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병신년, PHEV의 돌풍이 올 것인가

입력 2015년12월31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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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50만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올해 내다 본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전망이다. 물론 전망은 예측하는 곳마다 제각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8,840만대, KB투자증권은 8,400만대, 신한투자증권은 8,9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숫자는 조금 다르지만 적어도 올해보다 모두 늘어날 것이란 의견에는 대체적으로 수긍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예측 기관마다 친환경차의 급부상을 공통적으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친환경차가 지난해보다 17.2% 증가한 221만대에 달할 것으로 여겼다. 지난해는 미국과 일본의 하이브리드 판매 감소로 주춤했지만 올해 많은 제조사에서 친환경 신차를 내놓으며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도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비중이 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성장폭이 거셀 것으로 전망했는데, 외부 전원을 통해 공급받는 순수 전기차 역할과 전력이 소진되면 즉시 일반 하이브리드로 전환되는 장점이 결합된 만큼 소비자에게 각광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PHEV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이유는 하이브리드와 순수 EV의 장점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연료 사용을 줄이고, 외부 충전을 하면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충전 인프라만 뒷받침된다면 전력이 떨어져 주행 중 차가 멈추는 일도 없다. 그래서 정부도 PHEV 구입자에게 개별소비세 및 취득세 감면은 물론 최대 5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덕분에 국내에 쏟아지는 PHEV도 적지 않다. 현대차가 이미 PHEV를 판매 중이고, 토요타는 프리우스 PHEV, 아우디는 A3 e트론 PHEV를 내놓을 예정이다. 쉐보레 볼트(Volt)와 BMW X5 PHEV도 등장한다. 그간 만들어졌어도 보조금이 없어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던 해외 PHEV 제품이 속속 국내 시장에 발을 내미는 형국이다.

 관건은 PHEV와 EV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이다. EV에 지급되는 1,200만원+α(자치단체 보조금)가 여전히 500만원에 불과한 PHEV보다 많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은 있겠지만 PHEV는 사용의 불편함이 전혀 없는 게 장점이다. 따라서 친환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PHEV의 돌풍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정부가 PHEV를 EV로 가는 길목의 과도기적 자동차로 분류, EV 시대를 앞당긴다는 계획이지만 사용의 편리성 및 고효율의 장점이 알려지면 PHEV의 득세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PHEV의 존재감이 아직 미약한 데다 하이브리드와 EV가 양쪽에서 PHEV를 협공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에서 PHEV로 서서히 수요가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PHEV의 배터리 성능이 좋아지면 당연히 EV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PHEV가 주목받는 건 일정 기간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EV로 가기에는 아직 인프라와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2016년은 PHEV라는 의외의 복병이 소비자의 구매력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의 중간에서 친환경과 고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서다. 완성차회사에서 PHEV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지만 2016년이 기폭제가 돼 새로운 틈새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뭐든 대비해야 하지만 PHEV의 파급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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