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보이 이승윤에게 포드 익스플로러란?

입력 2015년11월06일 00시00분 이승윤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운동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관심 많은 필자가 드디어 오토타임즈를 통해 시승기를 쓰게 됐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승하며 느낀 점을 솔직하게 써내려가고 싶다. 시승기에 도전하는 내가 처음 접한 차는 "2016 포드 익스플로러 2.3ℓ 리미티드"다.


 ▲디자인
 익스플로러를 인도 받았을 때 첫 인상은 "크다"였다. 게다가 공격적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라이트, 20인치 휠이 제법 듬직해 보인다. 사람에 따라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탐험가"란 이름을 가진 이 차에게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처음엔 잘생겼는지 모르다가 계속 보면 잘생겼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나처럼…).

 익스플로러도 처음에 느낌이 확 오는 것은 아니지만 볼수록 듬직해 보이고 잘생겨 보인다. 사실 포드는 우리나라에서 독일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독일보다 먼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자동차의 대중화에 기여한 역사와 전통이 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삼각별, 흰색과 파란색의 엠블럼 등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차들 옆에 같이 섰을 때 익스플로러의 덩치와 위압감, 듬직한 포스는 엠블럼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를 좁히기에 충분해 보인다. 


 내부를 살피기 위해 두꺼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탁 트인 시야와 넓은 공간, 고급스런 재질로 구성된 내부가 기대 이상이다. 미국 차의 내부하면 플라스틱 재질의 투박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 편견을 없앨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하지만 계기판의 색감과 디자인은 감동을 주기에 조금 부족하다. 게다가 한글 지원이 안 돼 불만(?)이다. 그러나 센터페시아는 비교적 정리가 잘 돼 있는 느낌이고, 여러 기능은 버튼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성능
 이제 운전을 시작해봤다. "차체가 커서 둔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2.3ℓ 에코부스트 엔진은 가솔린을 연료로 최고 274마력(5,500rpm), 최대 41.5㎏·m(2,500rpm)로, 큰 덩치를 민첩하게 움직이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노면의 상태가 하드하게 전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출렁이지도 않아 안정감이 있다. 코너를 돌 때에도 안정감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 차의 승차감이 안정적이라고 느낀 결정적 순간은 다름 아닌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였다. 별거 아닌 조그만 방지턱이지만 속도를 줄이고 넘어가도 유난히 덜컥거리는 느낌이 있어 은근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러 차를 타고 여기를 넘어봤지만 결과는 항상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익스플로러는 심하게 덜컥거리는 느낌도 출렁이는 느낌도 없이 저주받은(?) 방지턱을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별 것 아닌 부분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작은 것에서 상당히 만족감을 느꼈다. 

 또 크기 때문에 주차할 때 공간적으로 불편한 점은 있지만 각종 편의 장치들이 주차를 돕는다. 후방 카메라뿐만 아니라 전방카메라, 그리고 측면에 있는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전방카메라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양 옆을 볼 수 있는 각도가 커져 사각지대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동으로 주차를 돕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기능도 있다. 전방카메라나 후방카메라에는 모두 워셔 장치가 달려있는 등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편의성과 안정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열 시트는 버튼만 눌러주면 알아서 접히고 펴진다. 2열 시트 안전띠에는 에어백이 장착돼 있으며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마사지 기능도 있다. 사람이 주물러 주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강도를 조절해 허벅지와 엉덩이, 척추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또한 무드등은 여러 가지 색깔로 조절이 가능해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데, 색깔을 바꾸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 편이다. 뒷좌석에 있는 듀얼 USB 포트는 고속 충전이 가능하고 220V의 전기 포트도 마련돼 있다. 

 이 차가 가진 편의 품목을 모두 쓰려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짧게 줄여보자면 고급차에 있는 어지간한 기능들은 거의 다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편의 장비가 넘치고 디테일하게 신경을 쓴 차에 그 흔한 오토홀드 기능이 없는 것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없는 것은 좀 아쉽다. 더구나 왼쪽 하단에 있는 풋파킹브레이크 위치는 어중간해서 왼쪽 다리 위치가 조금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는 어색함도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의 시내주행을 마치고 일요일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탐험가"인 익스플로러가 이름값을 할 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정통 오프로더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과 제대로 캠핑을 즐기려면 어느 정도의 오프로드 성능은 필요하고 익스플로러는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나온 차다.

