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영국의 저탄소차 박람회를 아시나요?

입력 2015년09월10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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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베드포드셔에 자리한 밀브룩. 우리나라엔 밀브룩 프루빙 그라운드(PG)로 유명한 곳이다. 과거 대우자동차가 누비라, 레간자, 라노스 등 신차 3총사를 동시 개발할 때 밀브룩 PG를 활용했다. 덕분에 여전히 밀브룩 PG 사람들은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밀브룩을 찾은 이유는 여덟 번째 LCV 박람회가 열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LCV는 "로 카본 비클(Low Carbon Vehicle)"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하면 "저탄소차"로 해석된다. 영국의 저탄소관련 기업들이 모두 모이는 행사가 바로 "LCV 이벤트"다. 그래서인지 올해 박람회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인 재규어·랜드로버를 비롯해 포드, 닛산, 토요타, BMW 등이 저탄소차를 내세워 참여했다. 또 리카르도, 마라 등의 기술개발 기업과 수많은 전기차관련 업체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대규모 모터쇼에 비하면 작지만 영국의 내로라하는 저탄소관련 기업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저탄소 이동수단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영국 내에선 비교적 내실있는 박람회로 꼽힌다.


 박람회 참여기업은 분야별로 일목요연하다. 먼저 경량화에 매진하는 소재기업들이다. 이들은 마그네슘과 탄소섬유 등의 소재를 앞다퉈 전시, 기술력을 자랑했다. 이들 소재를 제공받아 저탄소차 부품소재를 만드는 기업도 적지 않다. 또 해당 소재를 활용해 모듈부품을 만드는 업체와, 이들 부품이 완성차회사로 흘러들어가 소비자에게 판매한 이후 사용할 각종 급속 및 완속충전기 등이 전시장을 메웠다. 밀브룩PG 한 켠에 마련한 야외에선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그리고 수소차 등도 타볼 수 있었다. 이른바 저탄소차의 미래를 작은 박람회에 모두 투영한 셈이다. 


 LCV 전시회가 독창성을 갖는 건 저탄소차 생태계를 주도하는 곳이 민간이 아니라 영국 정부라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LCV도 외형의 주최는 민간이지만 박람회에 참여한 곳은 영국 무역투자청을 비롯해 정부산하 자동차위원회, 정부 지원으로 제품을 개발한 협력업체가 적지 않다. 정부와 민간이 저탄소차 개발을 위해 조성한 펀드를 투입하면 기업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연결하기 위한 각종 지원을 시작하고, 여기서 만든 부품이 완성차로 흘러가도록 하는 체계적인 일관성을 유지한다. LCV에선 이 같은 생태계를 "저탄소 사슬망"으로 부른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LCV는 올해가 벌써 8회째 열렸다. 작은 규모임에도 저탄소차관련 산업의 네트워크 내실을 다지기 위해 시작한 뒤 꾸준하게 관계망을 형성해 왔다. 영국의 대표적인 완성차업체인 재규어·랜드로버가 그들만의 새로운 친환경 기술을 새롭게 소개하는 자리로 LCV를 선택한 것도 그 만큼 저탄소차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제품 전시 못지 않게 LCV에서 주목할 점은 다양한 세미나다. 박람회를 개최하는 이틀동안 쉬지 않고 진행하는 세미나는 경량화, 에너지 절감, 커넥티드, 새로운 동력, 미래의 탈 것 등 탄소배출 절감이라면 주제를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 정책담당자도 해당 세미나에 적극 참여, 민간과 정부의 협업을 조율한다. 


 LCV 박람회의 시작엔 역시 정부의 역할이 컸다. 영국은 "탄소혁명"을 미래 먹거리로 내걸고, 다양한 분야의 탄소 절감 노력을 펼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기업지원 펀드를 조성했고, 저탄소 기술 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영국 무역투자청 자동차담당 제이 내글리는 "해외의 많은 기업들이 영국에 진출할 때는 저탄소분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영국은 이들 투자기업에게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규모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지난해는 박람회를 찾은 사람이 4,000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000명으로 늘었다. 도심에서 떨어진 장소인 점과 박람회 기간이 이틀뿐이지만 오로지 저탄소 관계자들만 모인다는 점에 비춰 보면 영국의 저탄소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잣대로 통한다.
 

 박람회에선 정부 산하 기관들의 노력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정부가 기업 지원을 위해 만든 "이노베이트UK" 그리고 영국 투자무역청 등이 부스를 마련해 해외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어서다.

 피터 존스 영국 무역투자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국은 자동차와 에너지분야의 저탄소 기술개발 지원을 하고, 둘 사이의 조화를 조율하는 데 집중한다"며 "이를 통해 저탄소관련 해외기업들의 영국 진출을 돕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LCV 박람회는 무엇보다 영국의 미래 자동차산업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산업혁명으로 융성했던 영국의 제조업 의지를 "탄소"로 다시 불태우는 셈이다.

 제이 내글리 무역투자청 자동차담당은 "영국이 독일보다 노동비용 등 제조업 여건은 앞서 있다"며 "저탄소차와 관련한 기업이라면 영국의 저탄소차산업을 주목하고, 영국이 유럽 내 완성차 판매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밀브룩(영국)=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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