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헬스보이가 깜짝 놀란 차, BMW X5 M50d

입력 2016년02월17일 00시00분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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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세 번째 시승차는 BMW X5 M50d다. X5는 기존 SUV가 아닌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는 새로운 개념의 지평을 연 제품이고,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링카가 됐다. 실용성은 기본이고 활동성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운전 재미를 강조한 역동적인 느낌까지 있다. 그런 X5의 고성능 버전인 M50d는 과연 어떨까? 디젤엔진에서도 ‘M(Motorsport)’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수 있을까? 흥분된 마음으로 차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기존 디자인이 워낙 완성도가 높았기에 X5와 X6가 완전변경될 때 이전 모델 디자인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컸던 것일까? 새로운 X5가 공개됐을 당시 대부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트임을 한 X5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진으로 보면 앞트임을 하면서 라이트 모양이 직선으로 뻗은 것도 아니고 우아한 곡선도 아닌, 어딘가 찌그러져 보이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못생겨졌다. 어딘지 강해보이긴 하지만 BMW의 새로운 앞트임 디자인에 적응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전 디자인이 더 이상 손볼 곳이 없을 만큼 멋졌기에 조금만 바뀔 줄 알았는데 오히려 BMW는 안주하지 않고 파격적인 형상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원래 파격에는 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과거 크리스뱅글이 새롭게 선보인 7시리즈의 파격(?) 디자인에도 엄청난 잡음이 있었다. 기존 플래그십에서 느낄 수 있는 중후하고 안정적인 디자인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난 7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하다 못해 기괴하다는 표현까지 썼지만 결과는 반전 그 자체였다. 7시리즈를 세계적 명차로 한 단계 도약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그런데 지금의 X5도 그런 전례를 따라갈 수 있을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겠다.



 그래도 내 앞에 우뚝 선 차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꽤 괜찮은 느낌이다. 라이트 모양도 실제로 보니 입체적인 디자인 때문에 사진보다 훨씬 낫다. 화면보다 실물이 나은 연예인을 본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잘생겼다"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더 많은 근육과 강인해 보이는 골격을 얻은 대신 잘생긴 얼굴을 잃은 느낌이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넘쳐 보이는 이미지는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X5와 비교했을 때 범퍼 아래쪽이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뚫려 있고, 머플러가 네모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엉덩이에 "M50d"라는 글자가 추가됐다. 내부는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지만 보다 고급감이 느껴진다. 핸들과 시프트 레버에 "M" 로고가 들어가 있고, 시트 한편에는 "M"의 배색이 살짝 들어가 있다. 



 ▲성능
 지난 2012년 운 좋게도 풀체인지되기 전 X5와 제원이 비슷한 X6를 한 달 이상 시승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느낌을 내 몸이 아직 기억하고 있어 비교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무언가 달랐다. 그냥 X5가 아니라 "M" 패키지가 달려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X5 30d가 258마력, 57.1kg.m 토크의 터보 엔진을 가지고 있는데, M50d는 2,993㏄ 배기량으로 381마력, 75.5kg.m의 토크를 뿜어낸다. 비결은 트윈도 아니고 트리플 터보 엔진에 있다. 밟는 순간 힘이 느껴지며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디젤의 높은 토크는 초반 가속력도 쉽게 올려준다. 하지만 기어박스에 있는 스포츠모드 스위치를 보는 순간 아직 "M"의 성능을 시작도 안한 것이란 것을 또 다시 깨달았다.