 일단 오프로드를 즐기는 원주에 사는 동생에게 연락해 오프로더들이 많이 모인다는 문막 섬강을 목적지로 정했다. 막히는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여러 가지 기능을 시험해 보았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시프트는 나름의 손맛과 함께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차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적용됐는데 기존의 크루즈 컨트롤과는 달리 속도를 맞춰놓고 달리다가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알아서 속도를 줄인다. 다시 앞차와 간격이 생기면 설정해놓은 속도로 되돌아간다. 앞차와 거리는 단계별로 조절되고 쉽게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런데 사실 이 기능을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불안함이 있었다. 과연 "이 기계를 믿어도 될까?"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져도 멈추지 않을 것을 대비해 브레이크에 발을 대놓고 시험해 봤는데 앞 차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정말 스스로 속도를 줄여 간격을 맞춘다. 계속해서 사용해도 한 치의 실수가 없다. 오오! 감탄사가 나왔다. 또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을 작동하면 깜박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꿀 때 스티어링 휠에서 정신 차리라는 듯 진동이 전해져 온다. 사이드미러는 사각지대에서 차가 감지되면 노란색 경고등이 켜진다. 그리고 이 기능 저 기능을 시험해 보며 달리느라 운전 패턴이 흐트러지자 갑자기 쉬면서 커피 한 잔 하라는 경고등이 들어온다. 기계에 감성이 담겨져 있는 듯한 느낌. 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니 점점 신뢰감이 쌓여 갔다.

 문막 IC에서 동생을 만나 기본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섬강으로 향했다. 해가 짧아져 어느덧 밤이 찾아왔고 드디어 자갈, 모래 바위 등이 펼쳐진 오프로드에 접어들었다. 인텔리전트 4WD 시스템으로 오프로드도 어려움 없이 헤쳐 나가고, 지형관리 시스템이 있어 진흙, 눈, 모래, 자갈길 등 다이얼을 돌려주는 것만으로 지형에 맞는 주행을 조절할 수 있다. 모래 길에 접어들었을 때 다이얼을 모래로 맞추고 천천히 주행을 해보았다. 이곳을 안내한 동생 말로는 여기서 차가 빠지면 견인차도 못 들어오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프로드에 적합한 차가 아니면 들어올 수 없어 만약 차가 빠지면 자기가 타고 있는 짚 랭글러로 꺼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모래 길을 빠져나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느덧 얕은 강가에 이르렀는데 요즘 날씨가 가물어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발목 위 정강이 정도의 깊이였는데 내친 김에 이곳도 달려보았다. 역시나 별 문제 없이 잘 헤쳐 나간다. 자갈과 모래 언덕도 힘 있게 넘어간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험난한 주로를 통과할 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이런 느낌 때문에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구나!". 오프로드에서의 주행 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결혼식에 갔다 온 터라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뭔가 도심의 답답함을 자연에서 해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어보았다. 뒤에 있는 트렁크 공간은 2열과 3열을 접으면 두 사람이 누울 수도 있고 캠핑 나왔다가 비가 오면 세 사람이 들어가 고스톱을 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다. 


 연료 효율을 확인해 보면 일요일 차가 막히는 도심을 벗어나 정체가 없던 고속도로를 달려 문막 섬강까지 오는 데 ℓ당 10.7㎞라는 효율을 보였고, 오프로드 주행을 포함해 집까지 오는 데는 8.6㎞가 나왔다. 7.9㎞의 공식 평균 효율보다 높았는데, 전체적인 평균효율은 금요일과 토요일 꽉 막힌 도로를 주행한 영향인지 표시 효율에 못 미치는 7.3㎞/ℓ가 나왔다. 물론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는 5-6㎞/ℓ 정도 나온다. 풀타임 4륜구동의 커다란 덩치를 이끄는 데 연료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좋은 효율을 내는 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플래그십 세단에나 들어가는 고급 기능을 즐길 수 있고 평범한 출퇴근용이 아닌 가족 또는 연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차라는 생각이 든다.  3박4일간 함께 하고 차를 반납할 때는 왠지 떠나 보내기가 아쉬웠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애착을 느끼기에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윤(개그맨, 헬스보이)

▶ [시승]그래도 오프로더 DNA, 짚 레니게이드
▶ [시승]이유 있는 사치, 3세대 스마트 포투 쿠페
▶ [시승]세 마리 토끼를 잡다, 현대차 쏘나타 PHEV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