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자동차의 미래, 재규어 F-페이스

입력 2016년05월24일 00시00분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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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단 일색의 자동차 시장이 변화한 것은 2000년대초부터다. 승용차의 한 축으로 SUV 인기가 서서히 만들어진 것. 미국 등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오프로더나 픽업트럭은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 발전해 누구나 운전하기 쉽고 편안한 SUV 시장이 태동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지금의 SUV는 완벽한 대세로 자리잡았다. 세단보다 소비자 시선이 몰리고 있어서다. 특히 거주성과 적재성을 높이고, 사용 편의성이나 쾌적함은 세단에 버금가고, 고급 호텔에 어울리는 내장과 품격을 지닌 프리미엄 SUV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이뤘다.


 덕분에 신흥 시장 중심으로 프리미엄 SUV는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신흥국은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세단 못지 않은 도로 주파성과 강건함을 필수적으로 갖춘 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혀 SUV를 만들 것 같지 않은 제조사가 SUV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포르쉐가 그랬고,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 등도 SUV를 만들고 있다. 물론 랜드로버는 이미 프리미엄 SUV 시장의 절대 군주를 자처하고 있다.


 재규어의 SUV  동참도 마찬가지다. F-페이스라는 재규어 최초의 SUV는 랜드로버로 쌓은 SUV 제조 노하우가 모터스포츠로에 투영된 제품이다. 그래서 퍼포먼스 크로스오버로 부른다. 비율은 스포츠카 F-타입에서 대부분 따왔고, 컨셉트카 C-X17의 혁신성을 그대로 접목했다. 재규어가 그리는 진보와 혁신, 미래를 검은 산의 나라 몬테네그로에서 경험했다.


 ▲스타일
 F-페이스 디자인에는 대원칙이 존재한다. SUV지만 누구나 한 눈에 재규어임을 알아차리게 할 것. 디자인 총괄 이안 칼럼이 F-페이스 디자이너들에게 특별이 주문한 사항이기도 하다. 차의 외관과 비율, 선에 대한 재규어의 고집스러움을 실내외에 꼼꼼히 반영되도록 그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F-페이스는 진보적이다.


 알루미늄 인텐시브 차체는 그런 재규어의 의도를 잘 표현하게끔 만들어준 도구다. 경량 알루미늄 구조가 지닌 특유의 유연성이 차 곳곳에 잘 적용됐다. 스포츠카 F-타입과 F-페이스의 골격 유전자가 기본적으로 동일하기에 그 비율도 거의 흡사하다.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또한 스포츠카 느낌이 물씬하다. 차체 숄더 라인 위 쪽으로는 완벽한 쿠페의 형상이다. 

 특히 전면의 존재감은 웅장하다. 분위기를 이끄는 것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중앙의 작지만 강렬한 재규어의 빨간 엠블럼은 이 차가 재규어 스포츠카의 적자임을 강조한다. SUV지만 SUV답지 않은 인상이다. 최근 SUV 혹은 크로스오버가 내놓는 작법 중 하나다. 보닛의 파워돔은 굵은 선이 인상적이며,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헤드램프가 예리한 맛을 살린다.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는 트림별로 형상이 조금씩 다른데, 차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대담한 앞 모습에도 불구하고 공기저항계수는 0.34cd, 세단 수준의 공력성능을 지녔다.


 옆면으로 돌아가보면 F-페이스를 향한 재규어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포츠 쿠페에서나 보일법한 롱노우즈 숏데크 스타일이 견고하다. 지붕은 C필러로 완만하게 떨어지는데, 차를 공기역학적으로 눌러주기 위한 리어 스포일러가 미래지향적이다. 말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눈으로 보면 놀랍기만 하다. 보는 재미와 멋이 있다. 하단의 투톤컬러는 SUV만의 독특한 냄새를 낸다.


 후면 윈도우는 최대학 억제됐다. 이 부분이 뒷면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한다. 한껏 들어올려진 엉덩이는 기능성이 강조된 경쟁차와 비교를 거부한다. 정말로 뼛속까지 레이싱 본능이다. 리어램프 또한 F-타입과 비슷하며, 좌우로 한껏 넓은 느낌이다. 듀얼 머플러는 고성능의 상징이다.


