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그래도 오프로더 DNA, 짚 레니게이드

입력 2015년11월05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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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은 SUV 브랜드이지만 세계적인 소형 SUV 흐름엔 비교적 늦게 동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 SUV의 비중이 한창 커지던 지난해 레니게이드를 선보인 것. "변절자", "이탈자"를 뜻하는 레니게이드는 짚의 대표제품인 랭글러의 트림 명칭이기도 하지만 CUV에 가까운 기존 소형 SUV들에게 반격(?)을 가하는 제품이다. 

 레니게이드는 기본적으로 피아트 500X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짚의 유전자를 듬뿍 넣어 윌리스 MB같은 모습도 지니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어떻게든 새 제품에 이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굳이 그러지 않아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어디든 갈 수 있다"란 방향성을 숨길 수는 없다. 이는 4륜구동과 품목을 고루 갖춘 2.0ℓ 디젤 리미티드 시승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디자인
 외관은 짚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엔트리 제품이 가질 수 있는 시각적 경쾌함을 표현했다. 전면부는 원형 헤드 램프와 7슬롯 그릴을 한 틀에 묶은 패밀리룩이 핵심이다. 범퍼 아래는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하부가 긁혀도 부담이 없다. 오프로드 성능과 관련된 접근각은 30.5도로 그리 크지 않다.

 측면은 전형적인 2박스 스타일이다. 도어는 로커패널까지 감싼 랩 형태다. 루프레일과 사각형의 두툼한 휠하우스에서 아웃도어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후면부는 리어 램프를 플라스틱으로 감싸 오프로더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탈각은 34.3도다. 소형 SUV를 표방했지만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길이 4,255㎜, 너비 1,805㎜, 높이 1,695㎜로 일반적인 소형 SUV보다 크고 중형 SUV보다는 작다.

 곳곳에 브랜드 심벌을 강조한 점도 특징이다. 원형 램프와 그릴을 단순화한 픽토그램, 예비 기름통을 형상화한 "X"자 형태를 헤드 램프, 리어 램프, 시트, 스피커 등 실내외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윈드실드 한 쪽엔 윌리스 MB의 실루엣을 새겨 위트를 연출했다.

 실내 레이아웃은 상당히 세련됐다. 그럼에도 대시보드에 손잡이를 마련하는 등 SUV만의 요소를 버리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은 상당히 두툼하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직경이 커서 실내공간을 작아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A필러가 두껍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시야는 좋다. 사이드 미러도 시원스럽다.

 모니터 상단엔 윌리스 짚을 전장에 처음 투입한 해를 의미하는 "Since 1941"을 음각으로 새겨 오프로더의 정통성을 드러냈다. 모니터를 채우는 유커넥트의 사용자 환경은 적응이 어렵지 않지만 내비게이션과 "굴림체" 글꼴, 후방카메라 화질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에어컨 조절은 다이얼 방식이어서 수월하다. 매트는 세척관리가 쉬운 고무 소재다.
 
 뒷좌석은 4대2대4 비율로 접히며 적재공간은 524ℓ에서 1,438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선루프 기능을 내장한 지붕은 탈착이 가능하며, 트렁크에 수납용 가방이 마련돼 있다. 편의·안전품목은 열선 앞좌석 및 스티어링 휠,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 차선이탈경고-플러스, 사각지대 모니터링 후측방 경고 등을 갖췄다.

 ▲성능
 최고 170마력, 최대 35.7㎏·m를 발휘하는 2.0ℓ 디젤 엔진을 얹었다. 몸무게가 1.6t에 이르지만 9단 자동변속기가 끊임없이 기어를 바꾸며 무리없는 가속을 이어나간다. FCA의 여느 9단 변속기와 마찬가지로 도심에선 8단 이상 올리기가 쉽지 않다. 9단은 고속도로에 들어가서야 쓸 수 있는 항속용이다. 고속주행은 4륜구동장치인 "짚 액티브 드라이브 로 시스템" 덕분에 안정감이 높다.

 레니게이드의 진가는 비포장길에서 드러난다. 프레임 차체와 모노코크 차체를 결합한 유니보디를 기반으로 한 덕분이다. 승용차의 주행감각과 오프로드를 감당할 수 있는 강성을 확보한 것. 여기에 짚 셀렉-터레인 지형설정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레니게이드를 오프로더로 만들어준다.

 주행모드는 자동, 스노, 스포트, 샌드/머드를 제공하며 동력·구동계의 설정을 달리한다. 구동계는 별도로 4WD 로와 록을 활용할 수 있다. 바퀴 하나가 들릴 정도의 험로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내리막 주행제어장치(HDC)는 위치에너지를 억제하면서 차를 천천히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물론 다 좋을 것 같은 차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특히 NVH 대책은 사실상 무의미할 정도다. 엔진의 소음, 진동이 실내로 그대로 전달돼 마치 경트럭을 탄 것 같다. 때문에 운전 시 느껴지는 피로도가 일반 승용 디젤보다 크다. 제동력 역시 무거운 차체를 제 때 세울만한 여유가 많지 않다. 오프로드 지향의 단단한 승차감도 범상치 않은 부분이다.

 표시효율은 복합 12.3㎞/ℓ로, 도심 위주의 주행에서 실제 효율은 12.1㎞/ℓ 정도가 나왔다.

  ▲총평
 짚의 유전자를 작은 차체에 알차게 담아냈다. 오프로드 마니아를 충족시킬 소형 SUV로는 적격이다. 승용 감각의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소형 SUV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서다. 그런 점에서 FCA코리아 파블로 로쏘 사장이 레니게이드 출시행사에서 강조했던 "짚 DNA를 물려받은 진짜 SUV"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출시 때부터 논란이 됐던 가격은 차에 적용한 첨단 품목들을 따지고 보면 흠잡을 점은 아니다. 하지만 몇 가지를 지우고 가격을 낮춘다면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분명 있어 보인다. 

 판매가격은 2.4ℓ 가솔린 론지튜드 3,480만 원, 2.0ℓ 디젤 론지튜드 3,990만 원, 시승차인 디젤 리미티드는 4,390만 원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반영 시 각각 200만 원 내려간다.

시승=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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