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성전자 대리점에서 BMW i3를 판다면

입력 2016년01월26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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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는 가전제품일까 자동차일까? 융합 시대에 누구나 손쉽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명확한 대답을 내놓기 어려운 물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기준은 고정성과 이동성이다. 가전은 한 장소에 고정된 반면 자동차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게 차이점이다.

 그런데 가전 중에서도 언제나 이동하는 제품이 적지 않다. 노트북, 휴대폰 등이 대표적이다. 주머니, 또는 가방에 담겨 사람과 같이 이동한다. 그러니 고정성과 이동성으로 둘의 경계선을 나누려는 논리는 점차 힘을 잃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최근 나오는 구분 논리가 바로 "싣고 가는 것"과 "실려 가는 것"이다. 자동차는 사람이 실려 가는 것에 반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휴대용 이동 가전은 사람이 싣고 가는 게 분명한 차이점이다. 다시 말해 휴대폰과 노트북은 사람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 반면 자동차는 사람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 게 극명한 차이점이다. 최근 애플과 구글 등 IT 기업이 내미는 도전장에 대해 자동차회사가 자신감을 갖는 배경이기도 하다. 자동차에 안의 사람을 보호하는 것만큼은 결코 IT가 140년 넘도록 기술개발에 매진해 온 자동차회사를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이를 두고 IT 등 가전 기업은 완벽한 통신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사고 자체를 원천봉쇄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아직은 자동차회사가 유리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가전과 자동차를 구분 짓는 또 하나의 기준은 바로 동력원이다. 자동차는 140년 동안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왔고, 가전은 전력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그러니 전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해선 가전 기업이 자동차회사보다 충분히 앞설 수 있다. 그러니 자동차의 에너지원이 전기라면 가전에 속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그렇다면 전기차를 가전 기업이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 전기차를 가전의 일종으로 보고 냉장고 및 세탁기, 컴퓨터 등과 함께 판매하는 것 말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BMW i3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가전 수리하듯 애프터서비스는 출장 서비스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LG전자 대리점에서 기아차 쏘울 EV를 판매하는 것은? 하이마트에서 테슬라 전기차를 판다면?


 일부에선 아직까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가전으로서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실려 가는 것에 큰 비중이 있어 사후 관리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동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전 수리에 속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계 부분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어 완성차회사가 판매 및 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점차 기계에서 전자로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전 대리점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근 국내 여러 가전 기업이 자동차 전장사업을 하겠다고 화제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가전 영역의 확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창한 전장사업을 운운하는 것보다 대리점에서 중소기업이 만든 전기차를 한번 팔아보면 어떨까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전기차를 가전 영역으로 끌어오는 첨병 역할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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