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협정문 살펴보니…자동차·부품·기계 타격 불가피

입력 2015년11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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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5일 공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과 기계업은 일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와 제조업에서 최대 경쟁 관계인 일본이 TPP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부분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로선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TPP 타결은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와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품업계에 부담되는 이슈다. TPP로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의 미국 수출시 관세(현행 2.5%)가 TPP 발효 15년째부터 단계적으로 삭감돼 25년째에 철폐되며 자동차 부품 80% 이상의 관세(2.5% 수준)가 발효 즉시 폐지된다. 아울러 일본의 대미 가전 및 산업 기계, 화학 제품 수출액의 99%를 차지하는 항목이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대부분의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엔고 시절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해 놓았기에 단기간에 관세 면제의 혜택을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는 자동차 등은 힘든 싸움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자동차 업종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TPP로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FTA에 따른 관세 인하 개시와 원·엔 환율 상승에 힘입어 일본 업체 대비 경쟁력 회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TPP로 인해 일본 본토에서 미국 공장에 싼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건이 될 수도 있다"면서 "결국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일본 완성차 업체와 우리나라 업체의 치열한 싸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은 TPP를 통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도 없애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일본 자동차 부품의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작 기계 등 기계류 분야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품질 면에서 일본 부품이 더 인정받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미국 시장에서 내려가면 한국 업체들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TPP에 글로벌 누적 원산지 기준이 적용되므로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핵심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TPP 회원국이 누적 원산지 기준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보고자 다른 TPP 회원국의 부품을 사용하는 쪽으로 수입선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중국과 함께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조선업의 경우 TPP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TPP 회원국의 주력 업종이 조선업과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공업체 관계자는 "한국 입장에서 결국 TPP로 이득을 보는 것은 일본"이라면서 "기계류 분야에서 기술력이 앞서 일본이 더 시장을 선점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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