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기준치 35배초과"…'골리앗' 폴크스바겐 쓰러뜨린 주역

입력 2015년09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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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을 휘청거리게 한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실은 미국 한 대학 대기공학자들의 연구와 운송전문가 2명의 실험을 바탕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대학 대체연료 및 엔진·배출센터의 대기공학자 대니얼 카더(45)가 이끄는 연구팀과 피터 모크와 존 저먼 등 운송전문가 2명의 연구·실험 결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의 조사가 완료돼 조작이 입증되면 폴크스바겐은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 원)의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카더가 이끄는 공학자 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2012년 비영리 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서 5만달러를 지원받아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 배출가스 검사 때 속임수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들의 연구에는 이번에 폴크스바겐 그룹의 배출가스 조작을 밝혀내고 리콜 명령을 한 미국 환경보호청과 캘리포니아대기국(CARB)이 협업했다.

 연구팀은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에서 도로주행 시험을 수행했을 때 배출가스 수치가 테스트 수치와 현저히 다르게 나오자 처음에는 자신들의 연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고 회고했다.

 카더는 "실제 배출가스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자 뭔가 잘못한게 아닌지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면서 "한 대에서는 환경 당국 기준치의 최고 35배에 달하는 오염물질을 배출했고 다른 한대에서는 20배를 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에는 폴크스바겐의 파사트와 제타, BMW의 X5가 사용됐는데 BMW 차량은 폴크스바겐 차량과 달리 미국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충족했다"고 덧붙였다.

 카더는 1998년 미국 법무부와 캐터필러, 커민스엔진과 같은 디젤엔진 제조업체 사이의 합의로 이루어진 휴대용 배출가스 테스트기 개발을 주도한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연구팀의 일원이기도 했다. 이 연구에 따라 2000년 엔진제조업체들은 평소 주행 때는 기준 이상의 배출가스를 방출하고 테스트 때만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조작하는 장치를 활용한 것이 적발돼 8천340만 달러(약 992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카더는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15년 전 제조업체들의 실수에서 폴크스바겐은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나 보다"라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운송 관련 전문가인 모크와 저먼 역시 폴크스바겐을 쓰러뜨린 주역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들은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연구팀의 협조를 구해 폴크스바겐의 여러 차량을 미국 샌디에이고부터 시애틀까지 1천300마일(약 2천92㎞)을 주행했고 그 결과 기준치를 35배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크와 저먼은 실험 결과를 캘리포니아대기국과 미국 환경보호청에 보냈고 당국은 작년 5월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폴크스바겐 측은 자신들도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사소한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발견됐고 리콜을 통해 쉽게 고쳐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환경보호청과 캘리포니아대기국이 폴크스바겐의 2016년 디젤차 모델에 대한 증명서 발급을 거부할 것이라고 위협하기 전까지 폴크스바겐은 조작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trum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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