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가 지난해 선보인 XC90은 13년만의 세대교체를 거친 2세대 기함 SUV다. 그래서인지 볼보차는 뉴 XC90의 시판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나섰고, 이를 위해 플래그십 제품군을 위한 SPA 플랫폼과 새 패밀리룩, 자율주행 시스템 등 구현 가능한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스웨덴식 "럭셔리"를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재구성한 XC90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만 7개월동안 글로벌 시장에 4만 대를 판매, 볼보차 성장의 첨병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한국에도 곧 발을 딛는다. 국내 출시예정인 XC90 중 가솔린(T6), 디젤(D5)을 인천 영종도와 송도 일대에서 시승했다.
▲스타일
볼보차는 회사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두고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디자인"이라고 강조한다. 운전자 시야확보를 위한 깃발형 사이드미러, 보행자 충격분산형 범퍼가 대표적이다. 더불어 간결한 면 구성을 통해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을 나타냈다.
전면부는 "토르의 망치"란 애칭의 LED 주간주행등을 새긴 헤드 램프와 세로형 그릴로 패밀리룩을 표현했다. 헤드 램프는 LED를 대거 활용해 크기를 줄였다. 카메라를 담은 엠블럼은 그릴을 대각선으로 나눈 크롬과 괘를 같이해 일체감을 부여했다. 전형적인 2박스 스타일의 측면은 비례감과 거주성을 강조했다. 보닛의 모서리를 캐릭터라인으로 잇는 구성은 새 패밀리룩 요소다. 바퀴 규격은 275/45R20이다. 후면부는 아래쪽을 넓게 설정해 안정적인 자세다. C필러를 따라 내려오는 테일 램프는 구형의 개성을 이었다. 번호판 자리를 따로 파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실내는 우드그레인부터 가죽시트까지 자연의 특성을 살렸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세로형 9인치 터치스크린과 송풍구로 이뤄진 센터페시아다. 적외선 터치 방식의 터치스크린은 768×1,020픽셀의 해상도다. "타일 시스템"이라 불리는 사용자 환경을 적용했다. 오디오, 내비게이션, 에어컨, 시트 포지션, 주행설정 등을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아래쪽엔 버튼을 마련해 편의품목 조작에 대한 직관성을 높였다. 계기판 위엔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오디오는 바워스&윌킨스의 19스피커를 적용해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의 음향모드를 제공한다. 시동 다이얼을 변속레버 뒤에 배치한 점도 독특하다.
2열 좌석은 4:2:4 비율로 나눠 접을 수 있다. 등받이 기울기 조절이 가능하며 가운데 좌석은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를 마련했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좌우 온도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 2명이 앉을 수 있는 3열은 일반적인 2+2 쿠페의 뒷자리보다 넉넉한 편이다. 컵홀더, 에어컨 송풍구 등의 편의품목도 마련했다.
▲성능
XC90은 연료에 상관없이 4기통 2.0ℓ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동력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급기를 추가한 점도 같다. 덩치에 비해 작은 엔진을 얹을 수 있는 배경은 전보다 차체 무게를 120㎏ 감량한 덕분이기도 하다.
먼저 T6는 엔진에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더했다. 최고 320마력, 최대 40.8㎏·m를 발휘한다. 각 과급기가 갖는 단점을 보완해 가속은 매끄럽다. 잘게 나눈 변속기도 한 몫한다. 넉넉한 출력 덕분에 고속에서도 속도 올리기가 여유롭다. 최고속도는 230㎞/h에서 제한된다. 표시효율은 복합 8.8㎞/ℓ다.
D5는 235마력, 48.9㎏·m를 낸다. 터보랙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워펄스"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2.0ℓ 정도의 압축공기를 탱크에 저장했다가 시동 직후나 가속 시 터보차저에 공급하는 기술이다. 그럼에도 디젤 엔진이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가속은 T6보다 더뎠다. 제원 상 0→시속 100㎞ 도달시간은 7.8초로, T6보다 1.3초 느리다.
전반적인 주행감은 세단을 지향한 느낌이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으로, 비교적 무게중심이 높은 차종인만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SUV의 한계로 지적되던 브레이크 답력도 적당한 수준을 보였다. 정숙성 역시 적극적인 NVH 대책으로 기함의 면모를 갖췄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인디비주얼의 다섯 가지를 지원한다. 엔진회전수, 변속시점, 스티어링 휠 반응 등을 달리할 수 있다.
새 XC90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율주행범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전 트림에 기본 탑재했다는 점이다. 차간 거리와 속도, 차로 중심을 유지해 달리는 파일럿 어시스트는 고속도로는 물론 도심에서도 사용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기존엔 선행차가 있어야 하고 최고 50㎞/h까지만 쓸 수 있었지만 2세대를 맞아 선행차가 없을 경우 15㎞/h 이상, 선행차가 있을 경우 정지상태부터 작동 가능하다. 단, 센서가 차선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차선이 불분명한 구간이나 교차로에선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 도로 이탈사고 시 탑승자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도로이탈보호 시스템과 시티 세이프티,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 360도 카메라 등의 안전품목을 갖췄다.
▲총평
볼보차 제품 혁신의 시금석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어서다. 특히 감성품질 향상은 제품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물론 세계 시장의 반응도 좋다. 다수 외신이 "최고의 SUV"로 선정하면서 아직 4만 명 이상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도 500명 이상이 사전계약을 했다. 볼보차코리아는 올해 1,000대 이상, 내년 2,000대 이상의 XC90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분 가운데 유종별 선택율은 D5 65%, T6 20%, T8 15%다. 디젤이 강세이지만 가솔린과 PHEV도 적지 않은 비중이다. "새 차"라는 가치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 친환경 등의 혁신성도 어느 정도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판매가격은 D5 8,030만~9,060만 원, T6 9,390만~9,550만 원, T8 1억1,020만~1억3,780만 원이다.
인천=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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