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프랑스 정부가 르노자동차의 배출가스 문제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프랑스 환경부 의뢰로 전 세계 디젤차 86종의 배출가스 문제를 조사한 외부 독립조사위원회 위원들을 인용, 르노의 지분 20%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가 이 회사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디젤차 배출가스 문제 조사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에서 르노가 어떻게 공식 배출가스 검사에서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일 수 있었는지에 관한 결정적 세부사항을 생략했다. 지난달 공개된 조사위 보고서를 보면 르노의 일부 차종이 호흡기 질환을 불러오는 질소산화물(NOx)을 유럽연합(EU) 기준치의 9∼11배 배출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와 있다. 하지만 조사위원 17명 중 3명은 보고서에 그들의 조사결과 발견된 결정적 사항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르노의 SUV 모델 캡처(captur)의 경우 공식 배출가스 검사 시 기어가 가장 높은 증속구동 상태로 조정되지만, 평상 주행 시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일례다. 캡처의 질소산화물 트랩(진공기술)은 대본대로 공식 배출가스 검사가 이뤄질 경우, 막판에 연속적으로 5배 빨리 NOx을 몰아내 평상시 주행상태보다 훨씬 적게 배출되게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조사위원들은 밝혔다. 이는 이 차량의 소프트웨어가 배출가스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감지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한 조사위원은 "자동차의 모든 것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어된다"면서 "르노의 소프트웨어가 폴크스바겐처럼 배출가스를 조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르노가 최소한 특정 조건을 목표로 질소산화물 필터를 최적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사위원들은 르노가 폴크스바겐과 비슷한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왜 차량들이 배출가스 검사를 할 때 다른 실적을 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 환경운동연합인 프랑스자연환경의 샬롯 레피트레 대표는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프랑스 정부가 작성했고, 무엇이 비밀로 남아야 할지는 그들이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프랑스 환경부는 작년 9월부터 10개월에 걸쳐 전 세계 디젤차 86종의 배출가스 문제를 조사한 결과, 폴크스바겐 외에 르노, 피아트, 포드, 볼보, 닛산 등의 디젤차도 EU 환경당국의 기준을 초과하거나 업체광고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EU 환경당국의 기준을 가장 크게 위반한 업체는 피아트 500X로 실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험실 수치의 19.7배에 달했지만, 르노도 가장 심각한 축에 들었다고 위원들은 전했다.
한편, 한 프랑스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투자한 회사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민감하다"면서 "이는 이들 회사를 바른 길로 이끌 것"이라면서 르노자동차와 특별관계임을 자인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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