 실내는 프리미엄 SUV가 갖춰야 할 것을 모두 담았다. 세단 제품과 전혀 다른 그래픽으로 신선함을 준다. 앞좌석은 전반적으로 탑승자를 둘러싼 디자인이며, 비행기 조종석의 분위기를 내도록 그렸다 한다.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감싸는 느낌이 안정적이다. 스포츠 시트의 착좌감도 편안하고, 소재의 사용에도 만전을 기했다. 스티어링 휠이나 도어 주변, 대시보드 등 손이 닿는 곳 어디라도 촉감이 좋다. 스웨이드 소재를 채용한 필러와 지붕들은 멋을 풍긴다.


 계기판은 눈이 즐겁다. 이미 XJ를 통해 디지털 계기판 시대를 연 재규어다. 해상도나 기능미의 성숙도는 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센터페시어 모니터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넓게 자리한 화면이 멋진 것은 차치하고, 다양한 기술이 들어있다. 터치 패드를 이용한 조작은 거침이 없고, 반응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스마트폰 연결 속도나 호환성이 매우 뛰어나다. 더욱이 와이파이 핫스팟 기능은 접속율이나 속도에 불만이 생기지 않을 정도다. 이를 이용해 원활하게 스마트폰의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초기 출시 버전은 이 기능이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


  자동차와 사람과의 연결성을 강조한 여러 장치들도 눈에 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시동도 걸고, 공조장치도 미리 돌릴 수 있다. E-콜은 EU 법규에 따른 것이어서 국내 적용은 아직이다. 본격적인 유비쿼터스 시대는 한국에서 아직은 먼 이야기 같다.


 최근 자동차에 있어 스마트 기기의 온라인 연결성은 물론 배터리를 충전하는 소켓의 숫자도 중요하다. F-페이스는 좌석 사이의 수납 공간에 12V 소켓과 3개의 USB 포트를 마련했다. 여기에 HDMI/MHL 포트를 통한 동영상 감상도 가능하다. 뒷좌석에는 12V 소켓과 USB 포트를 각각 두개 더 넣었다.


 공간은 생각의 범주를 벗어날 정도로 넓다. 2,847㎜에 이르는 긴 휠베이스 덕분이다. 특히 뒷좌석 시트는 오르고 내리기 좋고, 더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별도의 설계도 이뤄졌다. 40:20:40으로 분할된 좌석은 전자식으로 작동하며, 머리 공간도 쾌적하다.
   

 외관의 아름다움이나 실내의 공간성을 설명하려면 다시 한번 알루미늄 인텐시브 차체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알루미늄 사용 비율이 80%를 넘는 모노코크 구조다. 여기에 여러 소재를 조합한 트렁크 도어와 마그네슘 크로스바 빔 등이 합쳐져 180마력 디젤 수동의 경우 중량이 1,665㎏에 불과하다. 2,616개의 셀프 피어싱 리벳, 7.28미터의 구조용 접착제, 566개의 접용점으로 높은 수준의 강성을 확보했다.


 ▲성능
 F-페이스는 국내 6가지 세부 트림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엔진으로 분류하면 크게 가솔린 3.0ℓ와 디젤 2.0ℓ, 3.0ℓ로 나뉜다. 우선 디젤 3.0ℓ에 올라탔다. 우리나라에선 F-페이스 30d s와 30d 퍼스트에디션에 장착하는 것으로, 배기량 3,000㏄의 V6 디젤 터보 엔진이다. 300마력, 최대 71㎏.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2초만에 도달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을 조합한다.


 몬테네그로는 기본적으로 산악 지형이다. 나라 이름 중 "몬테(Monte)"가 산을 뜻한다. "네그로(Negro)"은 검다는 의미다. 실제로 검은 암석으로 이뤄진 산이 나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심한 와인딩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산 길은 매우 좁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왕복 2차로의 너비도 갖추지 못했다. 마주오는 차와 아찔한 상황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토크 온 디맨드 AWD 시스템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단히 차를 잡아주는 능력이 대단하다. 보통 때는 구동력이 리어 액슬로 향하는 후륜구동 특성을 유지하다 큰 접지력을 요구할 때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IDD)를 통해 앞바퀴로 구동력이 향한다. 이 때 걸리는 시간은 단 0.165초다. 언제 구동력이 변화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의 찰나지만 굽이진 도로를 움켜쥐는 실력이 상당하다.


