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세 마리 토끼를 잡다, 현대차 쏘나타 PHEV

입력 2015년10월30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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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PHEV를 출시했다. PHEV(Plug-in Hybrid)는 HEV(하이브리드)에서 EV(순수 전기차)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의 친환경 차종이다. 하지만 궁극의 수소 시대로 전환되기까지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 대안 제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전력이 주행 중 자동으로 충전되는 HEV에 별도의 수동 충전 기능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할 때 전기차로 쓰고, 장거리를 갈 때는 일반 하이브리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PHEV는 고효율, 고성능 외에 저탄소까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차로 분류된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앞 다퉈 PHEV 개발에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 중 현대차는 중형 세단 쏘나타에 PHEV를 적용해 경쟁력을 키웠다. 별도 차종을 개발하기보다 가장 대중적인 제품에 PHEV 시스템을 넣어 소비자 선택이 유리하도록 했다.

 ▲디자인 및 성능
 PHEV라고 특별한 디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에 충전 기능만 더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 전용 부품을 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충전을 위해 왼쪽 휠 하우스 옆에 전기 충전구가 부착돼 있으며, "Plug-in" 엠블럼은 후면 트렁크 부분에 부착했다. 또한 그릴을 가로형태로 완성했고, LED 리어 램프와 17인치 다이나믹 알로이 휠로 외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조금 색다르다. 전용 클러스터가 마련돼 에너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HEV와 EV 등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마련돼 있다. 특히 클러스터는 모든 상황이 한 눈에 파악될 수 있도록 시인성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보여줄 게 많은 PHEV의 특성을 클러스터에 모두 담아 운전자에게 PHEV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4.2인치 컬러 TFT LCD에는 충전 때 잔여 충전시간과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충전현황, 그리고 배터리의 전력과 남은 연료로 주행 가능한 거리, 그리고 연료도어 오픈 상태, 개인의 운전 모드 등을 표시해준다.




 물론 중요한 것은 체감 성능이다. HEV와 마찬가지로 시동 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들어올 뿐 엔진은 그대로 있다. 9.8㎾h 배터리에 남은 전기로 움직이니 모터 소리 외에 별 다른 소음이 없다. 처음 차를 받았을 때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저속 구동에서 EV 모드는 어려움이 없다. 페달에 힘을 주며 속도를 올리면 엔진이 가동되며 일반 HEV 모드로 바뀌지만 전력이 조금만 남아 있어도 저속에선 EV가 활성화 된다. 

 쏘나타 PHEV 구동 방식은 간단하다. 케이블을 통해 2-3시간이면 9.8㎾h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모두 충전된다. 충전은 완속으로만 이뤄지는데, 내비게이션이 가까운 충전소를 알려주는 만큼 필요할 때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충전소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배터리에 전력이 없으면 내연기관으로 운행하면 된다.

 충전된 전기가 있으면 전기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완충 기준으로 최대 44㎞를 달릴 수 있다. 속도를 줄이거나 내리막 주행 때는 회생제동을 통해 충전된다. 실제 충전 순간은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멈춰야 할 곳을 감안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미리 발을 떼면 감속이 빨리 이뤄지는데, 에너지를 회생한다는 신호다. 이 같은 EV 모드에서 엔진은 보조 기능 수단일 뿐이다.

 주행 중 전력이 부족하면 HEV 모드로 전환된다. 이 때는 엔진이 주동력이고, 전력은 보조로 바뀐다. 배터리 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게 된다. 더불어 필요한 경우 배터리를 강제(?) 충전해도 된다.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 등을 달리며 배터리를 충전한 뒤 도심 혼잡 구간에서 EV 모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엔진이 작동하며 모터를 발전기로 돌려 전기를 충전하게 된다. 실제 시승 중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강제 충전 모드를 활용하니 잔량이 점차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인다. 

 물론 시승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고효율과 고성능에 맞춰졌다. 효율은 EV와 강제충전 모드를 적절히 활용했을 때 ℓ당 20㎞ 이상이 어렵지 않게 도출됐다. 외부 케이블로 더 많은 전기를 충전했다면 효율은 분명 따라올 차가 없는 수준이다. 같은 PHEV라도 EV 모드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효율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 PHEV의 핵심은 배터리 용량이다. 내연기관의 연료탱크와 같은 배터리는 클수록 많은 전력을 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부피와 중량이 무거워져 엔진으로 구동할 때 부담이 된다. 따라서 PHEV의 주력 시장에 따라 배터리 용량은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쏘나타 PHEV의 배터리용량은 꽤 큰 편이다. 쏘나타 HEV가 1.62㎾h, 혼다 어코드 PHEV는 6.7㎾h, 포드 퓨전 PHEV는 7.6㎾h 수준이어서다. 현대차가 9.8㎾h를 선택한 것은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고성능과 고효율이다. 여기서 고효율이란 EV 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확장한 것인데, 이 부분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경량화 덕분이다. 공차중량이 1,725㎏으로 7.6㎾h 배터리를 탑재한 퓨전 PHEV와 비슷하다. 다시 말해 배터리 용량을 늘린 만큼 경량 소재를 적극 활용, 엔진 주행 때의 효율도 감안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고성능은 전기모터 덕분이다. 쏘나타 PHEV의 전기모터는 최대 20.9㎏.m의 토크를 발휘한다. 순간적으로 가속할 때 2.0ℓ의 엔진이 19.3㎏.m의 토크를 뿜어내니 순간 회전력은 최대 40.2㎏.m의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출력 또한 엔진의 156마력과 전기모터의 67마력이 더해져 223마력에 이른다. 최대토크만 보면 어지간한 스포츠카에 맞먹는다.

