한다면 활용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총평
 시승 도중 쉐보레가 강조한 항목 중 하나는 편의품목과 안전성이다. 준대형 소비자일수록 갖가지 편의기능과 안전성의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동식 슬라이딩 8인치 고해상도 풀컬러 터치 스크린과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대표적인 편의기능인데, 연결만 하면 사용이 매우 쉽다. 또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일반 가전제품을 별로 어댑터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220V 인버터도 의외로 유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안전성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신차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는 점, 그리고 앞좌석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에어백을 강조한다. 안전성이 입증될 일은 없는 게 최선이지만 시승 도중 여러 면에서 차체의 묵직한 강성을 느끼게 만든 것은 신뢰를 보태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한다.

 쉐보레는 임팔라의 가격을 2.5ℓ 엔트리를 3,409만원으로 정했다. 같은 배기량의 고급형 LTZ는 3,851만원, 3.6ℓ LTZ는 4,191만원이다. 미국산 직수입 완성차임에도 가격은 최대한 낮게 책정해 한국 내 확장성에 기대를 건 셈이다. 초반 2,000대의 시승차를 전국에 풀어내는 것도 결국 쉐보레의 한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임팔라를 통해 승용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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