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근로자의 해고를 유연하게 한 노동개혁과 우수 공급업체의 영향으로 스페인에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팜플로나 공장에 10억 유로(약 1조1천85억 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폴로(Polo)를 제조하기 위해 직원도 500명을 새로 뽑아 전체 직원이 4천500명으로 늘어났다. 2년 전 벨기에 헹크의 공장을 폐쇄한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 2020년까지 23억 유로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독일의 또 다른 자동차업체인 다임러는 스페인 북부 빅토리아 공장에 2012년 이후 지금까지 10억 유로를 투자했다. 이 공장에서는 비토(Vito)와 브이-클래스(V-Class) 등이 제조된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스페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저임금과 유연한 노동법, 숙련된 근로자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스페인은 경제위기가 닥쳤던 2012년에 장기 근무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하고 단체 교섭을 어렵게 하는 내용으로 노동법을 바꿨다. 폴크스바겐이 팜플리나 공장에 신규투자를 결정할 때 직원들은 시간당 임금을 50 유러피언 센트 삭감하는 데 동의했고 1년에 하루를 더 일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에 팔린 스페인 자동차업체 세아트(SEAT)의 금융담당 이사인 호아킴 힌츠는 "스페인이 임금 경쟁력에서 동유럽에는 뒤지지만, 프랑스나 독일과 비교하면 인건비는 저렴하면서도 (품질에서는) 동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가 발렌시아 공장에 투자 확대를 결정한 배경은 질 좋은 부품을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업체들의 스페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동차산업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7%로 올라갔다. 10년 전인 2005년에는 5.2%였다. 또 스페인은 유럽에서 2번째,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은 스페인에 대한 투자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스페인은 6개월 새 두 번 총선을 치렀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당이 없었다. 제1당인 국민당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2당인 사회노동당이 협조하지 않고 있어 세 번째 총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특히 제1, 2야당인 사회노동당과 유니도스 포데모스(Unidos Podemos)는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노동개혁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치적인 움직임에 따라 투자 여건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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