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카]진한 남성성이 묻어나는, '따나'와 '머스탱'

입력 2016년05월04일 00시00분 천종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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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수 없이 많은 와인과 자동차가 있다. 그런데 와인과 자동차의 공통점은 둘 모두 브랜드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브랜드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와인과 자동차를 고를 때 "브랜드"의 힘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체감에 따라 "최고와 최저"가 나뉘는 점도 비슷하다. 제 아무리 비싸고 품종이 좋은 와인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최악"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평범한 사람은 엄두도 못내는 고급차라도 타는 사람이 불편하면 호평을 들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마시는 것과 타는 것은 모두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토대로 한 "와인과 자동차 이야기"는 서로 비슷한 특성을 찾아 연관시키는 새로운 시도다. 물론 독자들 또한 개별 경험에 따라 공감이 다르겠지만 나름 의미 있는 특징을 찾아 연관성을 찾아보려 한다.<편집자주>


 와인에 있어 "남성적"이란 평가는 만드는 사람, 즉 생산자도 중요하지만 어떤 품종을 활용했느냐의 비중이 더 크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만한 품종은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과 아르헨티나의 말벡(Malbec), 스페인의 템프라니요(Tempranillo) 등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재료는 프랑스 남서부 지역의 따나(Tannat)라는 품종이다.

 따나는 프랑스 남서부, 특히 마디랑(Madiran)이 최고의 재배지이며 사랑받는 품종이다. 블랙 와인이란 별칭을 가졌을 만큼 타닌이 많고 두꺼운 껍질이 특징이다. 또한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프로시아니딘 함유량이 다른 적포도에 비해 많다. 보르도의 그늘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좋은 와인을 만드는 품종임에는 이견이 없다. 

 따나로 만드는 와인 중에 "샤토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chateau Montus Cuvee Prestige)"가 있다. 따나는 보통 브랜딩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샤또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는 100% 따나로만 만드는 독특한 와인이다. 샤또 몽투스의 와인메이커 알랭 브루몽(Alain Brumont)은 마디랑의 대부이자 따나의 아들로 불린다.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해 스위스에서 진행된 테이스팅 이벤트에서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는 샤또 페트뤼스(Chateau Petrus)를 꺾고 우승한다. 이후 남서부의 페트뤼스로 불리면서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한 전설의 100대 와인, 죽기전에 마셔야 할 100대 와인에 선정되기도 한다.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를 처음 접하면 초콜렛향, 오크향, 커피향 등이 진하게 풍겨 나온다. 이른바 풀바디 느낌의 밀도와 약간은 높은 산미, 단단한 타닌이 "무시할 수 없는 와인이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여운 역시 길어 스케일이 넓은 와인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세밀한 부분(밸런스)이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약간의 세밀함 결여가 오히려 남성적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비해 오르긴 했어도 가격 만족도 또한 괜찮은 편이다.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포드 머스탱이 생각난다. 남자다움, 강인함, 단단함 등이 공통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비슷한 이미지의 스포츠카도 많지만, 그럼에도 주저 없이 머스탱을 뽑은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에 가장 강한 "타닌"의 향을 느낄 수 있어서다. 

 머스탱은 1964년 처음 등장했다. 차명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이름을 날린 P-51 머스탱 전투기에서 유래했으나 "머스탱(Mustang)"은 본래 미국산 야생마의 이름이다. 1950~1960년대 미국 젊은층에서 고배기량의 고성능 쿠페 "머슬카" 문화가 유행하며 출시 후 2년간 150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영화배우 신성일의 차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반세기 동안 세계 시장에선 약 950만대가 판매됐다.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94년 생산된 4세대부터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4세대는 정통 머슬카용 V8 엔진을 장착한 마지막 차종이 됐고, 이후 5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엔진을 채용했다. 국내에는 고성능 GT 버전이 출시되지 않다가 지난해 6세대를 내놓으면서 함께 상륙했다. V8 5.0ℓ 자연흡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422마력, 최대 54.1㎏·m의 성능을 발휘한다. 0→100㎞/h 가속시간은 4.5초, 최고시속은 220㎞다. 

 가격은 4,465만~5,940만원이다. 육감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성능을 고려하면 꽤나 합리적인 수준이다.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한번쯤 소유하고픈 욕망을 억제하기 쉽지 않다. 동일한 성능을 얻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글을 읽고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코르크 마개를 열고 한 시간이 지난 후 음미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물론 한시간은 몽투스 뀌베 프리스티지가 열리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그래야 따나의 진가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천종환(와인을 좋아하는 요리하는 남자, 포코펠리체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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