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게 된 폴크스바겐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먼저 지나치게 많은 세부 차종과 옵션 수를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령 소비자가 폴크스바겐 골프 차량을 살 때 지금은 117가지의 다른 스티어링휠(핸들)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를 3분의 1 수준인 43개로 줄인다는 것이다. 스티어링휠의 다양한 변형은 대부분 색상의 미묘한 차이나 버튼 수 등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 회사 매니저들의 설명이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폴크스바겐은 실내등도 왼손잡이용과 오른손잡이용 2가지를 내놓고 있는데 앞으로는 1가지만 생산하기로 했다. 골프 차종의 경우 앞좌석의 선택 조합 수는 341개에서 259개로 줄어든다.
폴크스바겐그룹은 폴크스바겐과 세아트, 스코다 등 여러 브랜드에 있는 많은 차종 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투자 규모를 1억 유로 줄이고 2017년까지 매년 5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스캔들 이전부터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는데 이번 사태로 비용 감축 노력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디스 CEO는 며칠 전 사내 잡지 인터뷰에서 "모든 투자계획을 점검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것은 취소하거나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BMW 임원으로 일하면서 40억 유로의 구매 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디스는 860억 유로에 이르는 폴크스바겐의 엄청난 구매비의 절감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맥스 워버튼은 "대부분 투자자는 폴크스바겐이 현재 투자 부적격이라고 본다"면서도 "폴크스바겐은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에도 비용을 줄이지 않은 유일한 회사이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의 내년 영업이익률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1.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폴크스바겐은 2007년 이후 관리비가 3배로 뛰었다. 또 매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인건비는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폴크스바겐은 라이벌인 도요타와 차량 판매 대수가 비슷하지만, 직원 수는 도요타의 약 2배에 이른다.
폴크스바겐이 더욱 뼈를 깎는 비용 줄이기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의 컨설턴트인 스웨서 서렌더는 폴크스바겐이 연간 구매비를 3억 유로는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또 연구 개발 비용도 회사 측이 계획한 1억 유로보다 많은 2억∼4억 유로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의 비용절감 계획이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혀 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조작 의혹과 관련한 소명 자료를 연말까지 유럽연합(EU)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는 애초 EU가 10일 이내에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폴크스바겐이 추가 시간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130 g/㎞)을 초과하면 벌금을 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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