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해치 i30 가솔린 터보 엔진의 가장 큰 차이는 배기량이 아니라 엔진회전영역입니다. 1분에 엔진이 회전하는 "RPM(Revolution Per Minute)" 영역의 차별화로 제품 특성을 나눴기 때문이지요."
지난 7일 i30 신차발표회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가 내놓은 설명이다. 그리고 해당 답변은 "i30와 아반떼 스포트, 벨로스터 등이 모두 역동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만큼 제품 차별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그렇다면 RPM으로 제품 성격을 어떻게 나눴다는 것일까? 3세대 i30를 내놓으며 현대차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엔진을 채택했다. 먼저 엔트리급인 1.4ℓ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이다. 최고 140마력에 24.7㎏.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그리고 복합 효율은 17인치 기준 ℓ당 13㎞다. 그런데 1.4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의 최대토크 발휘 영역의 1분당 엔진회전구간은 1,500~3,200RPM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중속 중심의 성격을 담은 셈이다.
반면 204마력에 27㎏.m의 최대토크인 1.6ℓ 엔진은 엔진회전영역 구간을 1,500~4,500RPM으로 넓게 설정했다. 최대토크가 시작되는 시점은 1.4ℓ와 1.6ℓ의 차이가 없지만 힘이 지속되는 구간은 1.6ℓ가 4,500RPM까지 확장돼 1.4ℓ 대비 훨씬 높다. 효율을 감안해 1.4ℓ 엔진은 3,000RPM을 넘어가면 엔진 성능을 억제했지만 1.6ℓ는 효율보다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이유로 18인치 기준 1.6ℓ의 효율은 ℓ당 11.6㎞로 낮다. 물론 이외 1.6ℓ 디젤은 고효율이 무기인 만큼 ℓ당 17.3㎞를 이뤄냈지만 현대차로선 가솔린과 디젤 선호층이 다른 만큼 가솔린의 부드러움과 효율을 원하면 1.4ℓ, 고성능은 1.6ℓ, 고효율과 디젤의 강력한 토크를 원하면 1.6ℓ 디젤을 추천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이 하나 시작됐다. 엔진 선택폭은 넓혔지만 소비자가 i30에 손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비슷한 크기의 제품으로 아반떼도 있고, 역동성으로 접근하면 벨로스터도 있는 만큼 제품별로 성격 차별화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합리적 가격"이다. 먼저 해치백 i30와 세단인 아반떼의 수요가 겹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아반떼 소비층이 전 연령에 걸쳐 골고루 분포된 것과 달리 i30는 실용성과 역동성을 모두 추구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1.4ℓ 엔트리급 i30 가격을 기존 2.0ℓ 가솔린 대비 70만원 낮췄다. 가격 장벽 제거를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디젤 또한 이전과 비슷하게 책정했다. 이른바 "합리적인 젊은 소비층", 그리고 "역동성을 찾는 젊은 층"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i30 제품 전략에는 "드러내지 않은 작전(?)"도 숨어 있다. 경쟁 소형 SUV에 대한 견제다. 엔트리급 소형 SUV가 없는 현대차로선 i30가 쌍용차 티볼리 및 르노삼성 QM3의 수요 견제 역할까지 기대하고 있다. 해치백과 세단의 선호층은 구분이 명확하지만 해치백과 소형 SUV는 경계 구분의 선명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한 판단이다. 트렁크를 이전보다 17ℓ 늘린 395ℓ에 맞춘 것도 소형 SUV를 염두에 둔 행보다. i30로 소형 SUV와 해치백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소비층을 합리적 가격에 흡수하는 방안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i30를 "야심작"이라고 표현한다. 야심작에 소비자 야심이 따라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