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세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신차 가격은 차이 나는데, 보유 단계 과세 근거로 일괄적인 배기량을 활용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다. 쉽게 보면 같은 2,000㏄ 엔진이 탑재된 3,000만원짜리 현대차 쏘나타와 신차 가격이 6,000만원에 이르는 BMW 520d의 자동차세금이 같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보유 단계 과세 기준을 가격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하지만 자동차세는 말 그대로 보유할 때 내는 세금이어서 가격 기준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자 양측의 갈등이 마치 국산차와 수입차의 대립으로 비춰지는 등 양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 자동차세 논란은 그간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럴 때마다 단골 메뉴는 한 가지, 형평성이었다. 거래되는 가격 차이가 확연함에도 세금이 같다는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 하지만 마찬가지로 해당 주장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한 반박논리가 자동차세의 근본적인 성격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세는 보유 단계의 세금인 만큼 "보유"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보유는 곧 자동차의 본질인 "운송수단"에 부과되는 세금이어서 재산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맞선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는 근본적인 차이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시각 차이에서 비롯됐다. 한 마디로 자동차를 재산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운송수단에 무게 비중을 둘 것이냐의 갈등이다. 현행 자동차 조세 체계에선 자동차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먼저 재산적 관점에서 세금 부과는 신차 구입 후 등록 때 내야 하는 취득세로 요약된다. 신차 구입 때 공급가격의 7%가 부과되는 취득세는 자동차를 전적으로 재산으로 여겨 부과하는 세금이다. 따라서 신차 가격이 비쌀수록 세금도 많이 부과되고, 이는 중고차 거래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비쌀수록 부가세도 덩달아 늘어 재산으로서의 세금 부담 역할은 충분하다는 입장이 있다.
그런데 논란은 신차 구입 단계가 아닌 보유 단계에서 부과되는 자동차세다. 신차 구입 때는 재산적 가치에 중심을 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보유 단계에선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지 애매해지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는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부과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자동차세는 보유 단계에서 부과하는 것인데, 단지 보유했다고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또 하나의 취득세가 부과되는 것이어서 이중과세에 해당된다는 논리였다.
자동차세가 보유 단계라는 점에서 배기량 기준의 문제가 없다는 논리에는 유류세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보유 단계에서 배기량이 크고 운행이 많으면 기름을 많이 소비하게 되고, 이는 곧 유류세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보유 단계에서 운행적 측면의 과세 역할은 충분하다고 보는 셈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 중 태생적으로 차이나는 재산적 가치가 결코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신차의 재산적 가치가 중고차에도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보유 때도 재산적 가치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도 보유 단계에서 재산적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 과세에 반영하고 있다. 이른바 차령 할인이 그것이다. 출고된 이후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재산적 가치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신차로 나온 후 3년이 지나면 자동차세를 매년 줄여주고 있다. 부동산처럼 가격이 오르내리는 품목이 아닌 데다 주차장에 세워만 두어도 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그러나 지금의 배기량 기준 과세 체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엔진 성능이 발전하면서 저배기량의 고성능 및 고효율 제품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덩치와 상관없이 제조사마다 고효율 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점은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부과 근거를 점차 희박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보유 단계의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효율이나 탄소배출량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엔진 배기량과 차체 크기를 떠나 보유 단계의 세금 기준을 "환경"으로 삼자는 얘기다. 어차피 보유 과정에서 최대한의 탄소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운행마저 자제시키는 만큼 환경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이미 추진되기도 했다. 환경부가 도입하려 했던 "저탄소협력금제도"가 대표적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차에서 부담금을 받아 탄소 적은 차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에너지 및 자동차 개별 제조사마다 의견이 크게 엇갈려 시행이 2020년으로 미뤄졌다.
물론 제도 자체가 연기됐지만 해당 제도를 자동차세 부과 기준으로 활용하면 환경부도 굳이 이중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보유 단계의 자동차세 부과 기준, 배기량에서 효율 또는 탄소배출로 바꾸는 게 현명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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