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탄소 배출을 바라보는 정부의 두 얼굴

입력 2015년12월08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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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 감축이 과제로 떠올랐다. 지구 온난화 자체가 정치적 이유로 등장했다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정치가나 과학자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기후 변화"다. 다시 말해 탄소가 증가했던 시대를 지금의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기에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탄소 배출을 위해 각 나라가 꺼낸 카드는 저탄소 자동차다. 탄소 배출이 적은 차가 늘어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유럽 일부 국가는 세제를 탄소배출에 맞추는 이른바 탄소 기반의 세제를 도입하거나 도로에 탄소 제로존을 만들어 운행을 줄이는 정책을 속속 만들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2020년이면 "저탄소 협력금 제도"가 탄소 기반의 세제 역할을 하고, 자동차세도 효율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도 이제 탄소 배출 의무 감축 국가에 포함되는 만큼 줄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항목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물론 자동차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술적으로 무게를 줄이고, 엔진 연소율을 높이거나 또는 전기 동력 사용을 확대하고, 주행의 저항을 줄이면 된다. 그리고 이 같은 기술은 이미 완성됐거나 일부 차종에 적극 적용 중이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그간 정부가 지속해 왔던 자동차 및 유류 세제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탄소 배출이 적은 차의 구매를 정책적으로 유도할 수밖에 없어서다. 쉽게 보면 세수 증대를 위해 중대형 확산에 치중해 왔던 정책이 저탄소를 위한 소형차 중심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곧 소형차 확산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로지 세수증대를 위해 중대형차 판매를 은근히 장려했던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간 중대형차 판매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FTA 체결 등을 이유로 개별소비세가 10%에서 5%로 내려왔고, 5단계로 나뉘었던 자동차세도 3단계로 축소돼 대형차의 유지 부담이 줄었다. 반면 여기서 줄어든 세수는 기름 값의 주행세 인상으로 보전해왔다. 최근 국제 유가와 국내 유가의 하락율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유류세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 ℓ당 770원이었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이듬해 12월 485원으로 37%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의 공장도가격도 852원에서 541원으로 36% 하락했다. 하지만 세금이 붙은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1,740원에서 1,553원으로 10.7% 하락에 그쳤다.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세금이 버티고 있는 만큼 하락율은 달랐던 셈이다.

 주행세 인상은 모든 자동차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대형차는 세금 인하 혜택이라도 입었으니 불만이 적다. 하지만 소형차는 대형차 세금 인하를 메우기 위한 주행세 인상을 직격으로 맞았다. 덕분에 중대형차 비중은 늘었고, 정부도 덩달아 세수가 증대했다. 반면 중대형차 확산으로 탄소 배출도 함께 증가했다. 한 마디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인위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 소형차 수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소형차가 정책에 민감하다는 점은 경차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경차에 부여된 각종 세제 혜택이 없어지면 경차 판매는 단숨에 하락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0년 정부가 늘어나는 경차로 세수가 줄자 혜택을 없앴고, 이듬해 경차는 곧바로 추락했다. 그만큼 경소형차는 혜택의 민감성이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가 자동차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친환경차 보급과 함께 배기량 1,600㏄ 미만의 소형차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물론 머뭇대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형차 혜택으로 중형 수요가 소형으로 이동하면 신차 판매에 따른 세수가 줄고, 유류세도 덜 들어온다. 쓸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이 줄어든다면 정부 입장에선 그것도 고민이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세제의 전면적 개편이고, 여기서 핵심은 과세 기준이다. 지금처럼 배기량, 또는 공장도가격 기준을 삼을지 아니면 탄소 배출을 적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필요하면 두 가지를 섞는 방법도 요령이다. 하지만 세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며 저탄소차를 확산시킬 방법은 아무리 골몰해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저탄소는 곧 기름 소비의 감축이고, 기름 소비 감소는 유류세수의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판단을 해야 할 때다. 탄소(세수)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유지할 것인지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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