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산업부가 2020년까지 친환경차 100만대 보급을 발표했다. 그 중 하이브리드가 82만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5만대, 나머지 13만대가 전기차다. 그리고 산업부는 보급에 필요한 비용을 8조원으로 추산했고, 당시 자동차항공과 담당 사무관은 기획재정부가 보급안을 받아들인 만큼 재원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일, 정부가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친환경차 목표 보급대수를 150만대로 발표했다. 산자부의 100만대보다 50만대나 많다. 그리고 보조금 규모를 3조원으로 내다봤다. 보급 목표는 50만대가 늘었지만 지원 규모는 8조원에서 3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왔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보조금은 주되 금액을 크게 삭감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산자부도 예상은 8조원이지만 제조사가 친환경차 가격을 낮추고, 보조금 규모를 줄이면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외 정부는 EV 충전소 3,000기와 수소충전소 100기를 구축하는데 7,600억원, 올해 노후경유차 조기폐차에 1,8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친환경차 늘려 미세먼지 잡겠다는 방침인 만큼 반대의 명분은 별로 없다. 하지만 비용 조달 방법을 떠올리면 결국 서민 부담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경유 연료 가격의 점진적 인상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으며 국책기관에 경유가격 인상 방안 검토를 요구했다.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해당 비용은 유류세에서 충당하겠다는 의미다. 경유 세액을 점진적으로 높이면 수요가 휘발유로 이동하고, 휘발유 세액이 경유보다 높다는 점에서 유류세 또한 늘어나 친환경차 보조금 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설령 휘발유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경유 자체의 세금이 증가하는 만큼 경유세 인상은 매우 손쉬운 재원 조달 방안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경유 세액 인상에 가장 고통을 많이 받는 계층은 서민들이다. 영업용 화물차 등은 유가보조금을 통해 세액 인상이 보전되지만 지원 없이 경유차를 생계형으로 운행해야 하는 사람에겐 큰 부담이다. 디젤 승용 보유자는 필요에 따라 휘발유 또는 LPG로 바꿀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경유를 써야 하는 중소형 화물 또는 승합차의 유지비가 오른다는 뜻이다. 굳이 비약하자면 이들이 추가로 내는 경유세가 친환경차 보조금으로 쓰이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보조금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보조금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조금이 중단되면 친환경차 판매 또한 절벽 현상이 나타나기 일쑤다. 따라서 보조금보다 인프라 확충에 비용을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인프라 확보에 치중하고, 제조사는 가격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며, 소비자는 이용이 쉽다는 사용자 경험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그래야 친환경차 보급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만약 정책적으로 보급을 확대하고 싶다면 세액 조정이 아니라 운행 인센티브를 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EV와 PHEV의 버스전용차선 진입 허용,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등 제공할 만한 요소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서민연료로 재원을 충당해 친환경차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여전히 초보적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국민들의 실생활 패턴을 바꿔주는 게 우선임에도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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