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지루한 플래그십은 잊어라, 닛산 맥시마

입력 2015년10월15일 00시00분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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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닛산이 8세대 맥시마를 국내에 소개했다. 이미 북미시장에선 "스포츠 미드 세단"으로 정평이 난 차다. 미국에서만 1~7세대에 걸쳐 누적판매 290만 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수요가 많지 않은 세그먼트여서 도입을 미뤄 오다 한국닛산의 질적 성장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차라고 판단, 출시했다. 
 
 판매목표도 높지 않다. 월 40대 정도로 잡았다. 그러나 이미 초기물량을 다 팔았다. 계약하면 인도시점까지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한국닛산은 기대 이상의 수요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맥시마의 인기요인이 무엇인지 직접 시승했다. 


 ▲스타일
 흔히 "실물보다 사진이 낫다"는 표현이 있다. 자동차도 비슷한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맥시마는 유독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그래서 실망보다 예상 외의 기쁨이 있다. 차체 곳곳을 흐르는 캐릭터라인과 벨트라인은 직접 봐야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A, B, C필러에 적용한 블랙 포인트도 사진으로는 허술해 보이지만 실제는 조화롭다. 자칫 과할 수 있는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느낌이다. 


 스포츠 세단의 정석인 와이드&로 스타일이다. 전반적으로 낮고 넓어 디자인만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일반 세단보다 엉덩이가 솟아오른 것도 특징이다. 달리기를 준비하는 육상선수같다. 전면은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형태의 LED 헤드 램프를 채택했다. 닛산차에 대부분 활용하는 디자인이지만 볼 때마다 개성적이다. 

 맥시마는 화장한 얼굴도 예쁜 편이다. 다만 본모습을 잃을 정도로 과하진 않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외부 곳곳에 적용한 블랙 광택 소재가 멋스럽다. 보통의 플래그십에서 보여주는 점잖고 밋밋한 이미지를 탈피해 보다 세련되고 야성적이다. 한층 역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공기가 흐르는 듯한 "에너제틱 플로" 디자인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보닛을 주파하는 V모션과 펜더를 거쳐 도어까지 붓을 댄 듯한 벨트라인이 인상적이다. 캐릭터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후면으로 눈을 돌리면 좌우대칭 디자인이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전측면에서 휘몰아쳤던 기운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듯하다. 


 실내는 제트기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 센터페시아를 운전석쪽으로 7도 기울여 조작편의성을 높이고 스타트 버튼을 기어 레버 뒤쪽에 위치시켰다. 미국시장을 겨냥해서인지 각종 버튼은 크고 시인성이 좋다. 디스플레이창은 계기판 내 7인치와 센터페시아에 8인치 등 총 2개를 마련했다. 주행안정성을 고려해 계기판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8인치 디스플레이창은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스포티함을 강조해 D컷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고, 시트도 측면 홀딩 능력을 향상시킨 버킷 형태다. 빠른 속도와 코너링에서 운전자 몸을 안전하게 지탱한다. 그럼에도 다이아몬드 퀼팅을 통해 안락함을 놓치지 않은 게 강점이다. 이 시트는 전 좌석에 적용했다. 


 플래그십 차종인 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 등 실내 전반에 스티칭 디자인을 넣었다. 마치 장인이 바느질한 느낌이다. 또 실제 목재를 압축한 마호가니 우드트림을 운전석과 조수석에 둘렀다. 센터콘솔에 위치한 커맨드 시스템은 고급 시계에서 디자인을 착안했다. 오디오 시스템은 보스와 협업했다. 

 ▲성능
 시승차는 V6 3.5ℓ 엔진과 CVT를 조합해 최고 303마력, 최대 36.1㎏·m의 성능을 낸다. 이 엔진은 이미 여러 차에 장착했다. 그러나 신형 맥시마는 기존 엔진에서 흡기벨트 디자인을 개선하고 흡기 매니폴드도 개발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배기밸브도 GT-R에 적용한 소듐을 채택해 효율을 높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엔진 부품의 61%를 새로 개발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CVT도 새로운 D-스텝 프로그래밍 로직을 적용했다. 


 3.5ℓ 엔진인 만큼 기본적으로 힘이 좋다. 순간가속을 위해 첫 가속 페달에 답력을 가하면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다. 이후 일정한 압력으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매끄럽게 변속되면서 속도가 상승한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안정적으로 성능을 뽑아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고속에 도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속 페달에 온전히 힘을 주면 엔진회전수가 급하게 치솟는다. 4,000~5,000rpm에서 한 번 숨을 고른 후 금세 레드존에 도달한다. 아마 D-스텝을 적용한 CVT 덕분인 듯하다.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엔진회전수에서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주행모드는 2가지가 있다. 노멀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변속기를 한 단씩 낮게 유도해 평소보다 높은 rpm에서 주행한다. 이와 동시에 하체가 단단해지면서 엔진소리를 증폭하는 액티브 사운드 인핸스먼트가 활성화된다. 


 스티어링 휠은 기본적으로 약간 무겁다. 중저속 구간에서 여성운전자에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탁월하다. 흔들림없이 꽉 잡아준다. 스포츠 세단답게 승차감이 일반 세단만큼 무난하진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게 단단하다. 일부러 노면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지 않는 듯하다. 반면 풍절음 등 소음은 상대적으로 잘 잡았다. 보스 오디오의 음색이 자연스럽게 덧입혀진다.  

 코너링 성능은 준수하다. 전륜구동 방식을 택해 언더스티어가 우려되지만 그런 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시속 60~70㎞ 정도에서 코너를 돌면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제동력도 만족스럽다. 부드럽게 멈추고 싶을 땐 부드럽게, 급정차 시엔 확실하게 선다. 의도대로 작동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각종 안전 시스템도 즉시 반응한다. 주행상황중 급하게 앞차와의 거리가 좁혀지면 즉각적으로 경고음과 불빛을 낸다. 사각지대 경고나 후측방 경고 시스템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관리한다. 자동차 주변을 360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도 갖췄다. 


 ▲총평
 맥시마가 국내에서 경쟁할 차종은 미국 브랜드인 쉐보레 임팔라와 포드 토러스, 일본차인 토요타 아발론 등이다. 그러나 경쟁차들이 온전한 세단을 추구했다면 맥시마는 역동성을 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외관부터 실내, 주행성능까지 스포츠카의 DNA를 품고 있다는 남다름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한국닛산은 맥시마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단지 차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가치를 높이진 않겠단 설명이다. 그래서 4,370만 원이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정직한 가격을 통해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이런 정직함이 맥시마를 통해 대변됐고, 맥시마가 한국닛산의 가치를 향상시키지 않을까.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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