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한층 풍성해진 페어레이디, 2016년형 370Z

입력 2015년12월08일 00시00분 안효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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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이 스포츠카 370Z의 연식변경을 출시했다. 일본에서는 "페어레이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6세대에 걸쳐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차다. 한국에서도 게임이나 영화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370Z는 닛산의 아이콘카답게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여기에 3.8ℓ 자연흡기 엔진은 최근 출시된 차에서 경험하기 힘든 주행감을 선사한다. 연식변경을 거치며 세부적인 부분에 세련된 느낌을 더하고, 각종 신기술을 통해 배기음을 적극 부각했다.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차 2016년형 370Z를 시승했다.

 ▲디자인
 370Z는 2인승 스포츠카다. 길이 4,250㎜, 너비 1,845㎜, 높이 1,315㎜, 휠베이스 2,550㎜로 아담하다. 짧은 오버행과 "롱 노즈 - 숏 테크"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쿠페형 스포츠카의 실루엣을 자아낸다. 정지상태에서도 속도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다소 과장된 듯한 휠하우스와 근육질 어깨는 고성능을 짐작케 하는 요소다.

 앞에서 바라본 인상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그러나 식상하다기보다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유는 최근 닛산의 패밀리룩에 370Z 디자인을 차용한 요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부메랑 형태의 헤드램프가 있다. 370Z의 상징과 같은 오래된 모습이지만 닛산의 다른 신차들에서 자주 접하게 되면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옆모습에서도 큰 변화를 찾아보긴 어렵다. 이전 연식변경에서 적용된 더블 5스포크 휠의 색상이 실버에서 블랙으로 달라진 정도다. 볼륨감 넘치는 뒷모습과 두 개의 배기 파이프, 부메랑 모양의 리어램프, 디자인과 공력 성능에 포인트를 주는 리어 스포일러 역시 그대로다.

 370Z를 처음 접해본 사람은 차에 타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실내가 요즘 나온 차답지 않게 무척이나 단촐해서다. 현란한 멀티미디어 화면이나 디지털식 조작버튼 등은 이 차에선 찾아볼 수 없다. 통상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자리엔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의 수납공간이 위치한다. 최근 출시되는 커다란 스마트폰은 가로로 넣을 수도 없다. 버튼 배치도 단순하다. 라디오 등 음향 소스를 선택하는 버튼 몇 개와 공조기 조작을 위한 다이얼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콘솔박스의 USB 포트가 반가울 정도다.

 그러나 오직 달리기만을 생각한다면 370Z는 충분한 정보와 기능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계기판 중앙에는 엔진회전수를 표시한다. 포르쉐에서 접할 수 있는 구성이다. 냉각수 온도와 배터리 충전 상태, 디지털 시계 등을 나타내는 별도의 클러스터도 굳이 센터페시아 상단에 배치했다. 스티어링 휠에는 수동변속을 위한 패들시프트를 비롯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블루투스 전화 연결 버튼 등도 마련했다.

 실내 공간도 2인승 스포츠카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기 충분하다. 시트 포지션이 낮고 천장이 생각보다 높다. 앞뒤 간격도 넓어 성인 두 명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때때로 스포츠카를 탈 때 몸을 구겨 넣는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370Z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마감재로는 고급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성능
 370Z만의 특징이자 강점으로는 파워트레인을 꼽을 수 있다. 기존 370Z와 동일한 V6 3,696㏄ VQ37VHR 자연흡기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제원표상 성능도 최고 출력 333마력, 최대 토크 37㎏·m로 동일하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즐거움은 대체할 수 없을 정도다. 저속에서도 여유롭게 그릉거리는 엔진 회전 질감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달리고 싶다는 의사를 가속페달을 밟아 차에 전달하면 순식간에 rpm이 치솟으며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속도감이 여과 없이 운전자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그러나 불안한 느낌은 없다. 교통 상황과 심적인 부담이 불만족스러울 뿐이다.

 액티브 사운드 인핸스먼트(ASE) 시스템은 기대 이상이다. ASE는 맥시마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기술로 스피커를 통해 엔진음을 보다 생생하게 운전자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존 370Z는 자연흡기 엔진임에도 다소 얌전했다면 새 차는 한층 듣는 즐거움이 좋아졌다. 속도보다는 페달 답력에 반응하기 때문에 저속에서는 때로 엔진음이 과장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몸놀림은 정확하다. 기존 370Z에서도 스티어링휠 감각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지만, 스티어링 소프트웨어와 스티어링 칼럼 부싱을 개선해 조향 성능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전반적으로 힘이 넘치지만 제어하기 쉽다. 왠지 운전실력이 평소보다 좋다고 느껴지는 건 향상된 조향성능과 함께 주행 상황에 자연스럽게 개입하는 각종 전자장치 덕분일 것이다.

 앞바퀴 4피스톤, 뒷바퀴 2피스톤 알루미늄 캘리퍼를 적용 14인치 벤티드 디스크 브레이크는 든든하다. 제동은 의도한대로 정확히 이뤄진다. 너무 민감해 콱콱 선다면 일상 주행에서 피로가 상당할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믿음직한 제동성능은 370Z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총평
 370Z는 "데일리 스포츠카"의 모범답안 같은 차다. 폭발적인 주행성능과 민첩한 몸놀림, 노면 상태를 세밀하게 읽어내는 서스펜션을 갖췄다. 여기에 일상적인 주행을 위해 편안한 승차감과 정속 주행 시 안정감을 확보했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언제나 부담 없이 운전할 수 있는 차가 370Z다. 포드 머스탱이나 쉐보레 카마로 등 북미산 머슬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이번 연식변경은 사실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이전에 부족했던 "듣는 즐거움"을 배가했지만 가격은 570만원 낮춰 체감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졌다. 370Z는 닛산이 제안하는 브랜드 슬로건 "짜릿한 혁신(Innovation that Excites)"을 경험하기에 제격인 차다. 양산차 브랜드가 주력 차종으로 내세우기엔 한계점이 분명하지만, 틈새시장을 일궈낼 충분한 저력을 갖췄다는 생각이다. 2016년형 370Z의 가격은 5,19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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