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최대 장애물은 '부주의한 인간 운전자'

입력 2016년05월0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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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이 급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로봇 운전사를 괴롭히는 까다로운 장애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마련한 새로운 도로교통법 시안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운전석에 반드시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주 교통당국자는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차들과 나란히 도로를 달리는 상황,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 인간의 역할 등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일제히 자율주행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도입되면서 자율주행차가 다수의 일반 차량과 도로를 달리는 시기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전제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구글 자율주행차 사업부의 크리스 엄슨 기술부장은 "핸들 뒤에 사람을 앉혀야만 더 안전할 것이라는 가정에는 신중한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고 테슬라나 포드측 관계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로봇은 술에 취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으며 핸들을 잡은 채 조는 일이 없으므로 인간보다 나은 운전자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구글측은 로봇이 인간의 실수 가능성을 차단한다면 도로 주행은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로봇이 10초 만에 시속 60마일로 가속한다는 미래상에 일부에서는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인간과 로봇이 모는 차들이 나란히 도로를 달릴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로봇이 미숙하고 부주의한 수백만 인간 운전자들을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지도회사인 히어의 존 리스테브스키 부사장은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한동안 대단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온갖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자율주행차는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도 아니면 모"식의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도요타는 점진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에 신설된 도요타연구소의 질 프래트 소장은 두 회사 간에 접근법의 차이가 있다고 밝히면서 도요타는 로봇이 인간 운전자를 주시하면서 그가 실수할 때 개입하는 일종의 "수호천사" 역할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도요타도 궁극적으로는 핸들을 없애겠지만 수호천사 모델은 가까운 장래에 구현하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프래트 소장은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운전의 스릴"이라고 표현한 것을 유지하는 것이 연구소가 부여받은 임무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이 핸들을 잡을 경우에 마주칠 큰 장애물의 하나는 폭우, 폭설, 짙은 안개와 같은 기상 조건이다.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센서가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운전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구글의 엄슨 기술부장은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 운전자가 비상시 핸들을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구상은 "운전자에게 부여된 많은 가치를 파괴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에 따르면 초기 실험에서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일단 로봇이 주행의 대부분을 담당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좌석을 뒤로 빼고 졸거나 도로를 주시하지 않고 한눈을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슨 기술부장은 인간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요타연구소의 프래트 소장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알람 장치나 좌석 혹은 핸들을 흔들어 운전자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잠든 상태라면 차라리 차를 안전하게 길가로 이동시키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시내 도로에 수십 대의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을 배치해 주행 실험을 하고 있다. 구글 개발팀은 이들 차량이 마주치는 실제 운전 상황을 데이터로 전환해 세밀히 분석하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가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일 3백만 마일을 달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미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한 자율주행차가 코너를 돌 때 전기 휠체어에 탄 한 여성이 빗자루를 들고 도로 한복판에서 오리를 쫓아가는 상황에 마주쳤다는 것이다. 다행히 자율주행차는 비상 상황으로 판단, 속도를 늦추고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린 다음에 정상 주행했다고 한다. 

 마운틴뷰의 한적한 시내 도로에서도 구글의 기술은 결함을 드러냈다.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자율주행차가 시내버스와 가볍게 부딪힌 최초의 충돌 사고도 발생했다. 구글은 인간 운전자 사이에 종종 발생하는 일종의 오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인간의 운전 습관 예측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은 물론 로봇이 인간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보는 방식으로 운전하고 있는 것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포드 자동차의 짐 버츠코우스키 글로벌리서치국장은 만일 자율주행차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인간 운전자에게 양보하게 돼 있다면 교차로를 건너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간 운전자들이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불문율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밖에도 인간이 로봇에게 속도위반을 요구할 때 로봇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율주행차가 불가피하게 충돌사고를 냈을 경우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도 문제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 크리스 딕슨은 인간 운전자가 아무리 무책임하게 운전했더라도 인간 사회는 로봇의 잘못으로 볼 것이라고 답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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