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강현우 인턴기자 = 일단 시동은 성공적으로 걸었다. 이미 작년 11월 국내 법인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한국 상륙 준비를 마친 테슬라 얘기다. 최근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한글 홈페이지를 열고 인터넷 판매에 돌입한 것이다.
반응은 뜨겁다. 한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최근 이틀 동안 테슬라 구매를 신청했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세단형인 모델S는 200만원, SUV인 모델X는 500만원의 예약금을 내야 하지만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상당수다. 판매 차량도, 사양도, 기능도, 매장 위치까지 모두 공개됐으나 여전히 안갯속인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가격이다. 정보가 없으니 추측만 무성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미 테슬라가 들어온 다른 나라는 어떨까. 테슬라는 전세계 22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북미 3곳, 유럽 13곳, 아시아(호주 포함) 6곳 등이다. 16일 미국 달러 가치를 기준으로 테슬라 홈페이지에 게재된 국가별 판매가를 알아봤다. 또한 충전소나 등의 세부 현황과 함께 국내 시장의 전망도 분석했다.
비교 대상은 테슬라의 대표적인 차종이자 작년 8월 출시한 모델S다. 조건을 최대한 균등하게 맞추기 위해서 인테리어 등 대부분 옵션과 세금이 포함된 상태로 통일했다. 테슬라 국가별 페이지에 고시한 가격을 참고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혁명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 테슬라의 본고장-북미
미국은 테슬라의 출발점이다. 2003년 일론 머스크가 창립해 3년 뒤 첫 차량인 로드스터를 내놓았다. 111년 전 포드 이후 미국에서 생존에 성공한 자동차 업체가 탄생한 순간이다. 테슬라의 홈에서 테슬라를 구입하려면 5만 9천700달러(약 6천700만원)이 필요하다. 19인치 휠, 시트 등 모든 옵션이 포함된 가격이다. 여기에 7천500달러의 연방세를 더하면 6만 7천200달러. 전체 판매국가 가운데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이웃 나라인 캐나다도 이와 비슷한 사정이다. 6만 7천682달러(약 7천500만원). 전세계를 통틀어 모델S가 7만 달러 이하로 판매되는 곳은 미국과 캐나다뿐이다. 북미권 3곳 중 또 다른 한 나라인 멕시코 역시 평균 이하인 약 8만 3천달러(약 9천320만원)이다. 북미권은 테슬라 운전하기 좋은 환경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물론, 충전소까지 넉넉하기 때문이다. 4월 기준으로 이곳에만 259개소가 마련돼 있다. 전세계 충전소 613개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다.
◇ 테슬라 매장이 가장 많은 곳-유럽
가격과 편의성 면에서 북미 지역이 우위라면 유럽은 판매국이 가장 많은 대륙이다. 13개 국가에 테슬라 매장이 들어섰다. 특히 프랑스, 영국 등의 서유럽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에 몰렸다. 동유럽은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정도뿐이다. EU 가입국은 전체의 절반인 네덜란드, 독일 등 6개국이다.
덴마크는 11만 3천달러(약 1억 2천600만원)로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유일하게 10만 달러가 넘는 나라이기도 하다. 약 9만 8천달러(약 1억원)라는 차량 자체의 가격도 원인이지만 배터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테슬라 차량의 경우 보통 슈퍼차저(급속충전기) 등 충전 설치 비용이 차 가격에 포함되는데 덴마크는 이 비율이 유독 높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미국의 경우 전체 가격의 2%에 불과한데 덴마크는 19%가 넘는다. 덴마크는 노르웨이와 더불어 테슬라 주요 판매국가이기도 하다. 모델S의 경우, 지난해 2천724대가 팔리며 유럽 전체 판매량의 16.8%를 차지했다.
반대로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국가는 영국이다. 약 7만 1천달러(약 8천만원)이다. 차 가격이 유독 싼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보조 혜택 때문이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SMMT)가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배기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테슬라와 같은 플러그인 자동차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S 구매시 6천달러(약 665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영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SMMT에 따르면 대체연료차량(Alternatively Fuelled Vehicles·AFV)는 2006년 0대에서 10년 만에 7만 3천대 가까이 불어났다. 이 중 테슬라 류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는 24.4%인 1만 7천785대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제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국가 6위에 올랐을 정도로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지만, 테슬라의 가격만큼은 저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비용의 혜택만 있는 게 아니다. 인프라도 잘 구축해 놨다. 영국 전역에 일반 충전소(destination charging)는 43개, 급속 충전소(super chargers)는 34개가 배치됐다. 수도 런던 부근에만 각각 3개, 9개가 있다."
유럽의 테슬라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EU 회원국 간의 가격은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프랑스를 제외하고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7만 5천달러~7만 9천달러 사이다."
