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99%의 만족과 1%의 부족, 제네시스 EQ900

입력 2015년12월21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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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실체를 드러냈다. 기함인 "EQ900"으로, 2세대 에쿠스 이후 6년만에 나온 차다. EQ900은 자율주행을 비롯해 트윈터보, 인간공학 등의 기술을 모두 담아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네시스 EQ900 가운데 3.3ℓ 트윈 터보 제품을 시승했다.

 ▲디자인
 EQ900의 외관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낸 동시에 에쿠스의 유산까지 욕심냈다. 크기는 길이 5,205㎜, 너비 1,915㎜, 높이 1,495㎜로 에쿠스보다 45㎜ 길어지고, 15㎜ 넓어졌다. 휠베이스는 115㎜ 늘어난 3,160㎜다.

 전면부는 2세대 제네시스에 선보인 "크레스트 그릴"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현대차 헥사고날 그릴의 모서리 각도를 달리해 차별성을 뒀다. LED로 채워 넣은 헤드 램프는 끝부분을 뭉툭하게 처리했다. 최근 BMW, 재규어 등의 고급차에서 볼 수 있는 기법이다. 별도로 빼낸 방향지시등, 주간주행등에도 LED를 써서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범퍼 아래는 날개를 형상화한 크롬 가니시를 둘러 웅장한 느낌을 살렸다. 공력을 활용해 브레이크 열을 식히는 에어 커튼도 마련했다.

 측면은 롱 노즈 숏 데크의 전형적인 후륜구동 세단의 자세다. 후드에서 시작한 캐릭터 라인은 펜더, 도어를 거쳐 자연스럽게 테일 램프로 이어진다. 도어 아래는 음각의 굴곡으로 입체감을 만들었으며 크롬 가니시를 덧댔다. 사이드미러는 깃발 형태다.

 후면부는 에쿠스의 램프와 트렁크, 번호판 위치 등의 전반적인 짜임새를 계승했다.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기존 소비층을 배려한 셈이다. 그럼에도 세로형 LED 테일 램프를 채택해 인상의 변화를 꾀했다. 

 실내는 인간공학적 설계를 기반으로 감성품질을 끌어올렸다. 프라임 나파 가죽을 시트, 도어 트림 등에 사용했다. 대시보드는 바느질 처리와 우드그레인으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스티어링 휠은 가죽 및 메탈 소재를 썼으며, 조작감이 좋다. 가로형 레이아웃에 따라 송풍구를 비롯한 센터페시아도 넓고 낮은 형태다. 뭉툭한 기어노브는 센터페시아와 가까워 손을 올리는 중에도 각종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주차모드는 버튼을 따로 마련했다. 룸미러는 뒷유리 형태에 따라 역사다리꼴 모양으로 만들었다.

 편의품목은 22방향 전동시트 기반의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운전자가 입력한 키, 앉은 키, 몸무게에 따라 좌석, 스티어링 휠, 사이드미러 등의 위치를 바꾼다. 척추에 최적화된 자세를 권하는 것으로, 운전에 가장 좋은 자세는 약간의 보정이 필요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더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뒷좌석은 쇼퍼드리븐 소비자 취향에 맞췄다. 안락감을 높이기 위해 항공기 1등석을 참고한 것으로, 18가지의 다양한 위치와 자세를 설정할 수 있다. 센터콘솔에서 버튼 및 다이얼로 내비게이션, 오디오, 비디오 등의 제어도 가능하다. 전용 편의품목은 듀얼 모니터,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등이 있다.

 트렁크 용량은 484ℓ로 골프백 4개, 보스턴백 4개를 동시에 넣을 수 있다. 5인승은 스키스루도 지원한다.

 ▲성능
 현대차가 처음 만든 트윈 터보차저는 V6 3.3ℓ 직분사 엔진에 덧붙였다. 최고 370마력, 최대 52.0㎏·m를 발휘한다. 1,300~4,500의 낮은 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는 2.2t에 가까운 차를 제법 가볍게 움직여 일부 스포츠 세단보다 가속력이 돋보인다. 3.8ℓ보다 배기량을 낮춘 다운사이징이지만 성능은 5.0ℓ에 버금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표시효율(AWD, 19인치 타이어)은 복합 7.8㎞/ℓ로 3.8ℓ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제네시스에 먼저 얹어 완성도를 입증한 8단 자동변속기와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 H-트랙은 큰 개선없이 EQ900에 탑재했으나 오래된 느낌이 없다. 엔진 반응속도, 스티어링 휠 무게감, 감쇠력에 따른 주행모드는 에코, 일반, 스포츠, 개별설정의 네 가지를 제공한다.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은 인상적이다. 거슬릴만한 잔여 진동을 억제해 요철이나 거친 노면도 담백하게 지나간다. 좌우의 과한 움직임도 롤링을 줄여 안정적인 자세를 바로 잡는다. 서스펜션은 삭스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주행상황을 토대로 실시간 감쇠력을 조절한다. 유압식 댐퍼를 채택했지만 쇼크업소버 내부에 밸브를 추가해 빠른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숙성은 전방위적인 NVH 대책 덕분에 고요할 정도다. 도어는 3중 실링으로 마감했으며 차음 유리, 환기부 흡차음재 보강, 발포 패드, 언더커버 등으로 소음 유입을 거의 차단했다. 19인치 알로이 휠은 내부를 비워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중공 공명실" 기술을 적용했다. 조금이라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계기판에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의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표시가 뜬다. HDA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유지 시스템, 내비게이션이 연동해 고속도로에서 속도, 차간, 차로 유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단, 법규와 안전 문제로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보와 함께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한다.

 작동중엔 운전자가 임의로 차로를 변경할 수 있다. 제한속도 이상의 속도를 설정하고 달릴 경우 과속카메라 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줄인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요금소를 빠져나오자 시스템을 자동 해제한다. 안전품목은 후측방 추돌회피지원, 부주의 운전경보,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을 갖췄다.

 ▲총평
 독일 프리미엄 3사에 빼앗긴 내수시장 점유율, 특히 벤츠 S클래스보다 저조했던 에쿠스의 판매는 현대차로서 뼈아팠다. 이런 시점에서 새 브랜드와 EQ900은 수요 복원의 막중한 임무와 함께 글로벌 럭셔리시장 진출의 시금석으로 현대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저변 확대를 위해 젊은 감각을 더했으며 "에쿠스"란 이름 대신 "제네시스"를 택하는 등의 변화도 감행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1만2,700여 대의 사전계약과 젊은 개인 소비자가 늘고 있는 점이 현대차 입장에선 고무적이다. 그러나 플래그십시장을 이끌어갈 만한 무언가가 부족하다. 신선함보다 어느 정도 적응한, 뒤늦게 채택한 품목과 기술 때문이다. 이를 현대차는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고 표현하지만 다른 경쟁사들은 이미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판매가격은 3.8 GDi 7,300만~1억700만 원, 3.3ℓ 터보 7,700만~1억1,100만 원, 5.0ℓ GDi 1억1,70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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