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는 쌍용차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효자 상품이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B세그먼트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선구자다. 디자인이나 제품 구성까지 시장의 요청을 넘어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같은 제품 계획은 티볼리 하나로 꽤 오랜 기간을 지탱해야 하는 쌍용차의 숙명(?)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6개월 단위로 제품이 개선됐는데, 지난해 1월 신차 출시 이후 7월 디젤과 4WD가 추가된 이후 올해 1월에는 실내 공간을 확장한 "에어"까지 가세했다.
이번 2017년 연식변경으로 쌍용차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고급 차종에 주로 적용되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적용하면서 "안전"을 전방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소비자 불만 중 하나였던 소위 "옵션질"을 저격했다. 자신이 원하는 품목을 선택하기 위해 필요 없는 품목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던 폐해를 고쳐보겠다는 시도다.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ADAS 품목 5개만으로 패키지를 묶어 60만원에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가 앞세운 ADAS 장비들이 새 차에 어떻게 녹아들어갔는지 서울과 천안 일대에서 2017 티볼리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디자인의 변화는 미미하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첫 공개됐던 컨셉트카 "XIV-1"의 디자인을 양산차에도 큰 변화 없이 적용했고, 아직까지 크게 손 댈 곳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업계나 시장에서 티볼리 디자인을 두고 "유럽 감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종종 내리곤 한다. 다부지면서도 컴펙트한 느낌을 담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 시도를 했다는 설명이다. 확실히 역사다리꼴 라인을 강조한 범퍼 디자인, LED 주간주행등으로 인상을 강조한 헤드램프와 세로형 리어램프, 차 후미의 레터링 등은 이전까지 국산 SUV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디자인 언어다.
실내는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감각적으로 꾸몄다. 스티어링 휠부터 센터페시어 곳곳에 쓰인 광택 블랙 마감과 크롬 장식, 디컷 스티어링 휠과 6컬러 클러스터 등은 확실히 쌍용차 전체 브랜드 중 가장 젊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이나 센터 클러스터 곳곳에 비어있는 버튼 들은 조금 아쉽다. 작은 차이더라도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계속 거슬린다.
기존 티볼리 이용자들이 지적했던 불편함이 다수 개선됐다는 점은 반갑다. 스티어링 휠에 앞뒤 좌우로 조절할 수 있는 수동식 텔레스코픽 기능이 추가됐다. 통풍 시트도 동승석으로 확대됐고, 2열 열선은 등받이까지 확장했다. 또한 2열 시트의 기울기를 5도 정도 늘리고, 센터 암레스트도 기본 적용하면서 편의성을 높였다. 어찌보면 사소한 변화일 수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성능 시승차는 티볼리 디젤 2WD로 파워트레인은 4기통 1.6ℓ 싱글 터보 엔진에 자동 6단 변속기를 결합했다. 최고 113마력, 최대 30.6㎏·m 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정부 표시 복합 기준 ℓ당 14.7㎞다.
주행 감각은 이전 세대와 차이가 없다. 수치 상으로 인상적인 성능이라 보긴 어렵지만 일상에선 답답함을 느낄 수 없다. 쌍용차의 중소형급 디젤 라인업엔 "LET"라는 이름이 붙는데, 저회전에서 최고 성능을 끌어낸다는 의미다. 특히 최대 토크가 1,500~2,500rpm에서 고르게 나온다는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출발 직후부터 가속될 때 꾸준하게 힘을 실어주면서 숫자 이상의 성능을 운전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다소 높은 시트 포지션은 시승 현장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주 타깃층인 여성 운전자라는 점에선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차의 직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시트를 내리지 못한다는 점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외 차고가 높고 실내 공간이 넓은 SUV의 특성 상 풍절음 등 외부 소음이 세단보다 크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ADAS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 천안 자동차부품연구원 시험주행장으로 향했다. 2017년형 티볼리에 장착된 ADAS 기능은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S),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스마트하이빔(HBA) 등 5종이다. 최근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B세그먼트 시장에선 가격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활발히 장착되고 있지 않다. 특히 LKAS는 벤츠 S클래스와 제네시스 브랜드 등에서 앞세우는 안전품목일 정도다.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과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은 한 쌍으로 작동한다. 운전자가 방향지시등 작동 없이 차선을 넘어서려 하면 경보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주의를 알리고, 경고를 무시한 채 계속 주행하면 차가 임의로 방향을 바꿔주는 식이다.
2017년형 티볼리에 적용된 LKAS는 작동 방식이 부드럽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다. 다른 차들에서 경험한 LKAS는 차선을 밟기 직전에 스티어링 휠을 잡아채듯 강하게 반대 방향으로 "턱"하고 작동한다. 반면 티볼리는 지긋이 눌러주듯 보정해준다. 갑작스럽게 작동하지 않아 이질감도 적다.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S)과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의 경우 기존 고급세단에 적용됐던 것들과 구성이 다르다. 이전까진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을 동시에 사용해야 했다. 카메라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레이더와 라이더 등이 장애물을 정확히 인식하면서 물체의 무게와 밀도 등까지 파악해 제동여부를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티볼리의 AEBS와 FCWS는 카메라만 활용해 작동한다.
레이더를 배제한 게 가격 측면에선 유리할 수 있지만 정확도 면에선 떨어지지 않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현장에 나와 있던 쌍용차 연구원들은 자신감 있다는 표정이었다. 물체 인식의 경우 글로벌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이스라엘 모빌아이의 부품과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최근 카메라 인식 기능이 향상돼 레이더 등이 없어도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되돌아왔다. 참고로 "모빌아이"는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기업에 ADAS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국내에는 애프터마켓용 ADAS도 판매하고 있다.
차 모양과 사람 모양의 장애물을 각각 앞에 두고 긴급제동 시연에 나섰다. 제원표상 시속 60㎞ 이하에서 작동한다고 표기돼있다. 비가 오는 노면 상태 등을 고려해 시속 40㎞ 정도로 움직였다. 장애물과 충돌하기 직전까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지만 장애물을 인식한 순간 강하게 제동을 걸며 정확하게 멈춰 세웠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더라도 충돌 위험이 있다면 2초간 차를 강제적으로 세우도록 세팅돼 있다. 이후엔 운전자가 차를 조작하는대로 움직이게 된다.
▲총평 티볼리 출고자 분석 결과 주 구매층이 "첫 차 구매자, 여성 운전자, 초보 운전자"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굳이 안전품목만을 묶어 패키지로 제공하는 이유다. 시승 현장에서 쌍용차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세단보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이들이 타는 소형 SUV의 안전 품목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운전이 미숙하고 도로 위에서 자신감이 부족한 이들이야 말로 안전품목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티볼리는 올해 1~8월 3만6,735대 소비자에게 인도되며 이 기간 쌍용차 내수 판매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국내 B 세그먼트 시장에서 티볼리 점유율은 70%를 넘어선다. 이 같은 성공은 무엇보다 시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발 빠르게 제품에 반영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번 연식 변경 역시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격은 가솔린 1,651만~2,221만원, 디젤 2,060만~2,346만원이다. 티볼리 에어는 가솔린 2,128만~2,300만원, 디젤 1,989만~2,501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시승]미국차 인식 바꿀 미국차, 캐딜락 CT6 플래티넘▶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시승]묵직한 존재감, 제네시스 G80 3.3ℓ▶ [시승]전기로만 300㎞, BMW i3 94Ah를 타다