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구할까, 보행자 구할까…윤리문제에 빠진 무인차

입력 2016년06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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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만일 무인자동차가 계속 달리면 승객을 죽게 하고, 방향을 돌리면 보행자 10명을 죽게 한다면 무인차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자동차의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무인차 프로그래밍에 대한 윤리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24일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인차가 승객을 희생시키더라도 더 많은 보행자를 구해야 한다고 답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런 차에 타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무인차 프로그래밍이 윤리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프랑스, 미국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총 1천928명을 대상으로 무인차에 탄 승객 수와 보행자 수 등이 다른 여러 시나리오를 주고 무인차가 어떻게 움직였으면 좋겠느냐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첫 실험에는 182명, 두 번째 실험에는 451명, 세 번째 실험에는 259명, 네 번째 실험에는 267명, 다섯번 째 실험에는 376명, 여섯번 째 실험에는 393명이 참여했다.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무인차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게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첫번째 실험에서 설문 참여자 76%는 무인차가 그대로 돌진하면 보행자 10명을 치지만 방향을 꺾으면 승객 1명만 희생시키게 될 경우 설문 1명을 희생시키는 편이 낫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승객수와 보행자 수가 같은 경우에는 승객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이었다. 두번째 실험에서 보행자 1명을 구하기 위해 승객 1명을 희생시켜야 하는지 물었을 때는 451명 중 23% 만이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대답은 또 달라졌다. 세번째 실험에서는 많은 사람이 보행자 10명 이상을 지키는 무인차보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차를 택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 대다수가 보행자를 살리도록 프로그래밍 된 무인차에 본인의 가족을 태우지 않겠다고 답했다.


 승객보다 더 많은 수의 보행자를 보호하도록 프로그래밍한 무인차가 시장에 나온다면 구입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많은 수의 보행자보다 승객을 먼저 보호하는 무인차를 내놓는다면 타인의 생명을 경시한다는 이유로 무인차 제조업체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연구진은 무인차가 상용화되기 전 무인차를 어떻게 프로그래밍해야 할지 잘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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