 먼저 비교적 안락한 콤포트와 연료 효율을 높여주는 에코 모드로만 주행했다. 그래도 민첩하고 빠르다. 그럼 스포츠 모드는 어떨까? 엔진 사운드가 바뀌고 계기판 색깔이 붉은 색으로 변하며, 몸이 뒤로 젖혀지는 짜릿함이 전해진다. 많은 차들이 콤포트와 스포츠 모드를 가지고 있지만 이처럼 극명한 차이를 표현한 차는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미세하게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낮게 깔리는 느낌으로만 스포츠 모드를 표현해 내는 것과 달리 X5 M50d는 주행 성능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이전과 아예 다른 차가 된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내친김에 스포츠 플러스모드로 바꿔 보았다. 사람의 감탄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와우~, 오오~, 이야~" 등등. 하지만 이런 감탄사가 절정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게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는 수가 있다. 스포츠 플러스모드로 바꿨을 때 그랬다. 내 입에서는 순간적으로 감탄의 육두문자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 이어 한 번 더 사운드가 격렬해지고 몸이 다시 한 번 뒤로 젖혀진다. 스포츠모드에서 더 이상 주행성능이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스포츠플러스모드가 "예스"라고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주행 중 어느 정도 고속으로 생각했지만 계기판을 보니 예상을 넘었다. 디젤 연료의 특성상 후반 가속력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세 개의 터보차저가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큰 덩치가 쉽게 상당한 고속에 도달할 수 있다니 역시 M이란 로고가 괜히 붙는 것이 아니었다. 0-100㎞/h는 5.3초에 불과한데, 달리기로만 보면 세단의 뺨을 후려칠 만하다.

 물론 스포츠플러스모드가 되면 DSC 기능이 꺼지고, DTC(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가 활성화되는 등 주행안정성이 제한되고 운전자에게 주행을 맡기는 시스템으로 변화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속도가 주는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도록 가속과 커브 주행 시에 전자식 주행 안정성 기능이 해제돼 운전자가 컨트롤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요리조리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내 몸에 언제 나왔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아드레날린이 분출했다. 실로 오랜만에 스릴이 느껴진다. 이것이 BMW가 추구하는 궁극의 드라이빙인가 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 짜릿함을 맛보고 나면 다시 콤포트 모드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능이 받쳐주니 자꾸 스포츠모드와 스포츠플러스모드로 주행하고 싶어지고, 내 앞을 가로막는 다른 차들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자칫 운전 습관을 망칠(?) 수도 있는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더구나 스포츠플러스모드는 차를 완벽히 이해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전문가용 모드이기도 하다. 무턱대고 사용하며 빠른 속도로 와인딩이라도 하면 사고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이 차를 소유해도 성능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모드를 맛본 이후 콤포트모드를 이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편의 기능도 있다. 속도와 차간 거리 설정에 따라 알아서 멈추고 출발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있는데, 솔직히 역동성이 극대화 된 제품에 그런 기능이 왜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그냥 X5라면 몰라도 말이다. 실제로 필자는 시승하는 동안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단 한 번도 켜지 않았다. 그 동안 다른 시승차에선 이 기능을 다 시험해봤지만 X5 M50d에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3박4일 동안 거의 스포츠와 스포츠플러스모드로만 달렸는데, 효율은 의외로 좋은 7.4㎞/ℓ가 나왔다. 고성능이지만 디젤 효율이 뒷받침됐다는 뜻이다. 참고로 표시연비는 10.7㎞/ℓ다. 

 ▲총평
 디젤이지만 BMW의 고성능 버전인 M의 위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배기음은 가솔린을 연료로 하는 M 및 스포츠카와 비교해 부족하지만 다른 디젤 SUV보다 훨씬 웅장한 사운드를 전달한다. SUV의 실용성에 다이내믹한 운전 성능까지 즐길 수 있는 한 차원 진보한 SAV라는 의미다. 


 "세상은 넓고 좋은 차는 많다"라는 헬스보이의 격언(?)이 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구매 리스트에 슬쩍 이름을 올려 놓고 "언젠가"를 기대해 본다. 시승 결과 BMW X5 M50d는 상식을 뛰어넘는 좋은 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땅히 고성능을 체감해 볼 도로가 별로 없다. 그래서 "느낄 수 없다면 필요치도 않다"는 또 하나의 헬스보이 명언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더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추월 차선에서 뒤따르는 차를 무시한 채 꿋꿋이 정속 주행하는 운전자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BMW X5 M50d와 함께 한 3박4일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셰프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으며 최고의 맛을 느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입맛에 조금 안 맞을 수도 있었으나 최고의 셰프가 요리했으니 당연히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비현실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 이 글을 마치고 난 순댓국을 먹으러 갈 생각이다.

이승윤(방송인,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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