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초강세인 유럽차 틈새를 비집고 경쟁력 있는 미국차가 나타났다. 바로 캐딜락 CTS다.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상당히 잘 다듬어졌고, 다운사이징 엔진 중에서도 파워풀한 2.0ℓ 심장은 얕볼 수 없는 성능으로 다가왔다.
2000년 초기만 해도 국내에 수입된 캐딜락은 대부분 DTS, STS 등이었다. 과거에 국내에서 고급차는 큰 차체와 고배기량 엔진, 출렁거리는 승차감이 인기였다. 그리고 미국차는 크나 큰 대륙의 이동성을 감안해 그렇게 만들어졌고,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 향수만으로 미국차를 평가하기에 변화의 폭이 엄청나다.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 아래 외형부터 주행 감성까지 완벽하게 달라졌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캐딜락 CTS 프리미엄을 가을이 넘어가는 시점에 만나봤다.
▲디자인
캐딜락 CTS 외부는 날렵함과 웅잠함이 공존한다. 모든 캐릭터 라인이 세련된 모습으로 정리가 됐다. 최근에 사용하는 LED도 캐딜락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한 "1"자 형태로 전 후면에 배치됐다. 단숨에 캐딜락 차종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포인트다.
전면은 라디에이터에 장착된 큼직한 캐딜락 엠블렘을 중심으로 헤드램프가 세로형으로 배치됐다. 방향지시등은 범퍼 끝 모서리 하단부 주간주행등 자리에서 지시등이 활성화 될 경우 노란색 부분을 점등시킨다. 측면에서는 17인치 휠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아주며, 내부에는 브렘보 4피스톤 브레이크가 제동성능을 암시하며 맘껏 뽐내고 있다.
측면은 전면부 헤드램프 끝의 직선이 후면부 리어램프까지 단정한 모습으로 이어지고, 후드 캐릭터 라인이 A필러를 통해 트렁크리드까지 유려하게 처리됐다. 또한 도어 손잡이 표면에는 은은하고 푸른 LED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CTS 디테일을 한층 더 살려준다. 후면도 전면과 통일성을 가지는 모습인데, 브레이크램프가 세로 형태로 자리했다. 여기에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이 LED로 처리돼 멋을 드러낸다. 뒷 범퍼 하단에는 안개등이 자리 잡아 시야확보가 어려운 도로에서 다른 차에게 쉽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운전석 도어를 열면 키킹 플레이트의 캐딜락 로고에 푸른색 조명이 밝혀진다. 고급차에 흔히 볼 수 있는 기능이지만 선호도는 제각각이다. 또한 도어의 웨더스트립과 같은 소음 차단 및 밀폐를 위한 구성품도 곳곳에 많이 사용됐다. 덕분에 주행 소음은 매우 적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시트는 기본적으로 브라운 색상의 부드러운 가죽 소재다. 퍼포먼스 앞좌석 시트는 버킷 타입이고, 요추지지대와 헤드레스트를 포함해 20방향으로 조절돼 안정적 자세 유지가 가능하다. 뒷좌석도 2인 탑승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드라이브 샤프트의 터널 높이로 중간 좌석은 다리 위치 선정에 불편을 느낄 수 있다.
편의장비로 채택된 무선충전시스템, USB 커넥터와 100~220V 멀티콘센트는 장거리 여행이나 스마트 기기의 충전 및 사용에 편의성을 더한다. 더불어 앞좌석 전동 컵홀더 커버는 편의성에서 상당한 사치스러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오랜 사용에 모터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만큼 요구하는 내구성 시험을 통과했으리라 믿는다. 최근에는 기본 품목인 LED 실내 전구도 모두 채택됐다.
공조시스템은 트라이 존 독립제어 에어컨디셔닝 시스템 적용으로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 탑승자가 나름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목할 기능은 "CUE(Cadillac User Experience)" 시스템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이제 캐딜락의 특징을 뽐내는 위치에 올라섰다. 물론 필자는 공조기 버튼과 전원(실제로는 mute 기능) 온오프 및 볼륨 조절 버튼이 터치 식으로 돼 있는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하지만 적응 후에는 큰 문제없이 가벼운 터치만으로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성능 이번 CTS 프리미엄은 개인적으로 캐딜락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버리게 만든 차다. 2.0ℓ 터보엔진은 최상의 성능을 자랑할 만하다. 또한 3,000rpm 이상의 엔진회전에서 들려오는 배기음의 질감은 감탄사를 절로 표현하게 한다. 정말 미국차답지 않는 멋진 다운사이징 발란스의 결과다.
변속기는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지만 변속은 빠른 편이다. 하지만 시속 100㎞ 구간이 약 1,800rpm에서 생성돼 요즘 많이 사용하는 8단 혹은 9단 변속기에 비해선 약간 높은 회전수를 보인다. 그럼에도 투어링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변환하면 아주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급가속 때는 빠르게 저단으로 변속됨과 동시에 감속시에는 적정 엔진회전수가 될 때까지 기어를 고정시켜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하면서 속도를 줄인다. 물론 속도가 줄어들수록 기어는 낮은 단수로 변속한다. 굳이 패들 시프터로 다운시프트를 하지 않아도 스포츠 모드선 엔진브레이크 사용을 위한 로직이 포함돼 있다.
시승차는 프리미엄 트림이라 캐딜락의 리얼타임 댐핑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빠져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돼 도로의 상하굴곡에 따른 직선적인 주행구간에선 단단한 느낌을 받았다.
고속으로 달리면서 차선을 변경하면 상당한 수준의 차체 제어 능력을 보인다. 정말 과거의 미국차답지 않은 부분이다. 더불어 스포츠 모드는 엔진과 자동변속기, ZF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이 삼위 일체가 돼 운전자에게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서스펜션과 관련한 부싱들이 충격 흡수 때 묵직한 저주파보다 가벼운 고주파 느낌을 주는 게 조금 아쉽다.
안전장비로는 차선 이탈경고, 차선 유지기능, 차선변경 경고시스템, 안전 경고 햅틱 시트, 사각지대 경고, 전방추돌 경고 및 대비 시스템, 후방 통행 차 감지 및 경고 시스템 등 최근에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 안전 장치가 모두 마련돼 있다.
그리고 효율은 일반 시내 정체도로에서 6.9~7.1㎞/ℓ, 고속화도로 및 고속도로에서는 9.6~9.8㎞/ℓ 정도가 도출됐고, 고속도로 정속 주행은 약 12.4㎞/ℓ가 기록됐다. 8단 및 9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고속도로 정속주행 연비는 조금 아쉽지만 실망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총평
필자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차의 실제 능력에 비해 판매에 아쉬운 브랜드가 두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근의 캐딜락이다. 특히 이번 CTS는 유럽의 비슷한 세그먼트와 비교해 절대 아쉬움이 없다. 더불어 CTS는 국내 실정에 가장 치열한 5,000~9,000만원대 사이의 제품 중 매력적인 차임에는 틀림없다. 비록 가격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수입차 선택에 있어 한번 도전해볼만한 CTS를 구매한다면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있는 프리미엄 플러스나 AWD 모델을 주위에 권하고 싶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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