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300C는 2004년 선보인 1세대부터 고유의 색깔로 국내 소비자 취향을 저격해왔다. 남성적인 외관과 상품성, 가격 경쟁력을 주 무기로 내세운 것. 덕분에 4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치고 지난 7월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새 300C도 FCA코리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새 300C는 가솔린, 디젤을 수입하던 이전과 달리 한 가지 가솔린 엔진에 구동방식에 차이를 둔 후륜, 4륜구동 두 가지가 들어온다. 디젤은 없어도 최근 유가 하락에 힘입어 가솔린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FCA 또한 기대가 높다. 두 트림 가운데 4륜구동 AWD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부분변경을 거친 외관은 세세한 부분에 개선이 이뤄졌다. 1세대부터 제품의 상징이 된 전면 대형 그릴은 가로형 바(Bar) 대신 그물형태의 무늬를 넣어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부여했다. 헤드램프는 간결하면서 입체적이다. 펜더와 보닛을 나누는 듯한 굴곡이 스며들어서다. 범퍼 아랫부분을 감싸는 크롬 몰딩은 이번에 생겼다.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든 중형 세단 200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연결고리다.
측면부는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을 유지했다. 날렵하진 않지만 큰 차체와 어우러져 무게감이 느껴진다. 휠하우스를 따라 두툼하게 솟아오른 펜더와 어깨선은 아메리칸 머슬카 유전자의 흔적이다. 19인치 알로이 휠은 사이드미러와 색깔을 맞췄다.
후면부는 범퍼 디자인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반사판과 플라스틱 패널을 아랫부분에 덧대고 머플러 끝을 원형에서 길다란 사각형으로 바꿨다. 번호판 아래까지 쳐졌던 곡면 처리는 위쪽으로 끌어올려 탄탄해진 느낌이다.
실내는 계기판의 변화가 돋보인다. 두 개의 원형 계기 사이 모니터 크기를 키워 정보를 더 담아낼 수 있게 됐다. U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하며 내비게이션까지 표시한다.
스티어링휠은 기존의 투박했던 4스포크 타입을 3스포크로 바꾸고 곡선을 가미했다. 변속은 레버 대신 "로터리 E-시프트" 다이얼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센터 터널 공간이 단순해졌다.
그 뒤로 마련한 앞좌석 컵홀더엔 냉온 기능을 심었다. 바로 옆에 마련한 작동 버튼은 통풍·열선 시트의 것으로 오해하기 쉬워보인다.
조명은 푸른색으로 통일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다. 나파 가죽을 씌운 시트는 질감도 뛰어나지만 착좌감이 편하다. 외관상 파노라마 선루프와는 조금 다른 "듀얼 패널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은 일반적인 파노라마 선루프 수준이다.
대시보드는 우레탄에 박음질을 넣어 가죽의 분위기를 내려했다. 소재에 욕심을 내지 않는 미국 소비자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때문에 "대형 세단이지만 고급은 아니다"란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곳곳에 가죽과 리얼 우드 트림을 짜 넣어 기함의 체면을 살린 분위기다.
고급 대신 실속을 챙긴 점은 뒷좌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트를 6:4로 나눠 접을 수 있어 트렁크 쓰임새를 높인 것. 가운데 부분만 트렁크와 통하는 스키 쓰루를 주로 활용하는 대형 세단에서 보기 드문 품목이다. 뒷자리는 패밀리 세단으론 부족함이 없다.
▲성능
"펜타스타"라 불리는 V6 3.6ℓ 가솔린 엔진은 과급기 없이 최고 286마력, 최대 36.0㎏·m를 발휘한다. 낮은 엔진회전에서도 2t에 가까운 차체를 거뜬히 밀어내 가속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느끼기 힘들다.
8단 자동변속기는 FCA가 최근 밀고 있는 9단과 비교해도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 수동모드를 지원하는 덕분에 오히려 활용도는 더 나아 보인다. 수동 조작은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트로 가능하다. 센터페시아에 별도로 마련한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눌러 활성화하면 변속 시점을 늦춰 엔진 회전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8초 정도가 소요된다.
스티어링 휠의 직결감과 무게감은 꽤 자연스럽다. 그러나 육중한 무게 탓에 과한 코너링에선 언더스티어 성향을 드러낸다. 하체 설정은 제법 부드러운 편이나 유럽 감성을 더해서인지 롤링이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어쩌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할만한 승차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브레이크는 무거운 차체를 제때 세울 수 있을 정도의 답력을 제공한다.
가솔린 제품이다보니 소음, 진동에 따른 피로감 역시 적다. 외관 만큼이나 묵직한 엔진음은 일부 남겨 두어 운전 재미를 살렸다.
안전품목은 "반자율주행차"라 해도 될 만큼 다양하게 마련했다. 자세제어장치는 물론이고 정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풀스피드 전방추돌경고, 주행차로유지, 차선이탈경고 등을 탑재했다. 전방위적인 품목 덕분에 운전이 지루할 수도 있겠다. 물론 설정을 통해 기능 활성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표시 효율은 복합 8.7㎞/ℓ, 도심 7.4㎞/ℓ, 고속도로 11.3㎞/ℓ이다. 실제 시내 주행 위주로 진행한 시승에서의 평균 효율은 7.5㎞/ℓ를 나타냈다.
▲총평 "합리적인 사장님의 차"로 제격이다. 웅장한 외관만큼 화려한 내장은 아니지만 실용적이며 온갖 편의·안전품목들로 가득 차 있다. 300C가 예나 지금이나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그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높다. 가격은 300C 4,480만원, 300C AWD 5,580만원으로 국산 플래그십 세단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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