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독일서 경험한 체코산 미니밴, 스코다 룸스터

입력 2015년10월12일 00시00분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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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다(SKODA)는 체코에 기반을 둔 자동차 회사로 바클라프 형제가 1894년 자전거 제작을 위해 세운 "L&K"가 그 시초다. 1898년 첫 오토바이 "슬라비아(Slavia)"를 선보였으며, 1905년에 이르러야 첫번째 자동차인 "타입 A"를 내놓게 된다. 1923년 L&K는 체코 최대 군수 산업체인 스코다로 흡수된 후 1991년에는 폭스바겐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이후 폭스바겐의 플랫폼을 공유하며 유럽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스코다의 라인업 중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룸스터(ROOMSTER)"는 오직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5인승 MPV로 2006년 출시된 스코다 최초의 미니밴이다.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기간 동안 룸스터를 시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와 뉘르부르크, 드레스덴 등 독일 전역의 시내 곳곳과 아우토반을 아우르는 1,000㎞ 이상의 구간을 룸스터와 6박7일간 함께 했다.
 
 ▲외관·실내
 길이 4,214㎜, 너비 1,897㎜, 높이 1,607㎜, 휠베이스 2,620㎜다. 체급이 비슷한 기아차 쏘울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조금씩 큰 수치를 지녔다.
 
 전면은 전형적인 스코다의 패밀리룩을 따랐다. 세로 그릴바는 정면에서 보면 부챗살을 연상시킨다. 그릴 위의크롬라인과 엠블럼, 입체감 있는 헤드램프와 커다란 안개등의 조합은 맹금류의 얼굴과 매우 흡사하다. 측면은 "ㄴ"자 B필러가 개성 있게 다가온다. 1열에 비해 널찍한 2열 윈도우에서는 개방감이 느껴진다. 후면은 다부지다. 윈도우가 후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며 양쪽 세로로 길게 뻗는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순한 인상을 가져다 준다.
 
 개성있는 외관과 달리 실내는 단출하다. 각종 품목을 뺀 최하 트림이어서 각종 편의장치는 찾아 볼 수 없으며 내장재의질감도 평범하다. 계기판과 라디오에 장착된 디지털 LCD는 예전방식이다. 플라스틱 소재의 공조 다이얼 역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한 흔적이 역력하다.

 시트는 패브릭소재다. 착좌감은 나쁘지 않지만 다소 딱딱한 느낌으로 장기간 운전 때 피로도가 몰려온다. 전반적인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1,600㎜가 넘는 높이는 실내의 답답함을 줄여주는 요소다.

 커다란 테일게이트는 짐을 싣고 내릴 때 제법 편리하다. 560ℓ 적재공간은 대형 여행용 가방 2개를 싣고도 공간이 남을 정도다. 
 
 ▲성능
 시승차는 1.4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 84마력을 발휘한다. 5단 수동변속기와 조합하며 유럽기준 ℓ당 복합효율은 15.6㎞를 확보했다.
 
 최근 출시되는 수동변속기 제품은 경사로 밀림장치와 시동 꺼짐 방지 장치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때문에 수동 운전에 대한 거부감이 이전보다 상당히 줄었다. 그러나 룸스터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클러치 조작이 미숙하면 어김없이 시동이 꺼져버린다. 계기반 중앙에 위치한 LCD창에서는 적정 RPM에 도달하면 변속시점을 친절히 표시해 준다. 기어노브를 수직으로 누르면 1단 기어 왼쪽으로 후진 기어를 넣을 수 있다.

 컴팩트한 차체는 시내 운전에서 빛을 발한다. 독일 시내 도로는 좁고 2차선 이상인 곳이 드물기 때문에 룸스터의 크기가 안성맞춤이다. 차체는 작지만 전면 유리가 넓어 전방시야 확보도 유리하다. 좁은 골목길 어디든지 요리조리 헤집고 다닐 수 있다. 
 
 장거리 일정이 대부분이라 주행의 8할은 아우토반 위에서 이뤄졌다. 평균시속 130㎞ 정도는 무리가 없으며 1차선에서 잠깐의 추월할 경우 시속 150㎞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RPM 게이지가 레드존에 근접해 부담스러운 엔진소음과 진동으로 그 이상의 속도를 내기는 버겁다.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이지만 도심에 인접한 구간의 경우 곳곳에서 제한속도를 두는 경우가 잦다. 덕분에 한참 가속을 즐기다 제한구간을 만나면 악셀에서 발을 떼고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을 갖기도 한다. 이는 부족한 배기량과 성능인 룸스터로 아우토반을 달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시내 뿐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진동 및 소음은 느껴지지만 심히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는 차의 성능이 아닌 잘 정비된 독일의 도로 환경에 기인한다. 과속방지턱 하나 없는 시내, 끊임없이 이어진 아우토반은 그 흔한 흠집하나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정돈돼있다. 
 
 높이로 인한 코너링에서의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 그로나 차의 목적에 부합하는 주행에서는 전혀 무리가 없어보인다.  
 
 ▲총평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유럽인들에게 있어 룸스터는 가격을 생각하면 굳이 흠잡을 데 없는 차다. 다소 부족한 성능이지만 아우토반을 달리는데 무리가 없으며, 차체 대비 넓은 실내공간 및 적재공간은 4인 가족의 나들이 및 일상용도에 알맞다.  
 
 한국에 스코다가 진출한다면 룸스터의 국내 도입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국내 시장은 각종 선택 품목과 실내 디자인 완성도에 대한 요구가 다른 시장보다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국내 출시한 신형 경차 역시 각종 편의 품목과 안전품목이 대거 탑재되는 추세다. "실용성"만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룸스터의 유럽판매가격은 약1만6,800유로(약2,180만원)부터 형성돼 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시승/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사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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