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채널이 신차 구매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수입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기존 유통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싼 가격에 차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온라인 판매가 만연할 경우 수입차 가격이 붕괴되고 시장에 혼란을 가져와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이 재규어 XE 20대를 700만 원 할인판매, 업계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중간에 중고차유통업체가 위탁으로 개입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펼쳐졌으나 무엇보다 온라인 결제를 거쳐 실제 구매까지 진행한 경우는 국내 전자상거래업계 최초여서 이번 사례가 향후 수입차 온라인 판매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티몬사태"에 대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온라인 판매가 판매사 간 공정경쟁의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재규어의 다른 판매사들도 재규어코리아측에 온라인 판매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놓으라며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티몬사태를 차치하고라도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입차 판매방식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수입차 구매중계 플랫폼 "카비(Carby)는 사전 등록한 딜러(영업사원)들이 제시하는 할인가 중 가장 좋은 조건과 함께 각 금융사별 금리 비교를 통해 가장 낮은 이자의 상품까지 연결해준다. 카비는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년만에 하루 견적 조회 수 2만 여건 이상, 계약 성사 후 총 출고건수도 1,000대를 돌파했다.
카비에서 최고가 할인이 가능한 건 등록한 영업사원들이 해당 회사에서 실적이 우수한 톱셀링(Top-Selling) 딜러이기 때문이다. 일반 영업사원들의 경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우수 영업사원들은 실적에 따른 소득을 노리며 손해를 보고도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영업사원들은 이에 대해 "혼자 살기 위해 동료들을 다 죽이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카비 등에서 받은 견적서를 들고 전시장에 찾아와 그 이상의 할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서다. 가뜩이나 오프라인 영업에서도 출혈경쟁이 심한 와중에 온라인 견적서로 가격을 맞춘다면 자기 주머니를 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읍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판매사는 카비 등에서 활동하는 영업사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다.
수입차업계에선 낮은 가격만을 앞세운 온라인 판매가 자칫 수입차의 거래질서를 혼탁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십, 수백억 원의 투자를 통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짓고 오프라인으로 영업하는 업체와 손쉽게 온라인에서 차만 파는 업체의 가격을 동일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판매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BMW코리아가 전격적으로 공식 견적실명제를 도입한 배경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다른 재화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며 "오프라인의 가격을 인정하면서 온라인은 나름대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어필하는 등 건전한 경쟁이 이뤄져야 두 채널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시장에선 신차의 온라인 영업이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GM의 온라인 구매사이트 "샵 클릭 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제품과 선택품목을 결정한 후 원하는 지점에 구매를 요청하면 완성차를 집에서 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도 영국에 이어 스페인에서 딜러없이 차를 파는 디지털숍을 열며 온라인 판매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오프라인 판매점과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판매가격을 영업수단으로 삼는 게 아니어서 순수 온라인 판매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국내의 경우 판매사들의 지위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제한적이어서 직접적인 비교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수입차시장만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 실제 지난 2003년 벤처기업 등이 처음으로 신차의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바 있으나 업계의 강력한 반발 및 제조사의 공급 불가로 사업이 불발된 바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활성화되기는 하겠지만 시장의 표준화된 기준없이 섣부른 도입은 업계 간 갈등을 조성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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