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볼보를 다시 만났다. 과거 XC70의 여운이 사라질만한 시점에 어김없이 볼보의 하드코어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가 다시 나타났다. 볼보의 크로스 컨트리 시리즈도 이젠 전 라인에 걸쳐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덩치도 작고 엔진도 작은 2016년형 볼보 V40CC T5 AWD를 만났다. 이름에서부터 뭔가 특별하고 외모부터 숨은(?) 실력의 인상이 뇌리를 자극한다.
▲ 디자인 덩치는 작지만 "강하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왜건과 SUV 성향을 지닌 XC70, XC60, XC90과 차이가 크다. 헤치백 스타일에 차고를 높여 어지간한 오프로드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전면부는 여느 V40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주간주행등의 형상이나 범퍼 하단부 디자인이 다르다. 또한 전면 유리창 상단의 각종 센서들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레이더는 안전을 위해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음을 보여준다.
측면은 19인치 휠이 역동적으로 자리 잡았고, 외부 미러는 검정색의 유광 커버가 포인트를 담당한다. 크롬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검정 유광몰딩으로 옆 윈도우 라인을 모두 감싸고 있다. 역동성과 오프로드 지향 성격을 이 같은 섬세함으로 표현했다.
후면부에는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에 "CROSS COUNTRY" 레터링을 표시해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전반적으로 일반 V40보다 지상고를 높여 가벼운 오프로드는 무리 없이 주행 가능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내부는 V40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곳곳의 섬세함이 크로스 컨트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조수석 대시보드 상단에도 "CROSS COUNTRY" 레터링으로 부착돼 있고, 시트는 스티치에서 밝은 갈색계통을 활용해 차별화했다. 전체 볼보에 적용되는 디지털 계기판도 낯설지가 않다.
이번 2016년 볼보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한글화다. 지난 2014년 XC70의 인터페이스보다 상품성에 있어 한 차원 높아졌다. 여기에 내비게이션의 경우 만도 지니맵에서 볼보코리아가 개발한 내비게이션으로 변경돼 전체 인터페이스와 함께 연동되는 편리함이 구현됐다. 물론 현재 적용된 내비게이션이 불편하다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나쁘지 않다. 또한 차 안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된다면 인터넷 연결도 가능하다.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한글화"로 표현한 셈이다.
또한 전좌석 승객감지 센서가 적용돼 안전띠 착용유무를 계기판에 알려준다. 역시 볼보답게 안전에 관해선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센스가 돋보인다. 물론 유럽산 자동차와 유럽에 수츨되는 자동차에는 많이 적용되는 기능이다.
▲성능 및 승차감
성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8단 자동변속기가 AWD에도 적용됐다는 점이다. 물론 경쟁사는 이미 적용한 곳도 있지만 2016년 이후 드라이브-E 엔진이 적용된 D4, D5, T5, T6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AWD 시스템을 볼 수 있다.
V40의 심장은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이다. 최대 245마력, 최대 35.7㎏·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는 복합효율 10.4㎞/ℓ(도심 8.9, 고속도로 13.1)다. 근래에 생산되는 2.0ℓ 엔진의 AWD로는 일반적인 수치다. 실제 약 300km 주행에서 고속화도로 정속주행 시 14.7㎞/ℓ의 효율을 보였다. AWD 방식을 고수하면서 이 정도 효율이면 어느 정도 타협할 만하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면서 효율 측면에서 많은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실주행시에는 시속 105㎞ 정도의 속도 영역이 돼야 8단이 변속된다. 시속 90㎞ 부근에서 수동모드로 8단 변경을 해봤지만 가속페달에 발만 올린 상황으로 정속주행을 해도 바로 7단으로 내려온다. 시속 100㎞ 이하 속도영역에서는 8단 변속이 상당히 어렵다는 뜻이다. 아마도 고속의 정속주행 시 오버드라이버 역할로서 8단이 존재하는 듯하다.
움직임은 상당히 경쾌하다. 조향 성능 측면에서 민첩하지만 고속의 급조작에선 불안감이 있었다. 아마도 일반 V40보다 높은 차고에 따른 불안감이라고 볼 수 있다. 승차감은 유럽산 해치백보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편에 속한다. 노면의 충격흡수 능력은 저주파와 고주파 스타일의 중간 단계로 묵직한 맛이 있는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서스펜션의 댐퍼와 스프링의 조화가 다소 부드러운 스타일이라 초고속 주행에선 불안함을 주는 아쉬움이 있다.
볼보의 자랑거리는 역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시티 세이프티다. 전반적인 속도 영역에서는 아주 잘 작동한다. 실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기는 교통 체증이 심한 도로에서다.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핸들만 조금씩 조작하면 상당히 편한 상태로 주행이 가능하다. 사람과 자전거, 오토바이 등도 인식하기에 전반적인 센싱 기술이 상당하다.
더불어 중간에 다른 차가 차선변경으로 끼어들면 즉각 자동차 스스로 판단해 속도를 맞춘다. 물론 극단적으로 끼어들면 운전자가 확인하고 브레이크도 사용해야 한다.
▲총평
볼보는 국내에서 약 30년 동안 애호가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디자인의 큰 변화와 한층 더 발전된 안전장치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또한 이제는 특정 애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볼보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 그 가운데 크로스 컨트리는 또 하나의 장르다. 그런 가운데 볼보의 소형 세그먼트 차종 중 하나인 V40에 크로스 컨트리는 한번 도전할 제품이다. 4,990만원이지만 최신 안전 기술이 집약된 V40 크로스 컨트리의 선택은 아쉽지 않을 만큼 기대해도 좋다.
시승/박재용(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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