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가전매장으로 간 전기차, 유통혁신의 신호탄?

입력 2016년03월22일 00시00분 권용주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전기차의 정체성을 두고 "자동차 vs 가전제품" 논란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자동차의 전자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기차를 가전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게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일은 실제 벌어지고 있다. 닛산이 전기차를 가전 복합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어서다.


 제주에서 롯데하이마트가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판매키로 결정한 것은 전기차를 가전제품의 하나로 여긴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자동차가 아닌 전자제품으로 인식할수록 구매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LG전자 매장을 전기차의 마케팅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가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마련했고, 충전이 진행되는 중에 기다리는 시간을 활용하면 가전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충전서비스만 제공하지만 LG전자 매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판매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셈이다. 현대차로선 일종의 전기차 특별 전시장을 확보하는 것이고, LG전자는 가전 매장의 방문자를 늘리는 "윈-윈"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그런데 전기차의 가전 매장 판매가 던지는 교훈은 이른바 "유통의 융합"이란 측면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모은다. 자동차는 그간 해당 브랜드의 전시장을 통해 꾸준히 판매돼 왔다. 하지만 자동차도 가전제품, 또 하나의 공산품이란 측면을 감안하면 할인점 및 백화점, 가전 매장 등에서도 충분히 판매될 수 있다. 할인점과 전문 전시장의 판매 채널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의 유통 체계는 "공장-전문 대리점-소비자"의 구조다. 대리점은 자동차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과 별도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해 위탁 운영하는 곳으로 구분된다. 한국지엠 및 르노삼성처럼 100% 위탁사업자 체제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동차는 늘 ‘전문 판매점’이 유통에 중요한 역할이고, 또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전기차의 가전매장 판매는 자동차의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기차 뿐 아니라 다른 내연기관 제품도 전문 전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유통망에 합류시킬 수 있어서다.

 물론 당장 바뀌기는 어렵다. 오랜 시간 구축돼 온 자동차 전문 유통망의 힘이 막강해서다. 한 때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등장했지만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것도 탄탄한 오프라인 자동차 유통망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의 가전 매장 판매는 전통적인 자동차 유통에도 변화가 일어남을 의미한다. 이를 시작으로 자동차와 가전의 전시장 융합이 시작될 수 있어서다. 가전 매장에 자동차가 있다면 자동차 전시장에 가전 제품을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기자파일]반 토막 난 K9, 존재감 왜 없을까
▶ [기자파일]"매연 잡는 요소수"는 맞는 말일까?
▶ [기자파일]미쉐린과 캐스트롤은 수입차만 쓰라고?
▶ [기자파일]제네시스, "프리미엄"으로 갈 길은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