 넘치는 출발 가속감이다. 발에 잠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뿜어져 나오는 속도에 놀란다. 제 아무리 고성능의 시대가 저물고 실용성의 시대라도 늘 달릴 준비가 돼있는 점에 호평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재규어 전통의 소비자와 함께 새로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차체 크기와 어울리는 넉넉한 힘과 두터운 가속력이 꽤 만족스럽다. 흔들림 없이 차는 앞으로 나아간다. 디젤 특유의 힘이 좋다. 승차감 역시 단단하다. 전혀 흔들림이 없다. 시승 중간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했는데, 불안한 마음은 크게 들지 않는다.  


 이미 XF 등에서 선보인 인테그럴 링크 후륜 서스펜션의 감각은 일반 도로나 산길이나 조화롭다. 정교하면서도 민첩하게 차가 반응하는데, 그 느낌이 매끄럽다. 핸들링도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운전이 즐겁다.


 2.0ℓ 디젤은 F-페이스 20d 프레스티지와 20d R-스포트에 얹는다. 최고 180마력, 최대 43.9㎏.m의 토크에 8단 자동변속기가 붙는다. 3.0ℓ와 비교해 출발 가속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경량화 최일선에 선 차체 무게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의 무게 줄이기는 엔진에 걸리는 부하를 줄였으며,  이는 효율 증대는 물론 성능 향상의 효과를 불러왔다. 대형 SUV임에도 2.0ℓ 엔진 장착이 어색하지 않다는 의미다.


 기본적인 운동 성능은 배기량과 출력, 토크 외에 3.0ℓ와 비슷하다. 모두 동일한 서스펜션 시스템과 AWD를 조합했다. AWD가 가지는 물리적 특성은 토크 벡터링으로 상쇄, 보다 깔끔한 코너링을 자랑한다. 2.0ℓ라고 무시받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능동형 지형 반응 시스템(ASR)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선보인 XF에서 두 가지 주행 모드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이로써 F-페이스 운전자는 지형에 따라 엔진 스로틀과 변속기, DSC 설정을 적절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다수의 재규어랜드로버 제품에 채용된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 또한 F-페이스에 들어갔다. 오프로더 SUV로서 기능성을 크게 높인 부분이다. 물론 차고를 높이는 등의 적극적인 기능 전개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험로는 주파가 가능하며, 실제로 진흙 언덕 지형을 통과하면서도 전혀 무리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스포츠 주행을 강조했지만 랜드로버에서 이어지는 오프로더의 유전자도 잊지 않은 셈이다.  

 다양한 레이더와 센서는 차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요소다. 점점 안전 관련 시험 항목이 많아지는 요즘 추세에도 부합한다. 전통적인 충돌 시험 외에도 최근에는 어떤 충돌 방지 시스템이 들어갔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식률이다. 아무리 좋은 센서와 레이더, 카메라를 사용해도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F-페이스의 관련 기능은 최근에 시승한 어떤 차보다 뛰어났다.


 ▲총평
 누구나 진보와 혁신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실제 엄청난 변혁은 체감하기 힘들다. 이미 고정된 사회 관념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시대는 끊임없이, 그리고 점진적으로 변한다. SUV가 이렇게 득세할 것을 예건한 사람도 예전엔 드물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서 시장 축소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말을 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SUV를 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할 정도다.


 재규어도 그런 회사 중에 하나다. 고집스럽게 낮은 차만을 만들어 왔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세계관 확장을 막았다. 그 사이 경쟁자들은 하나둘씩 SUV 제품군을 확보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그렇게 본다면 재규어의 SUV 만들기는 어쩌면 정해진 철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랜드로버라는 기세등등한 형제도 있는데, 재규어라고 SUV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랜드로버도 재규어의 드라이브 셀렉터를 적용하는 마당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재규어의 출발점은 다른 차와 차원을 달리한다. 늘 첫 번째 시도는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만들어 내지만 F-페이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차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재규어의 진보와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내 판매사 반응도 좋다는 후문이다. 선전이 기대된다.

몬테네그로=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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