 고성능은 주행 중 여과 없이 체험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와 엔진이 동시에 작동하며 급격하게 속도를 높인다. 가속 시간을 측정하지 않아도 빠르다는 느낌이 다가올 만큼 치고 나가는 힘이 충분하다. 현대차가 고효율로만 인식되는 PHEV에 "고성능"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배경이다. 그리고 고성능은 서스펜션의 설계도 바꿨다. 내연기관 쏘나타보다 훨씬 단단함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나름의 고속 코너링에서도 밀리는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트에 버킷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현대차로선 고효율이 고성능보다 우선하다고 판단, 버킷을 배제했겠지만 점차 고효율에 맞먹는 고성능 이미지가 확산되면 필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쏘나타 PHEV의 또 다른 특징은 연료탱크 압력 해제 기능이다. 충전만 어디서든 가능하다면  사실 순수 전기차로 얼마든지 구동할 수 있다. 만약 출퇴근 거리가 40㎞ 이내이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충전이 가능하다면 연료를 넣을 필요가 없다. 이 경우 연료는 장시간에 걸쳐 미세하게 증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료를 넣을 때는 2-6초간 연료탱크 압력이 해제된 후 열리도록 설계했다. 연료가 증발되지 않도록 연료탱크 압력이 유지되도록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선 "PHEV가 과연 경제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가장 큰 관심이다. 먼저 가격은 하이브리드 등이 지원되는 세제혜택을 적용해 프리미엄 3,995만원, 익스클루시브 4,260만원이다. 중형 세단으로 보자면 만만치 않다. 그런데 현대차가 1차로 100대 선착순에 한해 6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럼 가격은 3,395만원과 3,660만원이 된다. 여기서 600만원은 정부가 내년부터 PHEV에 지원하는 보조금에 해당된다. 정부 보조금 지원에 앞서 판매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동일한 혜택을 제조사가 주기로 한 것이다. 이 경우 가격은 쏘나타 하이브리드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머물러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그렇다면 주목할 점은 유지비다. 먼저 출퇴근 거리가 40㎞ 미만에 날마다 충전하고, 전기차로 쓰면 전기료는 5,000원 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주말에 하이브리드 모드로 200㎞를 주행한다면 유류비와 전기료 등은 1만3,000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 경우 일주일에 1만8,000원이 유지비로 쓰이게 된다. 같은 기준으로 하이브리드를 운행하면 3만4,000원 정도 필요하니 PHEV의 유지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물론 전제는 어디까지나 충전이 가능했을 때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충전기는 환경부가 설치한 300여기를 비롯해 현대기아차와 BMW 등 이른바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사가 설치한 300여기가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235기에 머문 충전기를 향후 646기로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최근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충전기기가 확대되는 것도 PHEV의 확산 요소로 보고 있다. 가격과 유지비, 상품력이 경제성을 확보한 만큼 충전이 쉬워지면 PHEV의 보급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셈이다. 

 이 같은 현대차의 예상은 결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PHEV를 타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첫째는 전력이 부족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배터리의 전력이 부족하면 일반 하이브리드와 같아서다. 운행하다 충전기가 있으면 일을 볼 동안 충전하면 된다. 이 때 충전된 전력은 일종의 연료 인센티브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는 고성능의 체험이다. 그런데 고성능이라고 기름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 전기모터가 전력으로 보조하니 저탄소 고성능이 가능하다. 여기에 보조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니 굳이 하이브리드를 구입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쏘나타 PHEV의 확산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PHEV의 확대로 EV의 시대가 앞당겨지겠지만 동시에 에너지 정책 전반의 변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PHEV 시대가 전개되는 동안 내연기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정부도 세금정책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PHEV가 사용하는 연료는 내연기관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총평
 1997년 토요타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를 내놨을 때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사용 규제 및 배출가스 감축에 대한 인류의 노력은 적은 연료로 멀리 가는 하이브리드의 필요성을 높였고, 지금은 하이브리드가 일반화 됐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로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충전기 보급 및 전기 에너지의 공급, 그리고 정부의 세제가 손질돼야 한다. 그럼에도 적은 연료로 멀리 가려는 자동차회사의 노력은 끊임없이 전개되는 중이다. 그리고 결과물로 등장한 게 PHEV이고, 현대차도 국내에선 처음으로 동참했다. 생각보다 내연기관의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쏘나타 PHEV의 경쟁력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운전자 노력에 따라 전기료만 부담할 수도 있어서다. 연료비 부담없는(?) 부분 전기차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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