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출시한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차명처럼 독특하고 실험적인 내외관 디자인과 프랑스 특유의 실용성이 그대로 묻어나 인기를 얻었다. 혹자는 이 차를 두고 "실용 예술을 접목한 MPV"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때문에 기존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차로 인식돼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시트로엥 수입사 한불모터스가 기존 2.0ℓ 디젤로 운영하던 그랜드 C4 피카소에 다운사이징을 거친 1.6ℓ 디젤엔진 제품을 추가했다. 효율과 경제성을 높인 제품으로 소비들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국내 유일 7인승 수입 디젤 MPV 자격을 유지하며 경제성으로 또 다시 소비자 주목 끌기에 나섰다.
▲디자인
외관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에 프랑스만의 독특한 감성을 가미했다. 레저 활동에 적합한 MPV지만 도심에 어울리는 세련된 외모를 갖췄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날카롭게 뻗은 LED 주간주행등이 날렵한 느낌을 준다. 측면은 유선형의 차체가 매끄럽게 다가온다. "ㄷ" 형태의 리어램프가 돋보이는 뒷모습은 전면 못지 않게 개성을 풍긴다.
실내는 전면 유리 및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제공하는 개방감이 인상적이다. 특히 2개로 나눈 A필러가 시야 확보에 큰 도움을 준다.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한 12인치 디지털 계기판도 실내를 넓게 보이게 하는 요소다. 각종 주행정보 등이 표시돼 마치 우주선 조정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다. 단, 시선이 분산된다는 의견도 있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중앙에 위치한 7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로 조작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주위의 접촉식 버튼은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을 간편히 조작할 수 있어 기능과 디자인 두 부분을 모두 만족시켰다.
스티어링 휠에은 각종 버튼이 밀집해 있어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실내와 잘 어울린다. 기어 레버는 스티어링 휠 뒤쪽 대시보드에 자리잡은 컬럼 시프트 방식으로, 이는 곧 공간 활용성으로 이어진다. 기존 기어레버가 위치한 공간에 여유가 생겨 콘솔박스가 매우 넓고 깊어 각종 수납이 용이하다. 하지만 레버가 단단한 느낌이 아니라 조작시 주의가 요구된다.
가족을 위한 차답게 시트는 안락한 편에 속한다. 특히 1열 시트 뒷부분에는 간이 테이블을 펼칠 수 있어 간단한 식사 및 업무를 볼 수 있다. 2㎏에 달하는 노트북을 올리고 일을 하기에 적당하다. 2열 좌석은 각각 개별 조절이 가능한데 특히 뒤로 젖혀 허리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러나 역시 3열은 비좁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3열을 접으면 적재공간으로서 가치가 뛰어나다. 트렁크 용량은 총 645ℓ지만 2열을 앞쪽으로 당기면 700ℓ, 접으면 최대 1,843ℓ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1열 시트 아랫부분과 2열 바닥 밑에도 적재공간을 마련한 부분에서 시트로엥의 재치와 센스가 엿보인다.
▲성능
유로6기준을 충족하는 4기통 1.6ℓ 블루 HDi 디젤 엔진은 무엇보다 고효율이 강점이다.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복합 기준 ℓ당 15.1㎞를 확보했다. 여기에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주행속도가 시속 8㎞ 이하일 때 엔진을 멈추고, 재출발 시 0.4초 내에 다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시내주행 시 기존대비 약 15%의 효율 향상 효과를 이뤄냈다는 게 시트로엥의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디젤차 배출가스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선택적 환원촉매장치(SCR)를 장착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90% 줄였다. 엔진 성능은 최고 120마력, 최대 30.6㎏·m다.
경량화에 따른 몸놀림이 덩치에 맞지 않게 경쾌하다. 새 차에 적용한 EMP2는 PSA그룹의 최신 플랫폼으로 구형보다 차체 무게를 60㎏ 줄였다. 또 보닛과 테일게이트 등에서 40㎏을 추가로 감량했다.
PSA의 디젤 엔진의 기술력은 정평이 나 있다. 때문에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물론 하체는 약간 무르게 느껴지는데 패밀리카를 감안한 시트로엥의 의도적인 계산으로 보여진다. 과속 방지턱에서 진동흡수도 우수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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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밟았다. 1.590㎏ 무게와 4.6m에 달하는 차체가 가볍게 느껴진다. 초기 응답성이 준수하며 답력을 높이자 시속 120㎞ 이상 까지 무리 없이 속도를 붙여나간다. 줄어든 배기량에 따른 성능저하를 느낄 수가 없다. 2.0ℓ 엔진대비 출력과 토크는 각각 30마력, 4.6㎏·m씩 모자르지만 패밀리카로서 일상 주행을 감안하면 전혀 부족함이 없다.
기존 1.6ℓ 제품군에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EGS)를 물리는 것과 달리 새 차에 조합된 변속기는 일반 자동6단이다. EGS 특유의 울컥거리는 변속감에 이질감을 느꼈던 운전자들에게는 반가운 요소가 될 수 있다. 부드럽게 저단과 고단을 오고간다.
▲총평 현재 그랜드 C4 피카소는 시트로엥의 주력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10월까지 총 474대의 실적 중 44%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새로 투입된 1.6ℓ 디젤의 경우 경쟁 MPV뿐 아니라 국산 중형 SUV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 ℓ당 15.1㎞에 달하는 고효율과 넓은 실내 공간 등에서 이점이 있어서다. 게다가 3,990만원이라는 가격설정 역시 3,000만원을 훌쩍 넘는 국산 중형 SUV의 가격을 감안 한다면 과하게 느껴지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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