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5년만에 내외관을 싹 바꾼 아반떼를 내놨다. 국내 준중형차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는 차인 만큼 현대차의 신차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 2006년 신차 시승회에선 르노삼성차 SM3를 경쟁차로 지목했지만 올해는 폭스바겐 골프를 비교선상에 뒀다는 점이다.
신차는 "기본기 혁신"에 중점을 뒀다. 동력성능, 안정성, 승차감 및 핸들링, 정숙성, 내구성 등 5대 기본성능에 최적화를 구현한 것.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한결 단단해진 내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아반떼 1.6ℓ 디젤 프리미엄 풀옵션을 시승했다.
▲스타일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브랜드 DNA가 듬뿍 묻어난다. 우선 전면에 거대한 헥사고날 그릴이 시선을 압도한다. HID 헤드 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을 장착해 한층 강렬해진 눈매가 준중형차답지 않은 아우라를 풍긴다. 실제로 새 차는 구형보다 20㎜ 길어지고, 25㎜ 넓어졌으며, 5㎜ 높아졌다. 차체가 커지면서 보다 당당한 외형을 완성했고, 실내도 넓어졌다.
뒷모양은 특이한 디자인의 리어 램프가 눈에 띈다. 제네시스의 것을 닮았다. 트렁크 리드는 볼륨감을 더하면서 날렵하게 마무리했다. 트렁크는 스마트 키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린다.
실내도 현대차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해 대시보드가 살짝 기울었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구성은 깔끔하다. 계기판 중앙의 디스플레이창은 TPMS와 주행정보, 내비게이션 등을 지원한다. 센터페시아는 위에서부터 8인치 화면과 공조계 조절장치, 숨겨진 수납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스티어링 휠과 앞좌석 열선, 드라이브 모드 조작버튼은 기어노브 주변에 마련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다만 준중형이다 보니 고급 가죽이나 우드트림 등의 비싼 소재는 사용하지 않았다.
▲성능
시승차는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1.6ℓ 디젤과 7단 DCT를 조합해 최고 136마력, 최대 30.6㎏·m의 성능을 발휘한다. 2013년형 디젤 엔진보다 최고출력은 6.3%, 최대토크를 7.4% 각각 개선했다. ℓ당 복합효율은 19.2㎞(15,16인치 타이어 기준)다. 오는 11월21일부터 시행하는 정부 신고 효율는 18.4㎞/ℓ로, 다소 낮아진다.
디젤 엔진을 얹었으나 소음을 획기적으로 잡았다. 엔진음을 잘 억제한 덕분에 스트레스가 적다. 정숙성을 믾이 따지는 국내 소비자 입맛에 알맞게 대응했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흡차음재를 적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제어했다. 풍절음도 수준급으로 막아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노면소음은 어느 정도 올라온다.
고효율 터보차저를 활용해 저·중속, 즉 실주행영역에서 토크와 성능을 높였다. 실제 1,500rpm대의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높은 토크를 뽑아낸다. 치고 나가는 힘이 좋고, 고속에서의 가속력도 부족함이 없다.
새 차는 기대 이상으로 고속안정감이 뛰어나다. 서스펜션 세팅을 보다 단단하게 만든 덕분이다. 원하는 만큼 속도를 높여도 불안감이 없다. 구형의 경우 차체가 지면과 약간 따로 논다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굉장히 밀착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게 따라온다. 따라서 고속주행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디젤 엔진과 결합한 7단 DCT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변속속도가 매우 빠르다. 막힘없이 즉각 반응한다. 코너링도 많이 달라졌다. 완벽히 코너를 돌아나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구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차체 강성을 높인 효과로 해석된다. 제동성능도 나쁘지 않다. 전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해 드럼 브레이크 대비 제동거리를 단축했다.
동승석과 뒷좌석 승차감에도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준중형차임에도 생각보다 실내 거주성이 쾌적하다. 앞좌석의 경우엔 시야가 탁 트여 시인성이 좋다. 열선과 통풍시트를 마련한 것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뒷좌석엔 열선만 제공한다.
편의·안전품목으로는 운전석과 동승석 어드밴스드 에어백과 시트벨트 안전장치, 후측방경보 시스템,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오주유 방지 시스템, ISG 시스템 등을 갖췄다.
▲총평
신형 아반떼 디젤을 마주한 첫 느낌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였다. 따라서 빛좋은 개살구가 되진 않을까 염려했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시승을 하는 동안 오히려 실내외 디자인이나 편의품목을 생각하지 못했다. 상전벽해 수준으로 개선한 성능 덕분이다. 첫 발을 떼고 운전하는 내내 변화를 체감하기에 바빴다. 옆좌석에 동승자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물론 고성능 스포츠 세단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런 차들과 개발 컨셉트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준중형 세단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고치가 아닐까 싶다. "기본"으로 돌아가 "혁신"을 이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성능으론 상위 차급인 쏘나타를 넘보는 하극상도 가능할 듯하다. 1.6ℓ 디젤과 7단 DCT를 장착한 차의 판매가격은 1,981만~2,371만 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