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자동차가 렉서스의 신형 RX를 선보였다. 공간활용도 높은 중형급 SUV 차체와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노리는 차다. 대세인 디젤 엔진 대신 정숙성이 뛰어난 동력계로 그 동안 고집해 오던 브랜드 가치를 계승했다.
RX는 렉서스 글로벌 판매의 비중 30%를 차지한다. 그래서 회사는 새 RX의 컨셉트를 "RX이면서 RX를 뛰어넘는다"로 설정했다. 비중이 큰만큼 전보다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의미일 것이다. 시승차는 하이브리드인 RX450h 가운데 고급형인 이그제큐티브다.
▲디자인&상품성
디자인은 동생격인 NX보다 개성있다. 파격적인 선을 통해 보수적이던 제품 성격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전면부는 대형 스핀들 그릴을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다. 면적이 넓어 멀리서도 한눈에 렉서스임을 알 수 있다. 풀 LED의 쐐기형 헤드 램프도 여전하다. 범퍼 아래로 이어지는 삼각형 안개등 커버는 개성을 드러낸다.
측면은 선을 많이 넣었지만 조잡하진 않다. 각 선마다 연관성을 버리지 않아서다. 그러나 RX의 새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C필러 디자인은 시도는 좋았으나 조금 부자연스럽다. 창을 이루는 선을 억지로 끌어내린 듯한 느낌이 강하다.
후면부 역시 입체적이다. 트렁크 중심을 스핀들 그릴 형태로 처리해 전면부와 일관성을 살렸다. "ㄴ"자형 테일 램프를 채택한 점도 렉서스 디자인의 특징이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의 비대칭 센터페시아 구성이다. 에어컨 공조와 오디오 조작부를 나눠 직관적이다. 하단엔 휴대폰 무선충전패드를 갖췄다. 트림은 원목과 알루미늄을 같이 써서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를 구현했다.
시트 포지션은 구형보다 19㎜ 낮췄음에도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높낮이 조절범위가 더 큰 까닭이다. 시야는 SUV답게 확 트여 있어 운전하기 편하다. A필러 아래에 쪽창을 더하고 사이드미러를 깃발형으로 만든 점도 도움이 된다.
12.3인치에 달하는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설정에 따라 많은 정보를 표시한다. 큼지막한 글자들은 주력 소비층인 중장년을 위한 배려다. 대시보드 상단에 마련한 넓은 모니터도 제법 괜찮은 시인성을 확보했다. AV시스템과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리모트 터치는 조작감이 부드럽다.
뒷좌석은 4대6 비율로 전동식 접이와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전작보다 휠베이스가 50㎜ 늘어난 덕분에 다리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트렁크는 "터치리스 백도어"를 준비했지만 적응이 필요하다. 트렁크를 열려면 키를 소지한 채 트렁크의 렉서스 엠블럼에서 3㎝ 정도 거리에 손을 가져다놔야 한다. 발동작으로 여는 기존의 스마트 개폐시스템이 여성 소비자들과 어울리지 않은 데다 이물질이 묻는 걸 막기 위해 개발한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안전품목은 10에어백, 다이내믹스 통합관리, 후측방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감지장치 등을 마련했다. 경쟁차들에 비해 품목은 다소 적은 편이다.
▲성능 및 승차감
V6 3.5ℓ 가솔린 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두 가지 동력원은 최고 313마력, 최대 34.2㎏·m의 힘을 발휘한다. 엔진은 주행상황에 따라 연료분사를 달리하는 D-4S를 채택했다. 엔진회전수가 낮을 경우 간접분사 방식을, 높을 때는 직분사 방식을 쓰는 구성이다. 모터 구동의 고요함에서 시작한 가속력은 2.2t에 가까운 차임에도 모자람이 없다. 고효율에 무게를 둔 무단변속기와의 조합으로 매끄럽게 속도를 올린다.
구동방식은 전륜을 기반으로 필요에 따라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가변식이다. 무게는 늘었지만 효율과 안정성을 위한 것이다. 렉서스는 구동 시스템을 "E-4"로 칭했다.
브랜드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달려나가지만 롤링을 억제하는 힘은 의외로 탄탄하다. 요철을 지날 때는 단단해진 차체 강성이 전해진다. 선회 시 덜 돌아나가는 느낌이 있지만 체격을 감안하면 적당한 수준이다. 제동력은 마무리 즈음에서 더 큰 답력을 요구한다.
토요타가 밝힌 표시효율은 복합 12.8㎞/다. 시승을 하며 나타난 실제효율은 10㎞/ℓ에 조금 못미쳤다.
▲총평
내유외강이다. 외관은 역동적이지만 주행감각은 안락한 반전의 묘미를 지녔다. 특히 중형 세단 ES를 이식한 듯한 감각과 중형 하이브리드 SUV로서 확고해진 캐릭터가 4세대 RX의 가장 큰 이득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쟁제품에 비해 부족한 첨단 품목과 비교적 비싸게 와닿는 가격이 마음에 걸린다. 판매가격은 RX450h 슈프림 7,610만 원, 이그제그티브 8,600만 원, F스포트 8,600만 원, RX350 이그제그티브 8,07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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