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점유율이 13%를 넘어섰다. 그러나 승용시장만 놓고 보면 이미 15.7%에 이른다. 그래서 국내 업체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발만 동동 구른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다. 물고 물리는 피 말리는 전쟁만 남았을 뿐이다.
재미나는 통계가 하나 있다. 올해 11월까지 승용점유율이다. 현대차는 34%, 기아차는 29.6%다. 둘을 합치면 63.6%에 이른다. 물론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숫자에 담긴 의미는 무겁다. 지난해 같은 기간 65.2%에서 1.6%P 빠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같은 기간 수입차는 1.5%P 증가했고, 쉐보레와 쌍용차도 각각 증가했다. 바닥치고 올라오는 도전자가 많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점유율을 지켜냈다면 그게 더 이상할 따름이다.
기업은 장사꾼이다. 그러니 장사를 잘해야 좋다. 그리고 성공적인 장사를 했느냐를 따져보는 게 시장 점유율이다. 그런데 점유율은 매우 단순하다. 경쟁하지 않는 시장까지 통합해서 계산하니 현실성이 떨어진다. 경제 위기로 경차 시장이 커지면 경차가 없는 회사는 점유율이 떨어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하는 게 바로 경쟁시장 점유율이다.
경쟁 시장을 보면 판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먼저 경차다. 국내에서 경차는 기아차와 쉐보레만 참여한다. 11월까지 점유율은 기아차 레이 15.2%, 모닝 50.9%, 쉐보레 스파크 33.9%다. 그런데 지난해와 비교해보니 모닝과 레이는 각각 0.2%P, 1.5%P 줄었고, 스파크는 1.7%P 증가했다. 경차 판매를 모두 합쳐 놓으면 전년 대비 8.6%가 감소했는데, 모닝과 레이가 각각 9%와 16.9%가 내려갈 때 스파크는 3.8% 하락에 머물렀다. 그러니 모닝의 절대 판매량이 11월까지 7만8,398대로 가장 많았어도 성장의 질적인 면에선 스파크가 돋보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준중형은 어떨까? 현대차 벨로스터, 아반떼, i30 외에 기아차 K3, 쉐보레 크루즈, 르노삼성 SM3 등이 내수를 주도한다. 전체 시장 규모도 11월까지 15만8,000대로 상당하다. 전체 판매를 보니 지난해 대비 9,000대 가량 감소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차종이 조금씩 떨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현대차 아반떼를 제외하고 모두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독보적인 준중형 아반떼의 경쟁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8.7%에서 올해는 54.7%로 높아졌다.
다음은 중형이다. 국산 중형은 현대차 쏘나타, i40, 기아차 K5, 쉐보레 말리부, 르노삼성 SM5가 각축을 벌인다. 올해 11월까지 전체 판매는 18만4,600대로 지난해보다 1,600대 증가했다. 그러니 모든 차종이 증가해야 ‘윈-윈’이다. 하지만 기아차 K5만 7,000대 늘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떨어졌다. 다시 말해 중형은 기아차가 홀로 선전했다는 의미다.
이외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 한국지엠 알페온, 르노삼성 SM7이 포진한 준대형급은 수입차 공세가 대단했기에 예상대로 11월까지 내수 판매는 지난해와 비슷한 10만8,000대에 그쳤다. 하지만 알페온(임팔라 포함)과 SM7의 증가가 눈부시다. 각각 3,200대와 2,300대가 늘어난 반면 그랜저와 K7은 4,600대와 780대가 줄었다.
이처럼 전체 산업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포화 시장이란 점에서 향후 국내 경쟁 시장 점유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입차의 승용 시장 점유율을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곳곳의 싸움터에서 이겨야 전체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수시로 변하는 경쟁 시장, 점유율의 판도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칼럼]쉐보레의 절치부심, 이제 꽃을 피울 때다▶ [칼럼]현대차에게 "감동"의 시작은 한국부터▶ [칼럼]제네시스 G90은 왜 "EQ900"이 됐을까▶ [칼럼]SM으로 쏘나타 잡겠다는 르노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