◇ 테슬라의 새로운 마켓-아시아/태평양
아태 지역으로 넘어가 보자. 총 여섯 국가의 도로에서 테슬라를 볼 수 있다. 이중 절반이 홍콩, 대만, 마카오 등 중화권 국가다.
중국은 비싸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다. 9만 8천800달러(약 1억 1천만원)로 덴마크에 이은 지구촌 2위다. 대만도 비슷하다. 중국에 살짝 모자란 9만 6천400달러(약 1억 830만원)이다. 고가임에도 중국에서 테슬라 인기는 뜨겁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전문매체인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지난 3월에만 중국에서 팔린 모델S는 1천300대가 넘는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5~6년 내에 중국 내 판매량이 미국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테슬라의 적극적인 중국 시장 공략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로빈 렌 테슬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은 지난 6월 중국에 100번째 급속 충전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고객들이 더이상 충전소를 찾기 위해 헤매지 않게 돼서 기쁘다"며 "테슬라 운전자들의 집이나 주차장 등에 충전기 설치 작업도 80%가량 마쳤다"고 말했다. 이미 테슬라는 쇼핑몰, 사무실, 호텔 등에 1천400개 충전기를 설치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의 전기 자동차에 대한 호의적인 정책도 한몫했다. 심각한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테슬라 측에 따르면 스모그의 25~40%는 화석 연료 자동차의 매연에 의해 발생한다. 실제로 상하이나 항저우의 경우, 전기 자동차 구매시 1만 2천달러(약 1천345만원)의 차량 등록비를 면제해주고 있다. 교통지옥을 겪고 있는 베이징도 마찬가지다. 테슬라 구입 희망자에 한해 번호판 등록 추첨 확률을 월등히 높여주고 있다. 최근 진행된 일반 승용차 추첨 경쟁률은 사상 최고인 693:1까지 치솟았다.
모델S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선 2개국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하나는 중국, 나머지 하나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전기 자동차 규모에서 미국에 이은 전세계 2위인 나라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6만 8천대의 전기 차량이 일본에서 판매됐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은 세계 최고다. 0.85%로 0.62%인 미국을 능가한다.
이렇게 일찌감치 전기 자동차가 상용화된 일본은 테슬라의 중요 시장이다. 일론 머스크가 꾸준히 일본을 직접 찾으며 공략해 온 이유다. 테슬라는 일본의 전기 자동차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닛산, 미쓰비시, 도요타 등 쟁쟁한 전기 자동차 브랜드가 버티고 있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테슬라는 다양한 혜택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혁신 중 하나가 바로 테슬라 배터리를 일본에서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에서 모델S의 배터리가 전부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2014년 9월 일본에 테슬라 매장을 론칭하면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모델S의 심장이 일본산이라는 뜻이니까요. 멋진 일입니다."
여기서 테슬라는 모델S의 어댑터로 차데모(CHAdeMO)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차데모는 도쿄전력이 개발한 급속충전기이다.
저렴한 가격 정책도 장점이다. 현재 모델S의 일본 판매가는 7만 9천달러(약 9천만원)이다. 중국에 비해 2만달러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다. 2년 전 첫 출고가에 비해서 1천달러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인프라도 꾸준히 확장시키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에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 동시에 30대 이상 충전이 가능한 충전소를 설치했다. 머스크는 "일본의 모델S 고객은 우리가 설치한 충전소를 "평생"(forever)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에서 테슬라는
한국 내 판매 가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1억원 전후가 될 것이라는 게 업체의 중론이다.
전기차 충전 전력 결제 시스템 회사 지오라인 조성규 대표는 "보통 미국 차량이 국내에 들어올 때 현지 가격에서 50% 정도 인상된 금액으로 책정되는 편"이라며 "그런 면에서 테슬라 모델S의 경우도 1억원이 조금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델S 가격이 1억원으로 책정된다면 우리는 판매 가격 부문에서 상위권에 속하게 된다. 이와 유사한 가격으로 팔고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다. 중국은 이들보다 약 1만달러가량 비싸다."
그러나 한국의 테슬라가 중국이나 일본, 영국 등과 마찬가지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테슬라 차량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등의 계획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자동차정책팀 김용희 과장은 "테슬라 차량 대부분은 구매보조금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현재 보조금 대상 차종은 쏘나타 2.0GDI, 쉐보레 VOLT 등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니로, 아이오닉 등의 "일반 하이브리드" 두 종류뿐"이라며 "테슬라 모델S 경우,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이브리드자동차 구매보조금 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월 이후 출고된 신규 차량에 한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500만원, 일반 하이브리드는 1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테슬라는 11월께 경기도 하남시와 서울 강남 등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본격적인 도로 진입. 한국에서 기존 진출국을 넘는 비싼 가격을 책정할지, 반대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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