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묵직한 존재감, 제네시스 G80 3.3ℓ

입력 2016년08월16일 00시00분 안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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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출범시킨 건 지난해 11월이다. 플래그십 에쿠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EQ900(나인 헌드러드)가 한층 젊어진 감각을 앞세워 선전하자 관심은 G80(에이티)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원조제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네시스의 주력인만큼 G80는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판매에 들어간 G80에 대한 평가는 양 극단을 달린다. 검증된 제품력을 바탕으로 사전계약은 1만 대를 돌파했고, 첫 달 판매는 3,200대로 나쁘지 않지만 "차명 외에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그 만큼 변화의 정도가 크지 않아서다.

 사실 G80는 현대차 제네시스(DH)의 부분변경차다. 완전변경차와 달리 상품성을 개선하고 기존 제품의 피로도를 해소하는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일반적인 부분변경차를 접하는 것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차명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차도 미세한 부분에 많은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담았을까. 제네시스 G80 3.3ℓ 프리미엄 럭셔리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남성적이고 묵직한 인상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선이 굵고 당당한 체구를 숨기지 않는다. 최근 유렵계 고급 세단이 유려한 곡선과 우아함으로 다소 여성성을 부각하는 것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그래서 제원표 상 수치에 비해 차가 커보이는 효과도 있다.


 G80의 크기는 길이 4,990㎜, 너비 1,890㎜, 높이 1,480㎜, 휠베이스 3,010㎜다. 경쟁상대로 지목한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등과 비교했을 때 각 부분별로 불과 몇 ㎝ 클뿐이지만 실제 차를 만났을 때 체감하는 차이는 제원표 상 숫자 이상이었다.

 외형 상 변화는 주로 전면부에 집중했다. 풀 HD 헤드 램프는 단순하게 처리했던 안쪽 테두리에 세부 손길일을 더했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레스트" 그릴로 부른다. 현대차 브랜드의 6각형 "헥사고날" 그릴과 차별화한 요소로, 커다란 방패를 연상시키는 강인함과 볼륨감이 느껴진다. 범퍼 역시 구형보다 풍성해지고 디테일을 추가하면서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전반적인 스타일링은 진중함 속에 역동성을 담았다. 짧은 오버행과 살짝 높은 엉덩이는 만만찮은 달리기 실력을 드러내는 듯하다. 넓고 긴 자세는 고급 세단에 기대하는 묵직함과 당당함을 보여준다. 3m가 넘는 휠베이스에선 널찍한 실내공간을 짐작하게 된다.


 실내 역시 소소한 변화로 완성도를 높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달라진 기어 노브다. BMW 등 고급 브랜드에서 흔히 접하는 전자식 변속레버를 적용한 것. 주차(P) 모드는 별도로 버튼을 눌러 설정하고 전진(D)과 후진(R), 중립(N) 등은 레버를 간단히 툭툭 움직여 설정한다. 직접 변속하고 싶다면 스티어링 휠 뒤편에 장착한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된다.

 이 밖에 계기판 표시장치의 일부와 스피커 마감재 등을 바꿨으나 기존 DH 보유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것 같다.




 센터페시아의 우드트림이나 실내 마감에 쓴 고급 가죽 소재 등은 시각과 촉각을 만족시킨다. 시트 착좌감도 나무랄 데가 없다. 뒷좌석은 물론 앞좌석 역시 승차감이 고급스럽다. 오너 드라이버와 쇼퍼 드리븐 모두를 고려한 선택이다. 


 구형 제네시스만큼 새 차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편의·및 안전품목을 갖췄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운전석만 잠금 해제하는 "세이프티 언록", 애플 카플레이, 360도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17스피커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뒷좌석 듀얼 모니터 등 여느 수입차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수많은 조작버튼이 화려하게 자리잡은 뒷좌석 센터암레스트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지능형 안전기능을 통합한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는 현대차가 내세우는 G80의 장점 중 하나다. 앞차의 상황을 읽어 주행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적응형 크루즈컨트롤, 보행자 인식 기능을 추가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차선을 스스로 유지하고 운전자의 부주의 상태를 경고하는 주행조향보조 시스템과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 및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 등을 장착한 것. 앞서 EQ900에서 선보인 것과 동일한 수준의 구성이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V6 3.3ℓ 람다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 282마력, 최대 35.4㎏·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8.8㎞(19인치 타이어 기준)다. 시승차는 4륜구동 시스템 H-트랙을 탑재했다.


 디자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행성능 역시 구형 제네시스(DM)와 비교해 획기적인 변화를 느끼긴 어렵다. 조향감각이나 가속반응, 각 작동부위 간 체결성이나 4륜구동과의 조합 등을 세련되게 다듬었다는 느낌을 받는 정도다. 이전 1세대 제네시스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승을 진행했다.


 먼저 아이들링 상태를 점검했다. 소음·진동은 딱히 지적할 게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굳이 다른 제품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정숙성은 고급 세단이 갖춰야 할 기본덕목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속도를 붙여 나가도 실내는 조용하기만 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잘 억제했거니와 풍절음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정도라면 운전자가 뒷좌석 탑승객과 대화를 나누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거동은 묵직하다. 굼뜨진 않지만 진중하게 움직인다. 이전 세대에서는 크고 무거운 차를 넘치는 힘으로 강하게 끌고 가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차체와 엔진의 균형이 어느 정도 조화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제동감각도 부드러우면서 진중하다. 고급 세단에 걸맞은 세팅이라는 생각이다.

 스티어링 휠은 부드럽지만 가볍진 않다. 조작이 편하면서도 안정감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고속에서의 안정성을 많이 개선했다. 속도를 붙여갈수록 오히려 운전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차체가 가라앉으면서 거동이 더 안정적으로 변했고, 스티어링이나 페달 조작에도 정확하게 반응해 고속에서도 운전의 부담이 적었다. 촘촘히 기어를 바꿔 가며 제법 명민하게 반응하는 8단 변속기도 만족스러웠다.


 4륜구동인만큼 코너링이나 차선 변경 시 움직임도 듬직하다. 평소에는 구동력을 앞뒤축에 각각 40대60으로 배분한다. 오르막에선 30대70, 코너 탈출 시엔 앞바퀴에 온전히 힘을 싣기도 한다. 주행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바퀴에 걸리는 힘을 제어하는 것. 일반주행 상황에서는 확실히 후륜구동 특유의 감각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총평
 G80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현재를 가장 잘 드러내는 차다. 현대차가 그 동안 쌓아 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최대한 제품에 반영했다는 게 느껴진다. 다양한 편의·안전품목은 최신 기술 트렌드에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점도 다른 고급 브랜드에서 취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현재 이뤄놓은 디자인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태생적으로 G80는 고급 수입 세단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할 운명이다. 그 것도 후발주자에게 꽤나 불리한 고급 세단시장에서 말이다. 고급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제품의 완성도만 가지고 결정되는 건 아니다. 지난 1980년대 토요타가 자신있게 선보였던 렉서스 역시 시장의 인정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고급 브랜드일수록 역사와 스토리가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선택을 넘어 브랜드와 제품 자체가 어필할 수 있는 고유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러 이견이 있을 순 있지만 G80가 기존 국산차에 기대했던 제품 수준보다 진일보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이제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와 G80란 차를 가지고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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