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서 토종업체에 6년만에 밀려…"올 것이 왔다"

입력 2015년10월2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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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김윤구 기자 =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6년만에 현지 업체에 추월당했다.

 29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내 업체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베이징현대)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 6위에 그쳤다. 현대차를 끌어내리고 5위에 오른 업체는 중국 토종 기업으로 SUV 중심 브랜드인 창안자동차다. 현대차가 중국 기업보다 뒤처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는데 올해 판매량 급감으로 "중국 쇼크"에 빠졌다.

 올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현대차가 72만4천705대로 창안자동차(80만9천397대)보다 8만4천692대 적었다. 현대차의 현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2013년과 지난해 상하이GM, 상하이GM우링, 상하이폴크스바겐, 이치폴크스바겐 등의 외국계 회사에 이어 5위를 달렸으며 창안자동차는 6위였다. 2013년에 현대차는 창안자동차(82만2천124대)보다 20만8천581대 많은 103만705대를 팔았다. 그러다 2014년에는 격차가 14만6천688대로 좁혀졌다가 올해 역전된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산업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올 것이 왔다고 본다"면서 "결정적인 시기를 맞은 것 같다. 중국 업체들이 작년과 올 초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신차를 굉장히 많이 출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위 업체였던 기아차 현지법인은 올해 1∼9월 판매량이 39만5천771대로 15위에 그쳤다. 중국 업체로는 다양한 SUV 모델을 보유한 창청자동차가 10위에 진입했고 길리자동차는 14위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모델별 판매 순위 톱 10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 랑동(아반떼)은 1만9천709대로 12위에 그쳤다. 반면, 창청의 대표 SUV인 하발 H6는 3만528대가 팔려 4위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9월 112만7천361대를 팔아 작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1.4% 감소했고 중국 내 점유율은 10.5%에서 한자릿수 대인 8.8%로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40.9%로 작년 동기보다 3.3% 포인트 올라갔다.

 조 실장은 "중국 업체가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로컬 브랜드의 부상 배경에 대해 "가격은 많이 싸지고 품질이나 안전도 등은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의 신형 투싼은 15만위안 이상이지만 중국 로컬업체의 SUV는 6∼7만 위안으로 2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또 배기량 1.6ℓ인 현대차 랑동의 공식가격은 10만5천800위안으로 도요타의 코롤라(10만7천800위안)와 비슷하지만 치루이 E3(5만2천900위안)나 BYD L3(5만4천900위안)의 2배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ix25의 경우 가격을 많이 낮췄지만 여전히 3만위안 이상 비싸기 때문에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현대차 가격은 변동이 거의 없었는데 중국업체 차량의 가격은 갈수록 내려가 차이가 벌어졌다"면서 "현대차는 공장 가동률이 100% 이상이어서 굳이 가격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었다. 로컬 기업은 가동률 50%도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해 가격을 낮춰 많이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가 생산한 차량의 품질도 대폭 향상됐다. J.D. 파워에 따르면 판매 후 3개월 된 차량 100대에서 발생하는 문제 발생 건수는 2000년 834건에서 2013년 155건으로 떨어졌다. 중국 로컬업체들은 중국 중소도시 등지에서 판매가 급증하는 SUV를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1∼9월 SUV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무려 82.0% 증가했다. 판매 감소세인 세단 중심의 라인업을 갖춘 현대·기아차는 SUV 성장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중국 SUV 판매 상위 10위권에 현대·기아차 브랜드는 하나도 없지만 창청, 창안 등의 중국 업체 차량은 1위인 하발 H6를 비롯해 6종이나 있다.

 조 실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미지는 중국 브랜드보다는 좋지만 일본, 유럽, 미국업체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면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급감하다 9월에 감소폭이 줄었는데 일부 모델의 가격을 낮춘 것도 한 요인이다. 지속적으로 높은 품질을 유지해 차별화하는 동시에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형 SUV 등 신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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