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5번 국도를 통해 오타루(小樽)를 지나 요이치(余市)에 이르러 229번 국도에 접어들면 홋카이도의 여름을 상징하는 샤코탄반도(積丹半島)가 시작된다. 샤코탄은 홋카이도의 서부, 시리베시종합진흥국(後志総合振興局)에 속한 반도로 러시아 쪽 동해에 접해 있다.
지역명은 홋카이도의 토착 원주민 아이누족의 언어 중 여름을 뜻하는 샤쿠(シャク)와 마을을 의미하는 코탄(コタン)이 합쳐진 샤쿠코탄(シャクコタン, 여름마을)에서 유래했다. 때문에 홋카이도 내에서도 여름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특히 카무이곶(神威岬), 샤코탄곶(積丹岬) 등으로 단애(수직 또는 급경사의 암석사면) 해안이 "니세코 샤코탄 오타루 해안 국정공원(우리나라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 유일의 해중공원이다.
둘레 약 40㎞인 반도 대부분이 이런 절벽으로 이뤄진 덕분에 해안도로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중 카무이곶은 샤코탄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관광지다. 곶의 끝자락에는 카무이암석(神威岩)이 있는데, 그야말로 기암괴석이 아닐 수 없다.
"카무이"라는 말은 일본어로 "신의 위력", 아이누어로 "신"을 뜻하니 옛사람들이 이 암석을 얼마나 신성시 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카무이암석으로 향하는 20여분의 산책코스 시작점에는 "여자는 들어갈 수 없음"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물론 여성이 출입할 수 없었던 것은 옛날 일이고, 지금은 재미 요소로만 남았다.
카무이암석까지는 좁은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 양쪽으로 동해의 웅대함을 감상할 수 있다. 걷다보면 300도의 둥근 수평선도 감상할 수 있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푸른 쪽빛의 바다는 샤코탄 블루라고 불릴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샤코탄 개척의 역사는 19세기 말 메이지(明治) 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이후 20세기인 쇼와(昭和) 시대에는 청어 잡이로 일본 전역에 유명세를 떨친다. 그 때 당시의 반야(청어 잡이를 위한 오두막), 터널, 옛 고속도로 등이 현재까지도 보존돼 있다.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어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특히 6월부터 8월까지 수확되는 성게는 가장 으뜸가는 지역 특산물이다.
때문에 여름에 샤코탄 여행을 하다보면 길가에 "성게덮밥(生うに丼)"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홋카이도 곳곳에서 성게덮밥을 판매하고 있지만 막 잡아 올린 성게를 맛볼 수 있는 시기는 딱 지금뿐이다. 동해에서 잡힌 싱싱한 해산물을 이용한 해산물덮밥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생 오징어를 얇게 저며 생강과 간장에 곁들여 먹는 오징어회 역시 일품이다. 이 밖에 샤코탄에서는 가을에는 연어잡이, 겨울철엔 대구 낚시가 활발히 이뤄진다.
샤코탄의 시작과 끝인 요이치에는 닛카위스키 요이치증류소가 있다. 일본이 세계 5대 위스키 산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다. 이곳에서는 위스키의 발효, 증류, 숙성 등의 제조공정을 살펴볼 수 있고, 견학 후에는 생산 중인 여러 위스키를 무료로 마셔보는 일이 가능하다. 또한 부지 내의 위스키 박물관에서는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닛카위스키 탄생의 역사를 전문 해설가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이 밖에도 샤코탄에는 다녀볼만한 곳이 가득하다. 해발 1,255m의 샤코다케(積丹岳)의 경우 등산, 바다카약, 다이빙, 윈드서핑, 버드 워칭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고, 온천도 각 마을마다 산재해 있다. 샤코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쿠니항(美国港)는 멍게, 오징어, 전복, 성게 등 해산물을 수확하는 동시에, 낚시 성지로 알려져 강태공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구 요이치 후쿠하라 어장에서는 청어 어장으로서의 샤코탄을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샤코탄(홋카이도)=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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