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쏘나타 2.0ℓ 터보 두 대를 세계 최초로 공개 충돌시켰다. 이번 시험은 전용 시험시설이 아닌 외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현대차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를 보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쏘나타 두 대를 정면 충돌시켰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이런 시험을 했을까? 배경은 지난 주말 송도에 모인 쏘나타 보유자의 생각에서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 자리에 모인 쏘나타 보유자에게 현대차는 "미국산 쏘나타와 한국산 쏘나타의 안전성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응답자의 74%가 "차별이 있다"는 답을 내놨다. 쏘나타를 보유한 사람조차 대부분이 미국산과 국내산의 안전도에 차이가 있다고 여겼다.
충돌시험은 그래서 기획됐다. 제 아무리 현대차가 "차이가 없다"고 외쳐도 소비자들이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여기는 이상 눈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 터보를 소비자 한 명이 직접 선정해 고르도록 했다. 불필요한 논란 방지를 위해 해당 소비자는 여러 곳에 손도장을 찍어 충돌시험 대상 제품이 바뀌지 않도록 조치했다. 마찬가지로 미국 현지 현대차 딜러를 방문, 쏘나타 터보 한 대를 구매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손 도장을 찍고, 한국으로 공수해왔다. 시험차 선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그리고 지난 22일 송도에서 소비자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 2.0ℓ 터보와 국내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 2.0ℓ 터보를 정면 충돌시켰다. 시험 조건은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안전도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KNCAP을 활용했다. 시속 56㎞로 달려오다 정면충돌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안전도 차이 없음"으로 판명났다. 두 차 모두 운전석 및 조수석과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작동되며 머리와 흉부 상해 값이 각각 6점으로 동일했다. 6점은 국토교통부가 통상 안전도를 평가할 때 "우수"로 분류하는 기준이다. 승객보호 항목도 "우수"로 나타나 국내산과 미국산의 차이가 없음을 입증했다.
해당 결과가 나오자 현대차는 그때서야 안도했다. 특히 국토교통부 시험은 고정벽에 차를 추돌시키는 것이지만 이번 시험은 두 차 모두 시속 56㎞로 달리다 서로 충돌하는 것이어서 실제 충격량은 정부의 시험 기준보다 가혹했다. 그럼에도 차 문은 모두 열렸고, A필러는 밀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충돌 장면을 바라본 소비자들은 국내산과 미국산의 안전도 차이가 없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세계 최초로 공개된 외부 장소에서 동일 차종의 충돌 시험을 감행한 것은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신의 단초는 현대차 스스로 제공한 면이 크다. 지금이야 내수와 해외 생산 제품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과거는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차 스스로 과거 수출용과 내수용의 차별을 두어 왔고, 이런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유됐다. 물론 그 사이 제조사 스스로 차이를 없애갔지만 오해는 쉽게 불식되지 못했다. 쏘나타를 타고 있는 보유자조차 74%가 안전도의 차이가 있다고 여길 정도였으니 그만큼 현대차의 잘못도 크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이번 충돌 시험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안전도 외에 제품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를 얻는 방법은 객관적인 실험과 자료 등"이라며 "있는 것은 있되 없는 것은 없다고 하는 솔직함으로 관심을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처럼 국내 소비자 발길을 다시 돌려세우겠다는 현대차의 정면 돌파 승부수였던 정면 충돌 공개 시험이 솔직함을 향한 변화의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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